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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0394
    작성자 : aaa1
    추천 : 75
    조회수 : 5748
    IP : 211.200.***.129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7/26 10:54:17
    원글작성시간 : 2004/07/26 01:33:34
    http://todayhumor.com/?humorbest_50394 모바일
    파리의 연인 왜곡 심각하다
    최근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인간의 러브 스토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연속으로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천국의 계단’에 이어 요즘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파리의 연인’까지. 우연인지 몰라도 특정 방송국의 드라마이군요. 이들 드라마의 줄거리를 모르고 있으면 젊은 직장인들의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과장일까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드라마 한 편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문화산업적 영향력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오늘 저는 시청자 개인의 경력개발 및 진로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생각을 해볼까 해요. 앞서 말씀 드린 드라마들의 주시청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탐색해야 하는 10-20대 여성이거나 경력 개발 방향을 놓고 고심중인 30대 여성이라는 점을 주목합시다. 

     

    한편의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시청하기에는 드라마가 시청자 개인의 뇌리속에 남길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과거 헤드헌팅 업계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를 보고 헤드헌터 세계에 입문하게 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허준’, `대장금’ 같은 한의학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의학과 커트라인이 올라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의학과에 입학하겠다고 시험공부중인 사람들도 제 주변에도 몇 분 계실 정도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벌 2세 드라마는 기업에 대한 작가들의 무지와 방송사의 방관으로 인해 기업 근무환경과 기업인, 워킹우먼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리의 연인’을 봅시다. 글로벌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자동차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등장하는 한기주라는 인물은 그 직업적 역할을 생각해볼 때 지나치게 한가해 보입니다. 

    또 사장과 말단 신입사원이 사내에서 개인적인 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대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입니다. 사장이 야근중인 신입사원의 일을 직접 도와주고 있는 장면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죠. 대기업 사장이 개인적인 호감이 있는 여성을 자기 회사에 취직시켰다는 설정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요. 게다가 언론에 사생활이 한번 노출(약혼식을 취소시키는 장면)된 최고경영자에게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처럼 자유롭게 행동할 수는 없겠지요. `파파라치’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니 말이죠.  

     
    기업의 구조에 대해서도 너무 무신경하다는 느낌입니다. 최이사라는 인물은 마치 회사의 실무 전반을 모두 책임진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의 규모에서 이사급이 그런 막강 파워를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 현대자동차라는 회사를 보면 사장급만 해도 여러 명이 있습니다. 영업 전담 사장, 연구개발 전담 사장, 기획 전담 사장 등 사장급만 해도 자기의 고유 업무가 다른데 어떻게 이사급 한 명이 오너 패밀리의 가정사에서부터 회사의 해외거래처 업무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는지.  

     
    `발리에서 생긴 일’은 상황이 좀더 심각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다고 하지만 대리급 직원이 그룹 총수가 주재하는 미팅에 참석해서 발언을 하는 광경은 지나치더군요. `천국의 계단’에 등장하는 기업인들의 모습 역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려지고 있는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도 문제입니다. `파리의 연인’에 등장하는 태영이라는 인물은 영화 공부를 위해 프랑스 유학까지 결행했던 인물인데 자신의 직업적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보에 영화 칼럼을 쓰다가 사장과의 로맨스가 발각되면서 해고된 뒤 복합영화관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태영의 이력서를 한번 써보세요. 태영이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아마도 영화제작사나 영화홍보대행사 또는 광고대행사, 마케팅 컨설팅 회사 등에 수 십 차례 이력서를 냈을 겁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하지원의 경우도 여행사 직원으로 일한 경력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여행사 경력자가 드라마에서처럼 대기업 리셉션리스트나 갤러리 보조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될까요. 

     
    우리나라는 학생 시절에 기업 근무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습니다. 내가 직장인이 되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 것인지를 대개 이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상상하게 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드라마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직업교육의 수단이자 경력전환의 자료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 작가 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직업적인 근성이 아쉽습니다. 현장감 있는 작가를 등용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를 갖춰달라는 주문도 방송사에 해봅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경력관리 컨설턴트로서의 제 책임감으로는 감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박운영(헤드헌터/미국공인경력개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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