평소같았으면 주말엔 주차장을 공짜로 이용 가능해서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지만 오늘은 퇴근 후 술자리가 약속되어 있어 차를 동네 골목에 주차해두고 출근을 했지요..
저희 집은 주택가여서 지정 자리가 있다기보다 골목 골목 주차를 하는데 그래도 꾸준히 주차하다 보니 거의 내 자리가 있긴 하죠..
하지만 골목이라는 특성상 내 자리에 다른 차가 주차를 해도 빼라 마라 하지않고 다른 빈 자리를 찾아 떠나는.. 거의 동네 분위기가 골목 주차는 먼저 자리 잡으면 땡.. 자기 집 앞이라던가 그런 경우 제외하곤 암묵적 규율이 있더라구요..
저 역시도 매번 주차하던 자리에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자리 뒤로 빈 공간이 있어 앞 차와 간격을 좁혀 주차를 했네요..
그런데 앞 차가 조금만 앞에다 주차를 했으면 하는게.. 제 차 궁둥이가 남의 집 대문을 4분의 1 가량 막고 주차를 하게되어 조금 찜찜한 기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주차 하루 이틀 한것도 아니고.. 그 집 대문이 두쪽이 있으면 한쪽 문 반만 가린 격이 되어서 다른 쪽 문으로는 사람이 출입하기에 아무 지장이 없어 오후에 있을 술자리와 빠른 퇴근을 기대하며 출근을 하였지요..
한가로운 일요일 근무에 나른해져 있을 무렵... 오전 11시가 조금 안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 뭐지?? 차일리가 없는데........... 하며 받았는데... 다짜고짜...
아자씨: 차 좀 빼주세요
나 : 아.... 죄송한데요... 제가 출근을 해서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셔야 하나요??
아자씨: 하... 저 매일 나가는거 모르셨어요? 지금 당장 나가야 하는데!!!
나 : 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제가 퇴근하는대로 바로 차 옮겨 놓겠습니다...ㅠㅠ
아자씨: 아..진짜... 다음부턴 여기다 차 대지마요!(뚝~)
나 : 아 죄송..(헐....)
어쨌든간에 죄송 연발하고 여러 방법을 모색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 답에 진짜 죄송해서 걸려 온 전화로 문자를 발송했지요..
내용 요약 :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퇴근해서 가면 저녁 정도 되는데 가자마자 차 옮기겠습니다.. 폐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정말 죄송했고 제 차 궁둥이에 대문이 걸려 안에 있는 차가 못나오는 줄 알았고 하루 종일 신경쓰였지요.. 문자를 보냈지만 답도 없었고.. 어차피 답문을 바란건 아니었지만 쫌 너무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까지 굽신거리며 죄송 연발했는데... 하지만 제가민폐였기에 뭐... 할 말은 없었으니...
퇴근 후 잡혀있던 선약도 신경이 쓰여 취소할까도 했지만 연락만 주고 받다가 거의 2년만에 만나는 후배라..그리고 이 후배에게 전할 서류도 있고 해서 빠른 마무리를 짖고 4시 30분에 후배를 만나고 한시간 가량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원래 일정대로라면 술자리로 향했을텐데 주차 문제로 후배에게 미안하다 하고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버스에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어쩌겠습니까.... 우선은 그 차주에게 저녁때 쯤이라고 했고 아직 6시가 안된 시간이고 아직은 많이 밝은 시간대라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버스를 타긴 했거든요..
그런데~~~!!!!!
버스에 앉은지 10분정도나 지났을까... 그 차주가 또 전화를 걸었네요.. 아직 해도 안떨어졌는데 또 전화했네..ㅠㅠ 두려움에 떨며 전화를 받았지요..
아자씨 : 차 언제 뺄거에요?!!!
나 : 아...네.. 지금 가고 있어요..ㅠㅠ 죄송합니다..ㅠㅠ
아자씨 : 아 진짜.. 오늘 그쪽때문에 하루종일 택시타고 다녔잖아요!
나 : 아..죄송해요.. 가자마자 차 옮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아자씨 : 다음부터 여기에 주차하지 마요!!
나 : 아.. 죄송합니다... 바로 차 옮길게요..
아자씨 : ( 뚝~)
근데 초반부터 왠지 뭔가 이상~~ 스럽긴 했어요..보통은 ㅇㅇㅇ 차주 맞냐 물어보는데 그런것도 안묻고 다짜고짜 차를 빼라니까... 그런데 그 상황에서 차 종을 물어볼까.. 아니면 차 번호를 물어볼까 하다가 에잇~ 내 차겠거니.. 내 차에 있는 내 번호를 보고 전화 했겠지 했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빨리 차를 옮겨야겠다.. 내가 두번다시 그 자리에 차 안댄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자씨 또 전화를 하네?? 전화 통화 끝난지 1분이나 지났을려나?? 왜 전화를 바로 또 한거지??? 하며 전화를 받는데...
아자씨 :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 네요~~ 이 차주인 줄 알았는데 아이고~~ 아 니었네요~~ 아이고.. 죄송해요~~~
나 : ( 완전 벙쪄서...) 네??? 제 차 아니라고요???
아자씨 : 아이고~ 제가 번호를 잘못 봤네요~~
나 : ( 완전 헐 퀴~) 그 차종이 뭔데요???
아자씨 : 롱체요~
나 : ( 유체이탈~) 헐.. 제 차는 오나타인데... 아저씨 그래놓고 아까 저한테 그렇게 모질게 하시 더니 진짜 너무하시네요~
아자씨 : 그래서 다시 전화했어요~ 미안해요~
나 : ( 순간 머리 완전 복잡해짐.. 개지랄을 떨어야하나.. 목소리도 나보다 윗 연배인데 전화라도 해준걸 고 마워해야 하나..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아......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