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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5159
    작성자 : 에픽ㅎ
    추천 : 0
    조회수 : 564
    IP : 211.106.***.24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3/13 18:53:08
    http://todayhumor.com/?phil_5159 모바일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 만들기







    제가 한 때 자주했던 게임이 있습니다

    카오스 라고


    아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게임은 일종의 대전 게임입니다. 격투게임이죠. 

    사람마다 정의는 조금 다르겠지만, 저는 격투 게임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에 RPG요소가 좀 첨가되어있죠


    구조는 단순합니다.

    보통 5:5 대전을 합니다.

    나이트 엘프 vs 언데드 

    이런 식으로 팀이 잡히고, 여기에 각각 선택할 수 있는 영웅들이 대략 30명 정도 있죠. (대략 그렇게 치겠습니다)

    힘영웅 10명

    민첩영웅 10명

    지능영웅 10명


    각각 영웅은 특징이 있습니다

    힘영웅은 근접공격/피 많음

    민첩 영웅은 근접과 원거리/공속 빠름

    지능 영웅은 마법공격/피 약함/마나 많음


    그리고 아이템을 6개 정도 끼울 수 있는데, 역시 이것도 위의 특성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거나, 

    크리티컬 데미지라던가, 특수 마법이라던가, 그런 걸 주고는 합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본진과 적진이 나뉘어지는데, 적진의 성을 부수면 이기는 겁니다.

    물론 적팀이 전의를 상실하거나, 본팀이 전의를 상실하여 기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별도로 두고

    중간 지점에 타워가 있고, 몹들이 나옵니다. 영웅의 레벨이 낮으면 그 타워를 깨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몹을 잡으면서 좀 큰 다음에, 스킬을 익히고, 아이템을 채운 다음에, 이후 컨트롤을 하면서 타워를 부시고,

    그 뒤에 있는 타워의 업그레이드 버전, 중간보스를 깨수고, 그 다음 배럭을 깨고, 수호신이라고 해서, 성가신 용이 있습니다.


    등등 다 잡고

    에센셜 타워라는 최종 타워가 있습니다. 그걸 깨수면, 이제 본진을 때릴 수 있습니다.

    근데 사실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는 화력에 있어서 정점을 찍었다는 얘기가 되죠.







    저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일단 재밌고 중독성이 쩝니다.


    근데 왜 재밌냐면

    MMORPG와 달리, 내 계정의 캐릭터 자체가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방을 잡고 들어가면, 거기서 캐릭터를 고르고 시작하면 되기 때문에

    게임이 시작되면 모두가 동일한 상태에서 캐릭터를 레벨 1부터 키우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게임을 오래했든, 얼마나 했든, 그건 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게임이 시작됐을 때 얼마나 매니지먼트를 잘하느냐? 그에 따라서 성과가 나게 되죠


    그래서 아무리 게임을 오래 해도,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저장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차등이 없죠.



    대조를 하면

    디아블로 같은 게임은 내 계정에 캐릭터가 저장이 되기 때문에

    내가 어제 1이었는데, 32로 만드로 저장을 시켰다면, 내일은 32로 시작을 하죠

    그래서 이 상태에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성장하는 느낌은 있어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레벨1과 32가 만나는 일이 발생하죠




    장황하게 얘기했는데,



    이제 제목을 봅시다.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를 만든다.


    이게 무슨 말이냐?

    디아블로는 이게 안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면, 렙 1이기 때문에, 렙1의 스탯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존나 약하고, 그에 따라 잡을 수 있는 몹이 한정되죠


    하지만 카오스는 내 렙이 만렙 달성, 또는 세레나 1000승 달성, 이런 지랄을 떨어놔도, 

    새 게임을 해서, 초반 광탈을 당하면, 내 렙이 높든 낮든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실력으로 쇼부를 보기 때문이죠.




    재밌는 건

    이제 기호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보통 고렙을 보면, "와 존나 잘하겠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죠.

    예컨대 카오스는 25렙 이상으로는 렙이 나오지 않는데, 예컨대 50까지 있다고 해봅시다.

    렙 50에 세레나 1500승 달성한 유저가 있을 때,

    이 사람의 정보만 본다면, 쩔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기 전에, 이미 정보를 깔고 들어가게 되죠. 

    마치 서류전형에 서연고라고 기록되어있는 걸 보면서, '오..'하는 것처럼.




    근데

    이 만렙 달성, 세레나 1500승 달성한 사람이,

    지나친 편견 탓에, 방잡기도 힘들고 (왜냐하면 방잡으면 강퇴를 시키니까)

    뭔가 이 시그널이 사람들에게 뭔가 경계를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는 심심하고 장난치고 싶어서



    새 아이디를 팠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렙1이죠


    사람들은 그를 렙1로 보게 될 겁니다.

