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가 막힌 일이 있었는데, 억울한 마음 풀 길이 없어 갑갑하고 잠도 안 오네요. 제 큰 스트레스 해소구가 오유의 멘붕게의 '진상'들이 한 짓을 읽어보는 건데. . . 그럴때마다, 어찌나 공감이 가서 위로가 되는지ㅜ.ㅜ 그러다가 아래에 어떤 분이 은행분들이 벌인 행각(?)을 적어놓으셨길래
아, 이건 은행원들 날 잡아서 식당가서 시비걸기로 단합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네요.
저희 집은 어제 27명 단체를 받았습니다. 7테이블이었구요. . . 가게 근처에 이 지역 은행 본점이 있는데, 몇년 전에 다른 은행이랑 합 병을 했어요. 예약할 때 들으니 처음 들어보는 부서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은행 부행장도 동석했네요. 그런데 참숯불이 들어가고 생고기가 나간 상태에서 부행장포함,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4명이 번갈아가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누가 들어도 고압적인 말투와 눈빛. 서빙하는 엄마와 저를 하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우리 아가씨들 옷이 좋은거니, 앞치마 새걸로 다 다시 갖다주세요." "삽겹살에 지방이 많은 것 같아요. 지방없는 걸로 바꿔주세요." ? ? ? ? ? ? ? ? ? ? ? ?
분명히 하겠습니다. 누가봐도 무난한 삼겹살이었습니다.예, 여러분이 즐겨드시는 그 부위요. 왜 바꿔달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부행장 옆에 앉은 여직원이 "저 지방 있는 고기 못 먹어요." 이러는 겁니다. (아니, 그럼 삼겹살을 시키면 안되는거죠. 지방적은 다른 부위를 시키던지. . . ) 이미 다른 평직원 6테이블은 맛있게 고기 굽고 술잔이 돌아가고 있는데
부행장이하 딸랑딸랑 3인방은 저희 어머니를 세워놓고 지방'없는' 삼겹살로 바꿔달라며 진상을 부리더니(고기에 하자가 없지만 교환을 해주게 되면 다른 상에 그 고기가 나갈 수가 없어요. 냉장 생고기거든요. ㅜ.ㅜ)
"그래서, 못 바꿔주시겠다?" "자, 다들 나갑시다. 2차는 내가 쏠테니 다른데 갑시다. ." 이러고 먼저 일어서서 휑 나갔습니다. . . . 윗사람이, 그것도 부행장쯤의 직급을 가진 사람이 밖에서 행동이 저러니까 이 은행이 망해가는게 이해가 갔습니다.(얼마전엔 행장이 고객들 돈으로 장난쳐서 구속된걸로 압니다.)
나머지 20여명 중 몇분이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가셨지만, ㅜ.ㅜ 하나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뭐지, 저 부행장이란 작자는?' '그리고 그 옆에 여직원은 오피스 와이프쯤 되나? 다른 곳에서 삼겹살먹어본 적이 없는 여잔가?' '우리가게에 엿먹이러 온 일당들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네요. 어머니는 그래도 한 은행의 부행장쯤 되는 사람이 인성이 저것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놀라신것 같고, 동생은 이 사람들 가고나서 소금 뿌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늘 어제 그 방을 청소하시면서 걸려있던 농협 달력을 떼셨어요. 그 사이코 같은 ㅅㅋ(제 표현입니다.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가 자기 은행달력이 아닌 농협 달력 걸린거 보고 기분나빠서 되지도 않는 트집 잡은거 같다고...
그거 아세요? 평생 식당집 딸이라는 타이틀이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젊고 고왔던 엄마가 나이드셔서도 저렇게 뭣같은 것들한테 당하고도, 속이 썩어도 자식 입장에서 지켜보고도 딱히 할 게 없을때. . . 정말 미치겠네요.
진상들 만날때마다 핏대 세워가며 맞서는 편이었는데 (식당집 딸 40년을 향해가지만, 볼 때마다 새록새록ㅎ기분 더러움) 의식적으로 무뎌지지 않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암튼, 어제 큰 단위로 멘붕오고 보니 오늘 어떤 손님이 방석에다 무좀각질과 굳은살을 잡아떼서 뿌려놓고 갔어도 그 정도는 그냥 귀엽고 더럽네요 ㅎ. 애기 기저귀 버려놓고 가는 엄마들요? 상에 안 올려놓고 상밑에 똘똘말아 버려주는 정도도 땡큐죠. ㅎㅎㅎ 반말 찍찍까는 아저씨들도 아, 내가 어려보여서 그러는갑다하고 마음이 덜 상하네요.
제 소원은, 방송국 능력자 pd님이 '진상 고발 예능'을 기획해서. . . 인터넷에서 b급 담화화될 게 아니라 그걸보고 사람들 총체적인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거 아이템 무궁무진한데. . . 웃기고 이상한 진상들도 많아서).
그냥 묻어두려다 은은한 분노감에 잠을 못 이루던 차에 반갑게도 밑에 고깃집 사장님이 진상썰을 푸셔서 저도 적어보았네요. 잠을 못자고 쓰는 글이라 두서가 없고 폰으로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단이 나누어져 보일지 걱정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손님은 '왕' 맞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왕도 잘 못하면 깜방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