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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468601
    작성자 : Someone
    추천 : 10
    조회수 : 289
    IP : 115.91.***.14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2/11/08 14:29:19
    http://todayhumor.com/?gomin_468601 모바일
    J, 항상 내가 미안해. 더 잘할게.

     

     가끔씩 재미있다고 오유를 보는 네가 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사실 읽었으면... 아니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쓰는데에 조금은 망설여지네.

     

     벌써 우리 만난지 5년도 넘었어. 5년이란 시간 참 길어보이지만, 우리에겐 그다지 길지 않았지.

    2년간의 입시, 2년간의 군대생활을 기다려준 너, 그런 너에겐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야.

     

     5살 차이. 서로 사랑하는 우리에겐 연상연하의 나이차이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 주변은 그렇지 못했어.

    주변사람들, 친구들, 가족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 너가 상처받을까봐 말하지 못한 이야기도 많은데, 너는 오죽했을까.

    사실 누구보다도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으면서 5년동안 나에대해 숨겨오느라 애써왔을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그러면서도 내심 가족들에게 비밀로 해온게 서운한 티를 내던 내가 너무 밉기도해.

     

     가끔씩 밀려오는 나의 우울함에 투정부리고, 집안의 압박과 너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자격지심에 헤어지자고 해도 그저 묵묵히 지켜주는 너.

    나의 수많은 흔들림에도 너는 항상 그자리에 서서  "괜찮아, 다잘될거야." 울면서도 억지로 웃음지으면서 말했지.

    그런 네가 내곁에 있어주어서 나는 이세상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2년간의 기다림. 서로옆에 서로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걱정되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하고, 서로의 일상이 힘들고 괴로움에도 걱정할까봐 그저 별일 없는척, 밝은 척 해도 목소리에 묻어나는 조그마한 그늘에도 걱정되서 '무슨일 있어?'라고 서로 묻던 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되.

     

     기다림의 끝. 네 생일날 전역하는 우연에 감사해하며 너를 만나고. 이제 더이상 이렇게 떨어져 있지 않을거라고. 너는 내가 어딜가든 따라가겠다고 꼬옥 안아주었어. 그런 너를 꽈악 안으며 이제 우리 행복하기만을 바랬지.

     

     꿈만 같았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어. 아침 점심으로는 일하고, 야간으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틈틈이 너를 볼수 있는 일상이. 여름에 함께했던 일본여행이. 친구랑 밤새 술마시고 놀면 화내면서 삐지고 잔소리 하던 것 마저 너무나 큰 행복이었어.

     

     이렇게 행복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아무리 집에서 반대해도, 정말 언젠가는 우리 결혼해서 너와 나 닮은 아이 낳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란 막연한 희망과 꿈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부주의로 생겨버린 아이. 집안의 반대에 차라리 '아이를 먼저 가져버릴까.' 라는 생각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막상 이렇게 되자 너와 난 뭐든게 혼란스러웠어.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아이를 갖기엔 내가 너무 모자랐으니까. 

     

     지워야하나..... 를 생각해 본적도 있었어 솔직히. '나는 절대 내 아이는 낙태시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막상 내 상황이 되니 그런생각이 충동적으로 들때가 있었어. 주변사람들의 수근거림, 친구들의 비웃음, 가족들의 분노 아직 닥치지도 않은 현실앞에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라.

     

     역시 너는 참 강해. 평소에 눈물이 참 많으면서. 별일도 아닌걸로, 시덥지않은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너 이면서도.

    웃으면서 "딸이었으면 좋겠다. 태명은 뭘로 하지?! 우리 로또살까?"  하던 너. 알아. 사실은 너도 누구보다도 두렵고 불안하면서도 애써 그렇게 웃음보이는거.

     

     그런 네 모습에. 겨우 정신차리고.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했어. "최악의 상황으로 내가 집에서 쫒겨나면 나 부사관으로 재입대 해서라도 너와 우리아이 먹여 살릴게" 라고 허세 부리던 나에게 너는 돈은 자신이 대줄테니 대학은 꼭 졸업하라고 말했지. 정말인지.... 세상에 어떻게 너같은 여자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널 만났는지........

     

     앞으로의 우리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하면서, 능력없고 돈없는 나에게 부담안주려고 결혼식 이야기도 쉽사리 꺼내지도 못하고, 어쩔수 없이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면 "난 흔히 여자들이 결혼식에 가지는 환상같은거 없어. 간소하게 하자 간소하게." 라고 말하는데 내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돈없고 능력없는 내가 얼마나 밉던지....

     

     반지하나 없는, 꽃한송이 건네는 보잘것 없는 프로포즈에 눈물흘리며 좋아하던 너.

     

     J,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앞으로 힘들겠지만, 내가 더 잘할게.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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