    왜냐?

    그들은 이런 정보가 없으니까요.





    이제 그의 입장에서 게임을 봅시다.

    앞서 말했지만, 이 게임은 게임이 시작되면 거기서부터 RPG가 시작되므로,

    애초에 캐릭터가 없고, 레벨이 있다하여도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얼마나 운영을 잘하느냐? 그게 관건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껍데기(레벨)은 의미가 없고, 운영능력이 어느정도인가?에 따라서, 게임의 성과, 성장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입장에서 레벨1이라는 껍데기는, 의미가 없고, 그저 껍데기에 해당할 뿐이 되죠.

    어떻게 보면 종이 조각에 해당합니다. 돼지 대가리라고 해도 될까요? 그저 돼지 대가리일 뿐인데, 고사를 지내잖습니까. 그런 것처럼.




    그래서

    이 렙1인 사람이 세레나로 13킬을 했다고 해봅시다

    사람들은 놀라게 됩니다. "어, 이 님 렙1인데 존나 잘하네."


    사람들은 놀라겠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죠.


    애초에 그는 껍데기에 관계없이, 운영능력이 (이 운영의 프로그래밍 면에서) 만렙에 달하기 때문이죠.





    자 이 경우

    그의 존재는, 어디에 있을까요.


    운영 능력에 있는가?

    껍데기에 있는가?






    사실 사람들이 그로 하여금

    '렙 1 꺼지세요'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렙1일까요?

    렙1은 왜 렙1인가? 렙25는 왜 25인가? 렙50은 왜 50인가?


    오래해서?

    아니면 운영을 그정도로 할줄 알기 때문에?

    아니면 그저 껍데기의 장난? (운영자가 장난을 쳐서?)





    얼마전에 포트리스를 하다가

    해골 계급인 사람이, 모든 각도를 다 꿰고 있는 걸 보고서 놀랬습니다.

    35도로 밑에 구멍을 다 파버리고, 바람을 계산해서 수직 풀파워로 쏴서 상대방을 빨콩으로 보내버리고 등등


    사람들은 쇼크를 받았었죠.

    그는 분명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를 만든 사람이었던 겁니다.


    이 사람에게서는 금메달도 의미없고, 훈장도 의미없습니다.

    왜냐? 바로 그의 운영방식이 금메달, 훈장이어도 상관없을 정도이고, 그의 운영방식이 가장 정확한 입출력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이런 점에서, 수학적인 것이 가장 핵을 찌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연륜보다는 수학적인 관계도가 분명했기 때문이죠. 이 위치에서 어떤 각도로, 어떤 파워로 때려야 정타가 나오는가? 그는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팀 멤버들에게 각도를 알려주곤 했고, 그대로 쏘면 무조건 적중했죠. (그래서 심지어 그 연륜도, 수학에서 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는 사고를 꿰고 있던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에겐 그저 훈장은 악세사리에 해당합니다. 그저 공로상으로 줘도 무방하단 생각까지 들게 되더군요. 명분만 있으면 그저 계급을 주고 싶은. 그는 거의 통달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골치 아플 때마다,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허영'을 먹고 삽니다. 직함을 필요로 하고, 그 직함을 가질 때 뿌듯함을 느끼고,

    일종의 텃세의식을 갖고 있죠. 내가 먼저 했고, 오래 했기 때문에 내 말이 중요하다는, 권력 의식을 갖고 있죠


    저는 그것을 접할 때마다

    혐오감이 듭니다.


    사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격투기를 좋아했습니다.

    왜냐? 격투기는 오래 하든 짧게 하든, 쌘 놈이 이기거든요.

    쌘놈이 오래해서 계속 이기는 경우는, 그놈이 워낙 쌔고 잘하기 때문에, 거기에 경력이 덧붙여진 것이지, 다른 게 아닙니다.

    격투기 오래한다고 잘하는 법은 없거든요. 


    피터 아츠도 시릴 아비디한테 훅갔었고

    어네스트 후스트도 밥샵한테는 뒤지게 처맞았죠

    크로캅도 UFC가서는 개박살 났었고

    효도르도 마찬가지죠.

    존존스도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가끔 내가 텃세의식을 갖고 있거나, 허영을 떠는 것 같을 때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를 파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전문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방법 때문입니다.


    어쩌다, 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원래 동기와 동기의 완성에 대해서 쓰려다, 갑자기 딴 길로 새버린 것 같습니다.




    요점


    1. 카오스/포트리스는 캐릭터 자체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 레벨이 높든 낮든 간에, 게임 자체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2. 그런 이유로 만렙 달성 이후 새로운 아이디를 파더라도, 

    게임 하는데엔 이점이 따로 있지 않다. 따라서 레벨 자체는 껍데기의 문제가 된다.


    3. 이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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