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이신분들,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라는 글의 링크.
37살, 81년생 남자입니다. 신랑이라고 하기에는 결혼 12년차라, 이제는 그렇게 부르기는 부끄럽네요.
요즘, 저희 또래 정말 결혼하기 힘들어요. 사실,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은, 좀 행복한 편에 속하죠. 요즘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1) 저는, 결혼할 때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대학 2학년 때 였습니다. 주변에서 반대가 정말 심했죠. 특히 아내쪽.
제 아내는 저랑 동갑인데, 여자는 대학원생, 남자는 대학교 2학년...아무래도 반대가 심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때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가 이것저것 보고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결혼 반대하는 분들은,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분, 찬성하는 분은 결혼 생활에 나름 만족을 느끼고 사시는 분.'
그래서 결혼을 결정했어요. '나는 결혼에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라고...
2)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워너비가 되고 싶어하는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적당한 거리감도 있고, 서로 존중하고, 둘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매일 곱씹으면서 살고 있죠. 그 과정에서 아이가 둘이 생겼구요.
저희 부부가,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둘 다 캐릭터 엄청 강한 사람들이고, 차이도 크고, 둘 다 처세술에는 자타공인 빵점이고, 섹스리스였던 적도 있고......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제가 일하는 홑벌이이고, 아내는 가정 주부입니다.
애들이 7살 5살이라, 예전보다는 좀 편해진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물고기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죠.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이렇게 생각하고 삽니다.
'나, 정말 사는 거 힘든데, 그래도 나보다는 네가 더 힘들거라고 생각해.'
3) 회사가 어려워져서, 봉급이 몇 달 밀린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밀린 봉급을 받았더니, 거의 10달 치 더군요.
사실, 특별히 저축을 해 놓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동안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회사에 봉급을 달라고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제 위치상, 봉급이 모자르면, 제일 처음 봉급이 밀리는 위치라, 더 그랬구요.
어느날은 회사에서 퇴근하고, 저녁밥을 먹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쌀이 떨어졌는데, 쌀을 살 돈이 없어서, 큰 거 못 사고 5Kg짜리 하나 샀어..."
홑벌이 하시는 분 들 중에, 이 말씀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 분 있나요? 돈 벌어 오는 입장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죠.
근데 아내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근데, 그 적은 돈 안에서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면서 사는 게 꽤 재미있어..."
아내 자랑 같죠? 아내 자랑 맞아요. 맞기도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해 보신 적이 있나요?
4)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일 쓸데 없는 말이 아내 / 남편 흉보기예요.
사람은, 보면, 결국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만나더라구요. 모자르면 모자른대로, 돈 많으면 또 돈 많은대로, 뭐 그런 사람들끼리.
내가 내 아내나 남편을 흉보는 건, 그건 뭐 내가 내 흉보는 거랑 같아요...
그렇게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5) 예전에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물고기 잡는' 제도 같은 거였죠. 다 잡은 물고기 밥 안준다는...
하지만, 요즘 그렇나요? 세 커플 중 한 커플 이혼하는 마당에...
그래서 저는, 매일 그 생각을 하고 삽니다...아내가 갑자기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언제나 아내를 열심히 대합니다. 안 떠나야 하고, 떠날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어야 하고, 설사 떠났더라도 다른 사람이랑 비교했을 때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서...
쉽지 않은 일이예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6) 존대를 써 왔어요. 거진 10년 넘게....어느날 제 아내가 카톡으로 반말을 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가깝게 느껴져서...
그만큼, 거리도 있었지만, 그만큼 서로를 정말 존경 해 왔습니다...그래서, 대화할 때,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할 수 있어요...
아내한테도, 남편한테도 하기 힘든 말이라는거, 저도 있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더라구요.
7) 조금 꼰대같은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남자를 위한 제도인가 여자를 위한 제도인가에 대해,
남자를 위한 제도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기분 나쁘실지 몰라도, 그 수준에 맞는 분을 만나신거예요.
인문학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는, '임신한 여자를 책임 지울 사람을 명확히 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양육이 발전한 나라가 결혼이라는 제도가 좀 더 리버럴한 거구요.
8) 결혼이라는 제도가, 내 사람이 나한테서 떨어지는 것을 지켜주지는 않아요.
결국 그 사람이 나를 떠날 때, 또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결혼이라는 것이 여러분을 지켜주지 않아요. 여러분 옆에 있는 분은, 여러분이 열심히, 매일, 최선을 다해서 지켜야 떠나지 않아요.
결혼을 했으니 불륜을 저지르면 안된다?
예 그렇죠. 사회적인 공감대로는요.
하지만, 누구나, 인간은, 여자라도, 남자라도, 자기가 채우지 못한 욕구가 너무 크고, 절대로 포기하지 못할 욕구라면, 결국엔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채우려고 합니다.
불륜도, 성매매도 그런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8) 그래서 제 결론은,
결혼이란 제도, 생각보다 그렇게 뭐 대단한 제도도 아니구요. (특히 요즘)
결혼 했다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구요.
결혼 했으면 상대방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그것보다 20% 정도만 더 해보세요.
'나보다 무조건 상대방이 더 힘들거야.' 라고....세뇌라도 하시고...
'내가 이 사랑이 식을 때가 언젠가는 올 것.' 이라고 인정하시되,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라고 세뇌라도 하시면서 아침에 일어나세요.
9) 그래서, 저는, 꽤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 다른 사람들은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일 좋은 보석을 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