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로 쓰겠음
곧 이사를 앞두고 있음
그런데 2년전 이사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왜 내가 말하면 안 들어주고 버티다가 남편에게 SOS 쳐서 남편이 말하면 해결해주는건지 모르겠음
내가 인상이 좀 순하게 생겼음
착해보이는 강아지상임
그래서 그런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음
이게 싫어서 어느 순간 말투도 딱딱해지고 인상도 쓰고 목소리도 커졌는데
사실 난 이런 내가 싫음
난 사람에게 공손하고 싶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싶고 기분 좋게 인사 나누고 고마움 표하고 싶은데
왜 내가 그렇게 하면 날 호구로 보고 막 대하는건지 모르겠음
반면 우리 남편은 키도 크고 덩치도 좀 있고
눈이 옆으로 약간 째져서 무표정하면 화난 것처럼 보이고 웃어도 막 엄청 기분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일단 아주머니들은 백퍼 무서워하고 말 잘 들어주고
아저씨들도 디립따 무시하진 않음
그런걸 볼 때마다 난 너무 화가 남
둘다 같은 걸 요구했는데 왜 내가 말하면 안 들어주고 남편이 말하면 들어주는지??
일화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첫번째
2년 전 여름 이사할 때 화장실 부속을 가볍게 수리 맡겼는데
이삿짐 들이기 전이라 에어컨 선풍기 일절 없었음
퇴근하고 나 혼자 문 열어주고 수리 아저씨 맞아들였는데
초장부터 덥네 어쩌네 온갖 짜증은 다 내면서
분명 통화로 견적 다 맞추고 금액 얘기해놓고 그제서야 돈을 더 받아야겠다고 했음
이유를 물으니 짜증을 확 내면서 이 더운데 쭈그리고 일해보라고 수고비 더 받아야하지 않겠냐고 소리를 지르는거임
너무 황당해서 남편한테 얼른 오라고 이 아저씨 무섭다고 SOS를 쳤음
수리가 거의 다 되어갈때쯤 남편이 도착, 손에 시원한 박카스 한병 사들고 들어오니
그 아저씨가 남편을 보자마자 한다는 말
'아 이젠 얘기가 좀 되겠네'
그러면서 어찌나 친절하던지
남편 옆에 세워놓고 아주 꼼꼼하게 이러쿵저러쿵 왜 고장났는지 설명해주고
박카스 원샷하고 더 받겠다던 돈도 안 받고 그냥 원래 금액만 받고 돌아갔음
남편은 아저씨 괜찮은데 왜 그러냐고 했지만
난 너무 분해서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음
두번째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혼자서 택시 타는 것임
이유는 기사님들 폭언, 불친절, 단거리일 경우 내는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내 돈 내고 택시 타는데 어딘지 죄 짓는 기분이 들어서임
그런데 야근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거나 그러면 할 수 없이 택시를 탐
참고로 집에서 회사까진 택시로 5천원 남짓 거리임
우리집은 아파트명 그대로 말하면 택시기사님들 90%가 어딘지 모르기때문에
근처 지하철역 기준으로 설명 들어감
나 혼자 야근하고 택시를 탔는데 역 근처 와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달라고 하니까
혼자 ㅆㅂ 이러고 욕을 하더란...
