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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5071
    작성자 : 서핑로켓
    추천 : 14
    조회수 : 1693
    IP : 211.214.***.219
    댓글 : 31개
    등록시간 : 2016/10/10 02:17:17
    http://todayhumor.com/?wedlock_5071 모바일
    몸살 난 임산부의 넋두리
    날짜를 확인해보니 이제 임신 9주 하고도 6일이네.
    하루만 더 자면 10주가 되네. 아직도 30주나 남았구나.

    얼마전 병원에서 독감예방 접종을 맞고왔다.
    며칠 괜찮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항체 생성 때문인지 몸살이 났다. 매번 백신주사 맞고나면 늘 그렇듯 38도 조금 안되는 열과 몸살이 난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 지니 이번에도 병원은 안간다. 어차피 임산부라 타이레놀밖에 못먹으니까.

    입덧 때문에 냄새에 민감해졌다. 냉장고 냄새, 김치냄새, 주방세제냄새 등등.. 덕분에 요리와 설거지는 남편의 몫이 되었다. 
    주방살림을 부탁한지 이제 5주가 되다보니 이젠 먹고싶은걸 선뜻 얘기할 수가 없다.  그럼 남편은 나를 위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요리를 해야하고 설거지를 해야하니 그게 너무 미안하다. 물론 얘기하면 해주거나 사다준다. 하지만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하다.

    저녁은 갑자기 먹고싶던 김밥을 먹었다. 생각보다 일찍 온 신랑을 데리고 김밥천국을 갔는데 김밥을 먹으면서도 김밥이 먹고싶었다. 엄마가 해주는 집김밥. 우리 엄마 김밥 잘하는데. 참기름도 좋은거 써서 비염인 내 코에도 냄새가 향기로운.

    "마누라 나 게임해도 되?"
    "응 해~ 언제는 물어보고 했어? 내가 하지말람 않할거야?" 
    "ㅎㅎ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몸살이 더 심해지는거 같다. 눈이 푹 꺼지는 느낌. 체온계는 38도. 약을 먹고싶었지만 자주 먹으면 안되니까 그냥 참아본다. 대신 따끈한 유자차가 생각났다. 하지만 우리집엔 유자차가 없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생강청은 있는데 생강, 계피는 임산부에게 좋지않단 얘기를 들었으니 참아보기로 한다. 

    "신랑 나 유자차가 먹고싶어."
    "집에 유자차 있어? 유자차 없을텐데 보리차 끓여먹어~"
    "..."

     집앞 상가에 있는 슈퍼에 전화를 했다. 유자차가 있느냐고. 있단다. 알겠다 하고 다시 옷을 입는다. 유자차 사러.

    "상가 마트에 전화한거야? 유자차 있데?"
    "응 있데."
    "근데 유자차 임산부 먹어도 되는거야?"
    "..."

    다시 밖으로 나와 슈퍼로 걸어간다.  규모가 작아 없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팔고있구나. 얼른 사서 집에 가 마시고싶다. 그건 그렇고 바람이 너무 차구나.

    그렇게 유자차를 사온 후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준 머그컵에 유자차를 마신다. 계속 다니고 싶었는데. 참 아쉬움이 많은 회사였는데.

    혼자 밖에 보냈던게 미안했는지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사용한 식기의 용도를 물어본다. 이 큰 그릇은 왜 썼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혹시 라면 끓여먹었는지. 물어보면 답해준다. 설거지 해주는게 어디야. 신랑은 귀한 아들이라 시댁에선 설거지를 해본적이 손에 꼽았으니까. 나를 많이 배려해주거라 생각한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통 들지 않는다. 신랑은 벌써 꿈나라고 나는 욱신대는 몸뚱아리를 감싸안고 끙끙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배가 고파지는게 너무 싫다. 입덧 때문에 아무거나 못먹는데 하필이면 김치전이 먹고싶다. 신랑을 깨워 해달라 할 수도 없고 배달집은 9시면 문을 닫는 작은 읍내고. 오늘 밤도 배고픔을 참아본다. 

    내가 이렇게 아프면 우리 엄마는 먹고싶은게 뭔지. 필요한건 없는지 시간마다 물어봐 주는데. 오늘따라 더욱 엄마가 보고싶다. 길고 긴 명절에도 친정은 하루밖에 없었는데. 곧 있을 2박 3일 대가족 시댁여행을  다녀온 후엔 친정에 일주일 이상 있을 예정이다. 명절에도 짧게 있다왔고 시댁 여행 다녀오니 엄마가 보고싶고 또 엄마도 아빠도 옆에서 날 챙겨주고 싶어한다고. 엄마가 집에와서 며칠 있다 가라고 계속 말해주었는데 명분이 생겨서 다행이다. 명분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데 적어도 눈치 안보고 갈 수 있으니까.

    30분 조금 안되게 이 글을 쓰다보니 다시 잠이 온다. 어제 잘때 꿈에서 엄마랑 동생들이 집에 놀러왔었는데 이번엔 내가 놀러가는 꿈을 꾸고싶다. 꿈에서 김치전도 해먹고 감자탕도 해먹고. 생각만해도 기대된다. 꿈에 안나오면 뭐 어떠랴. 다음주에 내가 가서 먹으면 되니깐.

    자고 일어나면 몸살도 낫고 열도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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