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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rama_46823
    작성자 : 데메테르
    추천 : 10
    조회수 : 3527
    IP : 121.154.***.40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6/08/16 23:26:07
    http://todayhumor.com/?drama_46823 모바일
    (긴글 주의)골든타임 작가와 이성민씨 논란에 대해서
    뜬금없겠지만, 추억의 명작인 골든타임에 대한 글이 올라왔었고,
    거기에 작가의 마지막 한마디에 대해 사람들의 반대가 극심하더군요.
    물론 드라마 끝에 굳이 이성민씨를 '완장 찬 돼지'라고 비난한 최희라 작가에 대한 반감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작가가 그런 말을 한 배경에는 동의합니다.
    자신의 배우를 모욕한 거 자체는 물론 당연히 잘못되었죠.
    그렇지만 배우의 연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을 비판한 게 아닙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성민씨는 골든타임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면서,
    뛰어난 배우임을 입증했죠.
    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배역을 넘었다고 비판한 겁니다.(사실 멘트는 비난에 더 가까웠죠.)

    여기서 최희라 작가에 대해 말하자면,
    이성민씨가 뛰어난 배우이듯이, 최희라 작가도 매우 뛰어난 작가입니다.
    골든타임 말고는 잘 모르시겠지만, 개과천선이라고 또 드라마가 있습니다.
    법학 드라마인데, 김명민씨라는 나쁜 변호사가 기억을 잃고, 착한 일을 하는 내용이죠.
    이 드라마 역시 매우 수작입니다.
    여러 가지 트러블로 조기종영했지만(시청률도 안 나오고, 결말도 엉망이었죠)
    조기 종영 전의 시나리오를 보면 찬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리고 작가주의를 완벽히 지키는 작가이기도 하죠.

    물론 쪽대본으로도 이름이 높지만,
    우리나라에서 쪽대본 안 쓰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요?
    사전제작도 안되고, 중간 중간 ppl이나 시청자 의견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쪽대본 안 쓰는 작가는 없습니다.
    김수현 작가급 되는 사람 아니면 불가능하죠.
    김수현 작가의 경우는 미리 써놓고, 감독은 그대로 따라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감독과의 의견 조율도 있고, 분량을 늘리기도 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박경철 작가야말로 쪽대본 중의 쪽대본으로 이름이 높으니까요(펀치, 황금의 제국, 추격자 작가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드라마 환경과 연결시키자면,
    작가의 쪽대본은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에는 또다른 하중이 전해지죠. 
    바로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이해할 것입니다.
    얼핏보면 작가가 할 일을 배우가 대신 짊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외국의 경우 사전제작을 합니다(그래놓고 개봉을 안하기도 하죠)
    그리고 보조작가들이 잔뜩 달라 붙고, 연출자와 여러 시간 상의를 하죠.
    따라서 오랜 시간 +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보조작가들 + 연출자와의 상의가 되는 셈이죠.
    반대로 우리나라 작가는 
    짧은 시간 + 몇몇의 작가 개인의 새끼 작가들 + 급박한 연출자와의 상의 + ppl 억지로 끌어넣기.
    등등을 수행해야 합니다.
    작가가 짧은 시간에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짐을 나눠가져야 하는 겁니다.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서,
    골든타임의 시놉시스는 원래 이선균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시놉시스에도 나오고, 시나리오 초반부에도 나오고, 드라마 초반에서도 명확합니다.
    긴 시간을 들여서 이선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매우 집중적으로 설명합니다.
    한의학에서 ct만 찍고, 외국 의학 미드를 번역하면서 여유롭게 삽니다.
    사고가 나도 법이 무섭다며 건드리지 않고, 살릴 수 있는 어린 소녀를 자신의 멍청함으로 죽입니다.
    그리고 각성하죠.
    모든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닌, 이선균의 성장드라마라고 인식했을 겁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시죠.
    의학드라마는 굉장히 많고, 다들 시청률이 좋습니다만,
    하얀거탑이 뛰어난 이유는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닌, 의국의 정치를 다룬 색다른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설정 변경과 드라마 배우들의 능력에 기대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가 멋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후반부의 골든타임에서 다른 의학드라마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의 골든타임은 매우 뛰어난 의학드라마지만, 특색이 사라져 버렸어요.
    이선균의 성장이 사라짐과 동시에 말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분명 이성민씨의 독주입니다.
    드라마 미생처럼 애초에 오과장이 큰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사실 미생도 오과장님의 롤이 너무 크게 되었죠. 웹툰 미생은 장그래의 미생이지만, 드라마 미생은 오과장님의 미생입니다)
    골든타임에서 이성민씨의 롤은 이선균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선균씨가 오히려 이성민씨를 부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주제와 주인공이 무너졌습니다.
    정도전에서 이성계가 더 빛났어도, 정도전의 조재현씨는 빛을 발했고,
    추격자에서 박근형씨가 더 빛났어도, 드라마 주제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골든타임은 둘 다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속상했을 사람은 당연히 작가입니다.

    w에서 강철이 자기 멋대로 행동할 때, 만화작가는 괴로워 합니다.
    주인공이 멋대로 행동해도 괴로운데, 조역이 주인공을 다 무너뜨리면 더 괴롭겠죠.
    단적으로 배우가 극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겁니다.
    축구로 치자면 공격수가 작전대로 패스를 하는 게 아니라 골을 넣은 거고,
    야구로 치자면 타자가 작전대로 번트를 대는 게 아니라 홈런을 쳐 버린 겁니다.
    설령 결과가 좋았다고 해도 감독입장에서는 그 선수를 좋게 볼 수가 없을 겁니다.

    위에도 밝혔듯이 자기의 배우에게 '완장 찬 돼지'라는 말은 분명 모욕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까여야죠.
    그렇지만 까여야 하는 이유는 이성민씨가 연기를 잘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연기의 방향을 문제삼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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