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 대하서 딱히 선입견을 조장하고자 쓰는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어떤 작은 접촉사고든 증거를 꼭 남기시길 바라면서 씁니다. 내용이 좀 길어요...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 갑니다.
어제 아부지 동료분이 겪으신 일임. 편의상 이 분을 아저씨라 칭하게씀. 울 아부지랑 아저씨는 거리청소용 물차를 운전하심. 일은 보통 새벽 4-5시쯤 인적 드문 시간에 시작됨. 그리고 이 물청소차는 끝차선에서만 운영함. 그런데 어제! 마침! 아저씨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범택시가 있었던 것임. 시동도 꺼져있고 택시기사가 잠이 들었나 싶어 아저씨가 상향등을 두번 깜빡이심. 다행히 브레이크등에 불도 들어오고 시동도 켜짐. 그런데 이게 뭥미?! 이 택시가 혼자 후진하더니 아저씨차를 콩 박은 것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쿵도 아니고 그냥 콩임. 물론 그 동안 아저씨차는 계속 가만히 있었음. 택시기사가 내려서 부딪힌 곳을 보더니 미안하다고 사과함. 아저씨는 아부지 생각도 나고 (택시기사가 70대로 보였다함 이하 노인네) 차에 흠집도 없도 하니 그냥 보내드렸다함. 그런데 그 노인네가 자기 택시 몰고 쩌만치 앞에 가더니 다시 내려서 주위를 열심히 살폈다 함. 아저씨는 이때부터 기분이 매우 찜찜해졌음.
멘붕은 이제부터 시작임. 낮에 구청으로 전화가 걸려옴. 새벽에 물청소차가 자기 택시 뒤를 박고는 말 한마디 없이 도망갔다, 나는 병원에 입원도 해야한다, 꼭 그 놈을 잡아달라 횡설수설하는 노인네의 전화였음. 당연히 구청에선 비상이 걸림. 물청소차 운전기사는 몇 분 안계시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다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음. 아저씨는 바로 자기 일임을 직감하고 반장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함. 아주 다행스럽게도 모든 구청소속 차에는 블랙박스가 달려있음. 앞에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들이 깨끗하게 녹화됨. 반장님이 그 노인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증거도 가지고 있으니 괜히 사기치지 맙시다라고 말을 하고 그 노인네도 알았다고 함.
그날 오후. 노인네에게 다시 전화가 왔음.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상 억울해서 안되겠다고 경찰서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함. 본인이 뺑소니신고도 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 앍ㅋㅋㅋ 이 노인네는 지가 주위에 cctv없는 걸 다 확인했고, 그런 대형 물청소차에 달린 블랙박스가 아래를 제대로 찍었을리 없다 생각한 거 같음. 기껏 생각해서 배려했더니만 일이 이렇게 되자 반장님과 아저씨도 뚜껑이 열림. 경찰서로 가서 블랙박스를 함께 확인함. 경찰들은 어이상실. 그 노인네는 아연실색하고 바로 태세전환.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빔. 경찰이 순찰차로 다시 아저씨랑 반장님을 구청에 모셔다 드렸다는데 그 노인네가 직접 문도 열어주며 계속 빌었다 함. 경찰에서는 증거도 확실하니 무고죄로 신고도 가능하라 권했는데 아저씨는 어쩌면 좋을지 고민 중이라 하심. 물론 난 아버지께 이 얘길 듣자마자 이번 기회에 무고죄 전력을 남겨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함ㅋ 그냥 넘기면 또 이런 시비가 또 생겼을 때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르는 일 아니겠음? 신고를 꼭 하셨으면 좋겠지만 어찌될지...
이 이야기를 멘붕게시판에 쓰는 이유는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 우리 아빠는 블랙박스가 흔치 않던 시절 택시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두번이나 당하셨음. 보통 대형차와 소형차 사이에 시비가 붙으면 대형차가 매우 불리함. 증거도 없으니 택시기사ㅅㅋ들이 주장하는 대로 합의금을 물으셔야 했음... 이 아저씨도 블박이 없었으면 똑같이 당하셨을 거임. 택시기사분들을 다 폄하하고 싶지 않지만 본인과 아버지, 아버지 동료분들이 겪은 일들을 다 종합해보면..... 신뢰가 가질 않음.
결론은 아무리 작은 접촉사고, 심지어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 사고라도 증거를 꼭 남겨야 한다는 것임. 빨리 보험사랑 경찰을 부르든가, 블박영상을 남기든가, 하다못해 사고직후 상대편과의 음성을 녹취하든 증거는 필수임.
마지막으로 제발 사람들 양심적으로 살았음 좋겠음.......... 정말 자기가 지은 죄까지 남한테 뒤집어씌우는 꼴을 보자니 야당생각나서 아주 절레절레함. 다들 행복한 운전..... 안전 운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