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말하자면 본인도 동성애는 괜찮고, 근친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본인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는
- 동성애는 완전한 타자이고, 근친은 완전한 타자가 아니다.
(다만, 유전자가 같아도 정신적으로 완전한 타자라 인식하는 경우는 제법 많다. '정자은행'이 대표적인 예)
(타자라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다.)
- 자연계에서 근친은 동성애보다 드물게 일어난다.
(근친이 일어나지 않는게 아니고, 무엇보다 둘 다 드물지만 일어난다는 것이 반론이 된다.)
요렇게 크게 두가지이다.
스스로는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되돌아서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이게 옳은 근거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부터 내가 적으려고 하는 내용은 일단 결론은 '동성애는 괜찮고, 근친은 안된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근거로써의 접근을 새롭게 해볼까 한다.
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단에서 말하는 가족이라는건 '완전한 타인인 양쪽 성을 가진 두사람이 엮이고,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으로 정의한다. 다만, 이런 정의가 과거의 모든 가족이라고 부르는 집단들에 전부 부합하는 정의라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근친의 경우 과거 원시부족 시대에서는 부족간의 교류가 있기 전까지는 분명히 자기 부족내에서만 성관계를 가지고, 그리고 왕가와 귀족의 경우에는 굉장히 흔했다. 설령 당시 종교가 번성했다 하더라도, 왕가와 귀족 간의 결혼까지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권에 따라서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라는 풍습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결함을 말하기에는 기존의 이런 풍습들이 아주 긴 역사동안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여타생물도 그닥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니, 여타생물은 인간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거로써는 적절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근친의 경우 생물학적 결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 패턴과 기존의 생물 패턴의 차이가 결혼 풍습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접근해보자면, 한가지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이 동물에 비해 '경제활동'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교육학에서도 언급하듯이 여타생물은 대부분 선천적인 능력이 있고, 자급자족이 되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선택에 대해서는 근친이나 동성애를 하면서 일으키는 문제도 협소하고, 개체간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되려 동성애의 경우에는 생존을 위해 필수요소로써 존재하는 동물종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특정적인 선천적 능력이 여타 동물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여 환경을 변화시키는 기제를 만들 수 있는 뛰어난 두뇌 정도이다. 같은 시간을 두고 한번에 한두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에서, 서로간에 부족한 것을 교환이라는 행위를 통해 충족시키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모든 행위를 '경제활동'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고 외부위협으로부터 보호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여타 동물들에 비해 매우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고,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교환이나 공유로 교류하고, 종족 번식이나 재생산을 하기 위해 서로의 뒤를 돌봐주는 것을 필요로 하게 되어 충분히 제어가 되는 최소한의 단위로써 '가족'이라는 것을 구성하게 된다.
(사실 이는 다른 생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성장기간의 길이가 가족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킨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주관적이고 감정적으로 전달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가족을 이루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이점은 '사적 재산의 공유 및 보호'일 것이다.
(실제로 결혼과 관련된 법률에서 사적 재산과 책임, 양육권, 보살핌을 받을 권리는 가족간에 공유되는 것으로 본다.)
모든 사람이 나눌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재화인 '자유재'와는 다르게, 사적 재산의 경우에는 환경과 노력여하에 따라서 얻는 양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희귀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잃으면 커다란 손실이 되는 이런 희귀재를 얻거나 보호하기 위해서 '가족'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타인의 '사적재산'을 교환이라는 노력 대신 공유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재산을 보호해줄 아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타부족간의 결혼, 귀족과 왕가의 계급차별적 결혼, 현대의 타자와의 결혼, 재산과 가정에 의해 선택되는 정략결혼을 포함한 모든 결혼은 비용 대비 효용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경제적인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면, 재생산(출산 및 육아)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게 될 경우.
근친이라는 것은 결혼에 대한 명시적 비용은 들지언정 효용이 거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는 것으로 비춰진다.
정자은행이나 입양 따위로 인해 근친관계이지만 따로 살게 되는 경우에는 각자의 '사적재산'을 모은 상태에서 결합이 되는 것이므로, 허용이 된다.
동성애의 경우, 분명 재생산(출산 및 육아)이 되지는 않지만 쌍방간의 사적 재산을 공유하거나 보호한다는 점에서는 올바른 결혼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주관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게 될 경우.
가족관계마져도 이권다툼으로 보게 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런식의 접근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주관적이지만 경제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으로 보게 될 경우에는 올바른 접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