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일찍 들어오면 와이프한테 털어놓을까 하다가....
에혀, 와이프 힘들땐 저도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못챙겨준걸 알기에..이렇게 모르는 분들께 터놓습니다.
저는 그냥 대한민국 평범한 대기업 다니는 남잡니다. 좀 있으면 마흔되구요.
뭐 이런저런 공부욕심, 미래에 대한 불안속에서 사회과학분야 박사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워낙 나이먹어하는 공부가 재밌는지라, 직장도 공부 보장되는 연구소 비슷한 곳으로 옮겼구요.
그런데 연구소에서 주로 다루는 게 경영쪽 콘텐츠이다 보니 기왕이면 업무에 도움도 받으려고
경영학과 대학원 수업도 골라 듣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하나 신청해서 들었는데..
큰 실수를 해버린 것 같습니다.
일단 해당 전공 석사 1학기생들의 필수과목 같은건데, 해당전공 교수들 7~8명이 1~2주씩 돌아가면서 가르칩니다.
근데, 다 본과 학부에서 올라온 애들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제가 뭐 중간에 어찌하기도 뭐해서...
그냥 대낮에 하는 수업 들으러 갈수 있는 것 그거 하나 감사하며 다니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수업을 팀 티칭으로 하는거라 그래도 정말 저 그룹안에 없으면 뭐가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대학원엔 잘 있지도 않은 시험까지 중간기말 꼬박 열심히 공부해 봐 가면서...
이렇게 한 학기 보냈는데요.
역시나 다른 과에서 뭔가 관심이 있어서 온 친구와 오늘 시험보고 나서 하는 프로포절(논문 이렇게 쓰겠다는 제안서)
발표를 하는데 제가 나가서 했습니다. 저는 사실 대충 이런 아이디어다. 라고 얘기만 하고 다음주 초까지 내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뭐 다들 거의다 완성본처럼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왔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학문에, 늘 답답한 정보(조교 한명 있는데 진짜 답답합니다. 늘 정보도 제대로 안알려줍니다.)에 시달리다
결국 발표에 나선 저는 나이 마흔을 2년 앞둔 시점에 제 또래 교수들까지 있는데 웃음 거리가 되고 맙니다.
수업 관장 교수는 뭐랄까 참 원칙주의자이면서도 굉장히 말이 쎕니다. 영어강의다 보니 소통도 빡센데..
도발이 들어오니 저도 강하게 안되는 영어로 받아치고...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그들은 그네들끼리 종강파티를 하러 갔습니다.
물론 저는 가봤자 어색할 거 같아서 회사 일 있다고 그렇게 왔지요
부끄럽게 도망쳐 나와 집에 와서 혼자 술먹고 있습니다. 제가 제돈내고 받은 모멸감에 참 한심하지만...
뭔가 지난 중간고사볼때부터 느껴졌던 그 엄청난 '싸~함'이 진짜 이렇게 마무리 되는가 싶습니다.
제 모교인데요, 제가 입학하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제 전공이 저쪽보다 훨씬 인정받았거든요.
뭔가모를 엄청난 거만한 분위기에 다음학기부터는 그냥 제 전공만 충실히 들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부들부들 술마시고 있습니다.
입학해서 지금까지 4과목 정도 이수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별로 안좋은 학점도 나오고 그럴 것 같습니다.
뭐 그런거야 그렇다 치고...그냥 제 삶에 회의가 들어서 이렇게 술마시며 한자 남기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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