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지진, 쓰나미, 방사능 등으로 지금 도쿄도 절대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너무 무섭네요..
당분간 도쿄를 떠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다른 일본인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도쿄는 안전하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사원들을 대피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만 도쿄를 떠나게 되면 무단이탈이 되어버려서 다시는 직장으로 되돌아 올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정도는 피해는 개인적인 것이니까 괜찮습니다.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요..
문제는, 제 밑으로 일본을 떠날 수 없는 한국인들이 같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 밑에서 일하는 부하직원들 중에, 부인이 일본인인 직원들과 일본인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내팽개쳐두고 저만 가게 되면 이들도 다 같이 회사에서 짤리는 겁니다.
저야 한국에서 다시 일하면 되지만, 이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리고, 한국인의 이미지는 어떻게 되고요?
무책임하게 그냥 가버렸다.. 라는 배신자 이미지만 남게 될 것입니다.
유학생들 중에서는 휴학처리가 되지 않아서 울며겨자먹기로 학교를 다니고 있답니다. 몇년이나 노력한게 너무 아까워서 쉽사리 귀국을 할 수가 없는겁니다.
국가에서 귀국권고나 대피권고만 내려줘도 그게 사유가 되어서 휴학처리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일본인들도 동요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사카행 신칸센은 벌써 매진이 되어버렸더군요.
슈퍼에는 먹을 게 없습니다. 지금 집에 있는 식량이 떨어져버리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얼마전에는 같이 일하는 일본인들이 가족들을 남쪽으로 피신시키고 있다는 말도 슬쩍 들려옵니다.
대피권고를 내려주기만 하면, 고객사에 합당한 이유가 생기므로 일 하고 싶은 사람은 계속 일 하고, 떠나고 싶은 사람은 잠시 떠나도 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국가에서 귀국권고나 대피권고를 내려서 도쿄에서 다 떠나고 있더군요.
그 사람들은 구실이라도 있지요..
우린 한국 정부에서 애매한 대피권고를 내리는 바람에 떠날 수도 없습니다.
이유는 오로지 외교문제 때문에 섣불리 대피권고를 내릴 수 없답니다.
일본정부의 지시를 믿고 따르라고 하네요.
우리가 일본 사람입니까? 왜 일본정부의 지시를 따르라고 하는 겁니까? 왜 일본인들도 믿지 못하는 일본정부를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일본정부를.. 한국정부는 누구보다 더 믿고 있더군요.
지금 도쿄는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툭하면 정전이 납니다. 계획정전으로도 전기사용량을 제어할 수가 없게되면 불시에 대규모정전이 옵니다. 그럼, 전철이나 지하철이 전부 다 끊겨버리게 되죠.. 집까지 돌아갈 방법이 없어지는 겁니다. 길에서 노숙해야합니다. 이 추운날 말이죠.. 설사 집에 간다고 해도, 난방이 되지 않고 컴컴합니다. 신호등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사고도 빈번합니다. 길 건너기가 너무 무서워요. 계획정전은 4월 말까지 지속된다고 합니다. 4월말까지 이런 생활을 하게되면 침착한 일본인들도 점점 난폭해질까봐 두렵습니다.
슈퍼에는 일본인들이 사재기를 해서 먹을게 없습니다. 사재기 하지 말라고 포스터를 붙여봐야 뭐 합니까.. 일단 나 살고보자 라는 식입니다.
지금 강도나 약탈이 없다구요? 다른 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더 심할수는 있겠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새치기 했다고 할아버지가 앞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도 있습니다.
제일 무서운건 방사능입니다. 미량의 방사능이지만 기준치보다 높은 방사능이 도쿄에서도 검출되었다고도 하고, 수돗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도 하더군요.
더 무서운건, 지금의 원자력 발전소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그때는 군용기를 띄워서라도 대피시키겠다더군요.. 웃기지 않습니까? 수도권에 교민이 10만이 넘습니다. 무슨수로 대피시킨답니까? 최악의 상황이라면 교통이 마비될텐데 집결장소까지는 어떻게 나가라는 말입니까? 집집마다 군용기로 데리러 온답니까? 그냥 죽으라는 거죠..
전세기 띄워서 교민들 대피시키라는게 아닙니다.
사태가 진전될때까지 도쿄에서 자발적 대피권고를 내려달라는 겁니다.
같이 일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국가에서 대피권고를 내려서 다 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연락 없냐고 일본인들이 물어봅니다. 없다고 말하기도 정말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매일 외교통상부나 청와대 게시판에 민원을 넣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있기나 한건지 모르겠네요..
버림받은 게 이런거구나 싶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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