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리즈물로 써내려갈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넘버링
"학부생 수준"의 미생물학에서 배우는 바이러스는 보통 이정도쯤 될겁니다. 제가 미생물학 전공도 아니니 전공자분들께서는 지적 마구 하셔도 됩니다. 발로 지적해도 전 모릅니다. -_-)
- 기생형태에 따른 분류 : 세균/고세균(고세균은 환경이 독특하기 때문에 거의 별개로 보는듯 합니다)/진핵생물(식물,동물,기타등등)
- 유전물질의 특성에 따른 분류 : dsDNA/ssDNA/dsRNA/ssRNA/ssRNA-RT/dsDNA-RT 총 6개던가 그럴겁니다.
그런데, 지구는 넓고 미생물은 널리고 널려서, 이러한 6개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 존재가 있습니다. 여러 편의상 생물학에서 다루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이라고 하지 않지만 이 바이러스라고 하기에도 특이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Viroid입니다.
...애시당초 미생물학이나 병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이 존재를 잘 모릅니다. 워낙 비중이 낮아서 안배우거든요.
1) 기본적인 특징
바이러스와 구별되는 특징은 크게 네가지가 있습니다.
- 유전물질로 RNA를 사용한다 : RNA바이러스나 일부 레트로바이러스가 RNA만을 사용하는데 반해, 바이로이드는 RNA만 사용합니다.
- 단백질 외피가 없다 : 보통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단백질의 외피가 결정짓지만 바이로이드는 외피가 없습니다.
- 유전물질의 크기가 매우 작다 : 가장 큰 바이로이드가 약 460b입니다. kb가 아니라 b입니다.
- 현재까지 식물, 그것도 고등식물(피자식물)에서만 발병한다 : 왜 이런지는 아직도 불명입니다.
2) 세부적인 사항
- 바이로이드의 유전물질의 양은 단백질을 구성하지 못합니다.
유전물질이 워낙 작은 분자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작다는 박테리오파지의 유전물질을 호수에 비유하면 바이로이드는 거기 던져진 조약돌 수준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추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바이러스와는 달리 페놀등을 이용한 별도의 추출법을 사용해야합니다.
- 그럼에도 바이로이드는 효과적으로 증식합니다.
일단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바이로이드는 RNA합성과정에 개입하는것으로 추정을 합니다. 추정을 한다는 뜻은 아직 구체적인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Northren Blotting 해보신분들은 이게 얼마나 빡센건지 아마 아실겁니다. 별도의 단백질을 만들지도 않고, RNA복제만을 하는데 어떻게 RNA의 복제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분명한건 지금 밝혀진 바이로이드의 구조는 mRNA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 바이로이드가 증식한다고 해서 병징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이게 가장 웃기는 일인데(...) 몇몇 비-_-싼 검사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바이로이드 잠복 매개체를 효과적으로 탐지를 할 수 없습니다. 분명 바이로이드에 의한 병징이 나타나면 바이로이드가 나오는건 맞는데, 잠복중인 바이로이드에서 폭발적으로 증식을 하는 경우가 있고 오히러 소수의 바이로이드만 증식을 했음에도 바로 병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백질 합성효소와의 연관관계를 추정하고 있지만 밝혀진건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이쯤되면 왜 일반적인 생물학 커리큘럼에서 안배우는지 감이 오실겁니다.
- 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열에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체의 병원균을 제거하는 방법중 하나가 열에 의한 가열법인데, 바이로이드 자체는 80도의 온도에서 10분이상 가열을 해도 병원력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오토클레이브도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며 반면 일부 생물학적/화학적인 처리에는 바로 훅 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RNA분해효소Northren Blotting의 적 와 차아염소산 용액에는 바로 훅 가게 됩니다. 열소독을 할경우 RNA분자를 태울정도의 강한 열이 권장되던가 그럴겁니다.(가물가물)
3) 왜 연구가 미진한가?
- 진입장벽이 높다
RT-PCR도 잘 안되고, Northren Blotting으로 해결을 봐야합니다. 여기에 염기 한두개가 바뀌는것만으로 병징과 증상등이 확 바뀌기 때문에 Tracer를 쓰는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일부 Tracer를 이용한 연구가 있긴 한데 학부생 레벨에서는 배울일이 없고, 바이로이드 전공하는 석사급이나 이해를 하더군요. 아마 한국에 없을겁니다.
- 돈이 안된다.
바이러스는 염기서열을 알고 감염특성을 알면 예방법과 치료법을 찾을수 있고, 많은 항바이러스 약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로이드는 그런것도 없고, 식물에만 발병하다보니 그냥 해당 지역에 바이로이드가 창궐하면 다른걸 심어버립니다.(...) 그리고 몇년쯤 지나면 아마 바이로이드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RNA분해효소에 의해 소멸했을테고(??) 그때 가서 다른걸 심는 방법을 씁니다. 사실 식물의 대 바이러스 대책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바이러스 매개체를 조지는 식물의 대 바이러스 대책과는 달리 바이로이드는 딱히 매개체를 조지지도 않습니다.(...)
- 뭔가 너무 양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종자의 경우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빈도가 낮으며, 특히 화분(Pollen)의 경우 거의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러스의 번식속도보다 Pollen의 번식속도가 빠르며, 이미 세포내에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있을 경우 세포 자체가 소멸이 되기 때문입니다(이건 꽤 복잡한 양식이며, 항상 성공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바이로이드의 주 매개체중에는 화분이 있습니다. 그냥 바이로이드 감염된 상태로도 화분세포는 수정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고, 수정을 하는 순간 씨앗부터 바이로이드에 감염이 되게 됩니다.(...)
물론 엄청나게 종특이성을 가리기 때문에 근연종이라 하더 감염이 되고 안되고의 차이가 엄청 클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바이로이드가 총 20개 종이 있던가 그럴겁니다. 아마도요. 이러니 별 재미가 없죠.(...)
하지만 RNA가 이정도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증거자료이다보니 생명기원을 바이로이드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최초의 유전체가 어떻게 번식을 했는가에 대해서 밝혀주진 않고 있지만요.
이거 시험문제에 나오면 피토합니다. 그리고 교수들은 꼭 시험을 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