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514147&s_no=514147&page=1 댓글로 달려고 했더니 엔터값이 너무많이 들어가서 안된다는 메시지가 뜨네요.
따로 글로 남깁니다.
후배들에게 꼰대짓 한다 생각하고 한번 써봤습니다.
================================================================
여러분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살고 싶은가요.
행복한 삶이라는 애매모호한 얘기는 접어둡시다.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형태의 일상을 살고 싶은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사회,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시나요.
우리는 라이엇에 끊임없이 밸런스 패치를 요구합니다.
한낱 인터넷 게임에선 형평성과 공정함을 요구하는 겁니다.
메타가 바뀔때마다, 게임환경이 변할때마다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올바른 상황'이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회에 뭘 요구하고 있습니까?
요구하지도 않는 것을 알아서 챙겨주는 사회와 정치체계는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선 형평성과 공정함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삶에선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예 가능할것이라 믿지도 않죠.
정치가 별게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구조를 요구하는게 정치적 행위입니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취급받는 사회, 허리가 휠 만큼의 돈을 쏟아부어야 졸업장이라도 만져보는 구조, 건강하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토익/토플에 목을 메야하는 시스템,
그로고도 모두가 좁은 취업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
이 모든것들이 정상이 아님을 알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극소수 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을겁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뭔가 요구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릅니다. 그리고 저들은 그 시간동안 무언가를 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필요한것을 요구하지 않으면 저들은 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를 위한 법안이 통과되어야 할 시간에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우리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할때 저들은 부패의 고리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이 모든것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 삶이 어떤 사회구조 속에서 가능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 사회가 썩고 부패하도록 방치한 책임은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바라는 세상에 대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의견을 가장 잘 반영하는 정당과 후보에 투표해야 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아파트 값과 북한으로 투표를 치릅니다.
왜 그럴까요.
중, 장년층들이 그걸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파트 값을 지켜주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고 한푼이라도 위협이 될것같은 후보에겐 표로서 보복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빨갱이를 척결하겠다는 정당에게 표를 몰아줬고 TV에서 종북이라는 딱지만 얹어 놓아도 그 정당을 심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들이 대학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를 최우선, 최중요 공략으로 내놓는게 되려 이상한겁니다.
코카콜라가 할아버지 할머니들 대상으로 마케팅 합니까?
그동안 미디어가 다루어온 정치판은 개싸움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치를 혐오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오염시켜놓은 관념이 언제까지나 우릴 지배하도록 내버려둬선 안됩니다.
정치란 빨갱이를 식별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정치란 멸공의 횃불을 틀어놓고 종북을 척결하자고 외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란 게시판에서 벌레니 선비니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이 모든것들은 정치라는 관념이 오염되어 생겨난 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나 미디어를 보며 '정치하는 새끼들 다 똑같지 뭐' 라고 말하면서 팍팍한 삶을 살고 싶다면
언제까지나 살벌한 경쟁시대에서 과중한 압박을 받으며 정작 내가 뭘 위해서 왜 사는지 모른체로 삶을 보내고 싶다면
정치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내가 어떤 형태의 일상을 살고 싶은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따라서 무엇이 올바른 형태의 사회구조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치'라는 단어에 씌어진 멍에를 벗기고
정치라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었던 존재를 우리 일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TV 속 연예인들 얘기를 할 시간에 우리의 상황에 대해 얘기해야 합니다.
뭐가 어떻게 됐든 우리보다 훨씬 더 편하게 잘먹고 잘 살것이 분명한 그들을 걱정하는 대신 우리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라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으로 지금 이 상황이 최선인건지 대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토론하며 자라지 않았습니다.
주입받으며 자랐죠. 그리고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훈련받았습니다.
허나 적어도 '지성인'이라고 스스로를 부르고 싶다면
대화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투표는 시민이라면 숨을 쉬듯 당연한 행동입니다.
투표했다는 사실이 누군가를 '시민'으로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일상을 살기 위해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올바르고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입장을 정하고 의견을 형성하며 서로 대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