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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471970
    작성자 : 아닉넴모하지
    추천 : 12
    조회수 : 726
    IP : 211.221.***.196
    댓글 : 26개
    등록시간 : 2013/12/25 00:07:12
    http://todayhumor.com/?sisa_471970 모바일
    경찰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 조계사 은신 추정"
    1234.jpg
    5678.jpg
    아닉넴모하지의 꼬릿말입니다
    나의 길 

                          서 정 주 

    내 길은 
    한정없이 뼏혀 있고, 
    안 끝나는 길이로라. 

    산을 넘어가면 
    또 산, 
    그 산 넘어도 또 산의 
    첩첩산중 길이로라. 

    사막을 건네가면 
    또 사막, 
    그 사막 넘어가도 또 사막뿐인 
    아득한 아득한 사막길이로라. 

    그러나 이 길엔 
    바이칼 호수 같은 
    세계에선 제일 깊고 
    세계에선 제일 맑은 
    호수물도 있나니, 

    이런데서 쉬어쉬어 
    다니어갈 길이로라.

    =========================================================================

    어머니 1

                          김 초 혜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

    국화옆에서 

                          서 정 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그 꽃

                          고 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갈대

                          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이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승무

                          조 지 훈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꼬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은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냥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

    부치지 않은 편지

                          정 호 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산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두드리는 소리
    외마지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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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5 00:10:55  14.49.***.125  제주미깡  40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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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3/12/25 00:15:37  27.117.***.181  식신백곰  127663
    [4] 2013/12/25 00:17:54  175.120.***.95  혼돈의강  279333
    [5] 2013/12/25 00:20:09  58.127.***.222  호두마로니  49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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