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90일을 맞이하는 11월 26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김지윤 학생, 2학년 4반 김호연 학생,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2학년 2반 김지윤 학생입니다.
지윤이는 남동생 둘이 있는 세 남매의 맏딸입니다. 지윤이는 속이 깊고 나이보다 성숙해서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언제나 먼저 양보하고 배려했습니다. 맞벌이하시는 엄마를 위해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했습니다. 동생들이 비싼 옷을 입고 싶어해도, 엄마가 지윤이 것도 사주시려고 하면 지윤이는 필요 없다고 사양하는 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 지윤이는 영어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하는 것이 지윤이 목표였습니다. 지윤이는 어른이 되면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 4월 15일 저녁에 지윤이는 "안개가 끼어서 수학여행 못 갈 것 같다"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것이 지윤이의 마지막 연락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가족분들은 지윤이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윤이는 참사 2주째가 되어가는 4월 29일에 친구인 2학년 1반 박성빈 학생과 함께 세월호 5층 로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윤이 어머니는 꿈에서 지윤이를 안아주는 것이 소원입니다. 지윤이 동생들도 다정했던 누나를 몹시 그리워합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4반 김호연 학생입니다.
2학년 4반 반장 호연이는 두 살 많은 형이 있는 두 형제의 막내입니다. 호연이는 키가 크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했습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해서 종종 수업 끝나고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야구하면서 놀았습니다.
호연이가 운동장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연예 기획사에서 스카우트하러 온 사람이 명함을 주면서 오디션 보러 오라고 권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호연이 어머님은 궁금하니까 그냥 한 번 가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호연이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호연이는 기타도 잘 치고 피아노도 잘 쳤습니다. 신중하고 예의바른 성격이었고 어머니한테는 언제나 자랑하고 싶은 멋진 아들이었습니다. 참사로 호연이를 잃고 나서 호연이 어머님은 특별법 제정 서명 운동에 참여하셨습니다. 호연이 이야기는 2014년 8월 30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서명전에 같이 참여해서 들었습니다. 호연이 어머님도 다른 부모님들처럼 호연이 학생증을 소중하게 목에 걸고 계셨습니다. 호연이 형은 호연이가 가지 못했던 제주도 수학여행을 끝마쳐 주기 위해서 호연이 영정 사진을 들고 일주일간 제주도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생신을 맞이하신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이십니다.
최혜정 선생님은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하셨고, 재학 중에 교사임용고사에 합격해서 영어 선생님으로 단원고에 부임하셨습니다.
최혜정 선생님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수석, 학교 다닐 때도 수석이셨다고 합니다. 선생님 친구분들은 최혜정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언제나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었고 공부도 열심이고 뭐든지 열정적으로 잘 하셔서 주위에서는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교사 생활을 시작하신 첫 부임지가 단원고등학교였고, 부임해서는 1학년 수업을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2학년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최혜정 선생님은 전 해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교무실로 찾아와서 안아드리고 갈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한 선생님이셨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야단치는 일도 없고 언제나 이해심 깊고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뛰어난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최혜정 선생님은 탈출하기 쉬운 5층에 계셨지만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서 4층으로 내려가셨습니다. 혼란 속에서 최혜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걱정하지 마, 너희들 먼저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배에서 나오지 못한 학생들 곁을 끝까지 지켜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17일 새벽에 세월호 선체 밖에서 발견되셨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1111 로 문자 보내 지윤이, 호연이, 최혜정 선생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두 남동생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누나였던 지윤이, 뭐든지 잘 하는 자랑스럽고 소중한 막내아들 호연이, 그리고 끝까지 학생들을 다독이며 목숨 바쳐 헌신하신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말아 주세요.
서울시와 카카오플러스 친구맺기를 하시면 채팅방을 통해서 서울시청 전광판에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저녁 6-8시까지 이용하실 수 있고 문자와 사진, 문자+사진을 전송하실 수 있습니다. 예약전송을 이용하시면 동영상도 보내실 수 있으며 예약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가능합니다. 서울시청 전광판으로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내시면 서울시청 외벽에 15초간 노출되어 시내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습니다.
참사 600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실을 향한 싸움은 길어지고 해결은 멀기만 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각자 꿈을 안고 세월호에 올랐던 승객 분들, 너무 일찍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주셨던 선생님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아홉 분이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