황당해서 지금 욕하셨냐고 하니까 갑자기 소리를 빡 지르더니
아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온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남들은 장거리 뛰는데 자긴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이 시점 택시비 5천원 돌파)
겁나 황당해서 빠르게 택시 번호 남편 카톡으로 쏘고 당장 집에서 튀어나오라고 함
정문에 도착하니 남편이 막 나서고 있길래 손짓으로 빨리 오라고 했음
남편이 왜 그러냐길래 기사님이 나한테 소리질렀다 하니까
남편이 왜 그러시는데요 하고 기사하고 얘기하니까 기사가 한풀 꺾이더만
아니라고 자기가 잠깐 피곤해서 좀 그랬다고 미안해요 손님 하고 그제서야 나한테 사과하는거임.. 헐
그럼서 사과했으니 됐다고 생각했던지 빠르게 택시 몰고 떠나버렸음
난 남편한테 울고불고 택시 혼자 타는거 정말 싫다고(이런 경험이 몇번 더 있었음)
그러면 남편은 그냥 달래주고 맘
사실 내가 왜 그러는지 제대로 이해 못함
왜냐하면 안 겪어봤으니까
자기한텐 다들 늘 친절하고 좋은데 왜 얘만 이러지 라고 생각함
그러다 그게 확 결정적으로 깨진 일이 있었음
주말 낮에 같이 마트 가서 장을 보고 너무 짐이 무거워 택시를 탔음
집에 다 와 갈 때 쯤 골목길 설명을 해야하는데 남편이 나더러 안내를 시켰음
난 하기 싫었지만 일단 하긴 했음
그런데 기사님이 나한테 짜증을 내는거임
내가 설명을 헷갈리게 한다고
난 내 기준 우회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는 골목 기준으로 좌회전이라 생각해서 꺾으려하길래
이쪽 아니라 저쪽이요라고 하니까 막 짜증을 내면서 설명 똑바로 안 하냐고 그러니까
그제서야 남편이 나서서 설명 다시 하고
마지막에 내리면서 설명 잘못할 수 있지 왜 화를 내냐고 한마디 하고 내림
그때 내리면서 남편이
지금까지 매번 이랬던거냐고 묻길래
열에 일곱번은 이랬다고 하니까
한숨을 푹 쉬더니 미안하다고 함
그래서 이번에 이사가는 집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큼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가게 됐음
다신 이런 일 겪고 싶지 않아서...
세번째
이건 그냥 심플하게 적자면
2년 전 이사할 때
내가 가구 어디어디 지시하고 옮겨달라 그러면 에이씨~ 하고 짜증 있는대로 부리고 하면서
남편이 지시하면 아주 잘 듣고 그대로 실행해주던 현장소장인지 머시기인지 그 아저씨 무리들
마지막까지 잔금 주기 싫어서 버티고 싶었지만 청소 이모님이 잘해주셔서 참고 넘어갔음
네번째
이사갈 집 싱크대 수리하려고 여러군데 계약서 견적 냈는데
왜 내가 네고 좀 해달라 그러면 안 된다 남는게 없다 그러면서
남편이 네고 요청하면 잘해주는지?
단돈 만원이라도 깎아주던데 왜인지?
참고로 남편 혼자 못도 못 박는 사람임
전기 시설 이런거 1도 모름
알아서 깎는게 아니라 그냥 무표정하게 네고 요청했을 뿐인데 알아서 잘 깎아주는데
내가 웃으면서 요청한 건 요청이 아닌가...?
다섯번째
집 알아볼 때 부동산하고 계약일자 시간이랑 조율하는데
난 계약하기 전에 집 한번 더 보겠다고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때마다 아주 난처하다는 듯이 꼭 한번을 더 봐야겠냐고
날 유난 떠는 사람인양 대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빠서
난 꼭 봐야겠다고 대차게 말하고 현 세입자랑 상의하고 알려주세요 하고 성질을 내버렸음
남편한테 말했더니 자기가 연락 한번 다시 해보겠다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한 5분 있다 하는 말이
얘기 잘 끝냈고 나한테는 계약 전에 보셔야죠 네네 이러면서 시간 맞춰주던데? 라는거임
또 성질 빡 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음
난 페미니스트 아님
양성평등이면 평등이지 여성우월주의 이딴건 관심 없음
다만
남자든 여자든 동등하게
요구사항 정중하게 들어주고 서로 예의 차리면서 웃으면서 일해야하는거 아닌지
왜 다른건지 정말 모르겠음
내가 피해의식에 젖어있는건 아닌가
정말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곱씹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문제인건지 정말 모르겠음
처음엔 남편마저도 내가 너무 예민하다 유난이다 그러더니
옆에서 몇 번 목격하고는 이젠 내가 그렇게 생각할만하다고
방금도 부동산 때문에 열받아하니까 나 위로해주긴 했음
나더러 더 쎄게 나가라고 하는데
난 왜 내가 내 요구사항 말하는데 내 성질을 더럽혀야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음
좋게 웃으면서 일할 순 없는겁니꽈....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