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두 줄 평 : 화려하고 멋진 외모의 남자는 원하는 모든 여자를 가질 수 있지만 동시에 껍데기만 남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남자는 알지 못 한다. 이 껍데기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그래서 그는 껍데기의 극한으로 치닫는다.
비가 내리는 쓸쓸한 뉴욕 한 가운데서 아주 세련된 외모와 처참하기 그지 없는 영혼을 동시에 가진 남자가 부르짖는 하염없는 울음.
도가니
두 줄 평 : 당장 토요일 11시 TV만 틀어봐도 우린 알 수 있다. 이 나라에서 '정의'를 운운하는 것은 먼지만큼의 효용도 없다는 것을. 도가니는 이 현실의 연장선 위에 자리한다. 때리고 소리지르고 태극기 휘두르면서 관객들 감정 쥐어짜내기 바쁜 여타 한국 영화와는 달리 침착하고, 무겁다.
그래서 무섭다.
미스트
두 줄 평 : 스티븐 킹의 <미스트>의 중심이 '괴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영화 '미스트'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 속 그들은 비겁하고 침착하지도 못 하며 쉽게 선동되고 이기적이다. 그 모습들이 다름아닌 '나'와 너무나 닮아 있어 소름이 끼쳤다. 현실의 공포를 끝까지 직시하지 못하고 끅끅대며 당겨대는 방아쇠. 나라면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까?
몬스터
두 줄 평 :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성기를 받아들였던 그녀에게 사랑은 아예 없는 개념이었다. 돈을 주고 몸과 영혼을 팔아대는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를 만나 이 사람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성욕을 채우기 위해 들이대는 남성의 성기 위에 다시 들이대는 총구는 어쩌면 이미 애초부터 죽은 영혼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투쟁과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자, 몬스터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쓰리, 몬스터
두 줄 평 : 기괴하게 접붙은 쌍둥이, 자신의 배를 갈라 먹는 인육, 완벽한 인성을 가진 감독에게 인간미를 찾아주겠다며 살인을 교사하는 강도. 불편하고 불쾌하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세 감독이 만나 불편하고 불쾌한 영화들을 한 데 모아 쏟아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번득이는 천재성. "나 잘했나유?" 죽기 직전 카메라를 보고 웃음짓는 장난기 어린 그 표정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아메리칸 히스토리X
두 줄 평 : 내 잘못으로 인한 나에 대한 징벌은 그다지 잔인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잔인한 것은 내 잘못으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받는 징벌이다. 뒤틀린 증오는 바이러스처럼 쉽게 퍼져나가고 누군가는 바이러스에 희생된다. 희생자를 껴안고 차라리 내가 죽을걸이라고 외쳐봐야 때는 늦은 것이다.
애프터 루시아
두 줄 평 : 아내를 잃은 아버지, 엄마를 잃은 딸. 각기 이들은 깊은 죄책감의 수렁에 빠져든다. 그리고 어린 악마들은 수렁에 잠긴 딸의 감정적 공허를 눈치채고 제멋대로 파고든다. 슬픔도 분노도 복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폭발하지 못한 채 목구멍에 맴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 하나 없는 적막함 속에 이들 부녀의 비극을 관조해야 하는 경험은 결코 쉽지 않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두 줄 평 :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소녀는 소년이 되고 싶다. 그래서 소녀는 집채만한 너울로 몰아치는 비극과 고통 속에도 울지 않는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로서의 몸과 마음은 눌러담은 오열 속에 성한 곳이 없다.
돼지의 왕
두 줄 평 : 돼지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늑대가 돼지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돼지들은 늑대를 영원히 십자가에 박아 넣는다.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낳은 기형적인 수작. 영화와 함께 잔혹하기 그지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걸어들어간 화장실 거울 그 속에 돼지 한 마리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