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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ju_49266
    작성자 : 태희보고선비
    추천 : 2
    조회수 : 365
    IP : 14.39.***.8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6/19 20:14:36
    http://todayhumor.com/?soju_49266 모바일
    혼자 술먹고 있어요
    와이프가 일찍 들어오면 와이프한테 털어놓을까 하다가....

    에혀, 와이프 힘들땐 저도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못챙겨준걸 알기에..이렇게 모르는 분들께 터놓습니다.

    저는 그냥 대한민국 평범한 대기업 다니는 남잡니다. 좀 있으면 마흔되구요.

    뭐 이런저런 공부욕심, 미래에 대한 불안속에서 사회과학분야 박사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워낙 나이먹어하는 공부가 재밌는지라, 직장도 공부 보장되는 연구소 비슷한 곳으로 옮겼구요.

    그런데 연구소에서 주로 다루는 게 경영쪽 콘텐츠이다 보니 기왕이면 업무에 도움도 받으려고

    경영학과 대학원 수업도 골라 듣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하나 신청해서 들었는데..

    큰 실수를 해버린 것 같습니다.

    일단 해당 전공 석사 1학기생들의 필수과목 같은건데, 해당전공 교수들 7~8명이 1~2주씩 돌아가면서 가르칩니다.

    근데, 다 본과 학부에서 올라온 애들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제가 뭐 중간에 어찌하기도 뭐해서...

    그냥 대낮에 하는 수업 들으러 갈수 있는 것 그거 하나 감사하며 다니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수업을 팀 티칭으로 하는거라 그래도 정말 저 그룹안에 없으면 뭐가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대학원엔 잘 있지도 않은 시험까지 중간기말 꼬박 열심히 공부해 봐 가면서...

    이렇게 한 학기 보냈는데요.

    역시나 다른 과에서 뭔가 관심이 있어서 온 친구와 오늘 시험보고 나서 하는 프로포절(논문 이렇게 쓰겠다는 제안서)

    발표를 하는데 제가 나가서 했습니다. 저는 사실 대충 이런 아이디어다. 라고 얘기만 하고 다음주 초까지 내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뭐 다들 거의다 완성본처럼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왔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학문에, 늘 답답한 정보(조교 한명 있는데 진짜 답답합니다. 늘 정보도 제대로 안알려줍니다.)에 시달리다

    결국 발표에 나선 저는 나이 마흔을 2년 앞둔 시점에 제 또래 교수들까지 있는데 웃음 거리가 되고 맙니다.

    수업 관장 교수는 뭐랄까 참 원칙주의자이면서도 굉장히 말이 쎕니다. 영어강의다 보니 소통도 빡센데..

    도발이 들어오니 저도 강하게 안되는 영어로 받아치고...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그들은 그네들끼리 종강파티를 하러 갔습니다.

    물론 저는 가봤자 어색할 거 같아서 회사 일 있다고 그렇게 왔지요

    부끄럽게 도망쳐 나와 집에 와서 혼자 술먹고 있습니다. 제가 제돈내고 받은 모멸감에 참 한심하지만...

    뭔가 지난 중간고사볼때부터 느껴졌던 그 엄청난 '싸~함'이 진짜 이렇게 마무리 되는가 싶습니다.

    제 모교인데요, 제가 입학하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제 전공이 저쪽보다 훨씬 인정받았거든요.

    뭔가모를 엄청난 거만한 분위기에 다음학기부터는 그냥 제 전공만 충실히 들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부들부들 술마시고 있습니다.

    입학해서 지금까지 4과목 정도 이수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별로 안좋은 학점도 나오고 그럴 것 같습니다.

    뭐 그런거야 그렇다 치고...그냥 제 삶에 회의가 들어서 이렇게 술마시며 한자 남기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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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9 21:37:04  59.20.***.77  umc/uw  136856
    [2] 2015/06/19 21:45:49  182.229.***.97  mooai1030  39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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