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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17.
회사 연수원 연수실장 자리 쫑내고 백수가 된지 이제 3주차...
할 일이라고는 철퇴녀(딸래미) 등하교 지원을 하거나,
(한적한 시골이라 버스가 별루 없다. 그리고 버스비보다는 내 차로 모시는게 더 싸다)
설겆이, 빨래, 요리, 청소, 와이프와 영화보기...
그리고 동네 아줌니들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서 수다떠는 일이다.
이 아줌니들 모이면 첨에는 북한 야그, 정치 야그, 중동이나 보스턴 폭탄테러 야그 같은 걸루 시작하지만
5분도 못가서 학원 야그, 강사 야그, 학교 야그로 흘러간다.
그러면서 내게 물어온다.
"따님은 어느 학교 다녀요? 대학생 같던데..."
"아~ 잠자다가 그 학교 다니는 꿈도 꾸곤 하더니 결국 지가 원하는 대학에 갔어요."
요따우 대답은 이 아줌니들 성에 차지 않는다.
이 아줌니들에게 어떤 대학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어느 대학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관심 가질만한 대학이 아니라는 것은 이 아줌니들이 이미 짐작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달랑 10분만에 철퇴녀를 데려다주고 들어오니깐...
그러니까 반경 5분거리 이내에 대학교가 4개나 있지만 죄다 지방 4류 떨거지 대학...
심지어 5류 혹은 誤류나는 대학(설립인가를 어떻게 받았는지도 의심스러운)도 있지.
곧 아줌니들은 자기 아들/딸이 다니는 학원 수강과목이나 끝내주는 쪽집개 강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토익점수(아유~ 고1인데 벌써 900점 넘으니 대학 가면 만점 되겠네요~)나
등급(이번에 2등급으로 떨어져서 큰일이예요) 따위로 화제가 넘어간다.
그럼 난 혼잣말을 한다.
'이런 동네에 사는 주제에 판검사나 의사는 엉감생심일 것이고, 대기업 취직이나 생각할텐데...
뭘 그리 돈 들여가면서 애를 머슴 만들려고 애를 쓰는지...
글고 대기업 취직도 이 중에서 한 둘 빼고는 택도 없지.
하기사 창업할 능력은 없고 남 머슴 되면 당장은 편하기는 할꺼야...'
하지만 이런 생각을 아줌니들이 이해하더라도 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고,
자기주도형 직업이라는건 그걸 선택하는 즉시 망하기 딱 좋은데다가,
판검사나 의사가 되어도 물려받은 재산이 30억이 안되면 남의 머슴살이 하긴 매일반이다.
결국 속 편하고 안전한 길은, 그러니까 부모로서 자식이 입에 풀칠하고 살기에 딱 좋아 보이는 것은 남의 머슴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아줌니들에게 말한다.
"아이구~ 다들 자제분 스펙이 끝내 주네요.
근데요...
한국 부모들은 60%가 자식이 취직하길 원하고
미국 부모들은 70%가 자식이 창업하길 원하고
핀란드 부모들은 70%가 자식의 뜻에 응원하겠데요.
그래서 한국 애들은 쓸데없는 스펙이 많구, 외국 애들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스펙을 쌓아요."
다들 '이 아저씨가 뭔 소릴 하는거야' 하는 표정으로 본다.
나는 한국의 자살률이 1위이고,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에서 꼴찌 다음인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엮을 수 있었지만,
이거 이해할 아줌니들이면 애초에 아파트 분리수거장 대화가 이딴 식으로 흘러오지는 않았을꺼 같았다.
마지막 페트병을 수거함에 담고 자루를 탈탈 털고 그 곳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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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만큼 공정한게 없다고 하시는 분, 부정이 끼어들 소지가 적어서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댓글 다시는 분들께
이 그림들을 추가로 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