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계에는 글을 처음 작성해보네요!
바로 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빨리 본론을 읽고자하시는 분들은 파란선 아래부터 보시면 됩니다!==
제 배우자는 결혼하기 전에 바로 학교 앞에서 혼자 살았고, 그 집은 배우자의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예고 없는 방문 뿐 아니라 점심부터 그 다음 날 아침까지 먹고 가는 친구들도 많았고, 대부분은 저녁에 우르르 몰려왔습니다(술파티ㅎㅎ).
이런 너그러움을 본인의 부모님으로부터 배웠고, 때문에 아주 익숙한 부분입니다.
저는 상당히 엄격한 부모님께 교육을 받았고, 외박은 커녕 저녁 시간까지 다른 집에 오래머무는 것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집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면 집에 누굴데려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어릴 적에 저희 아버지가 하도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들여서 생긴 부작용인지도 모릅니다. 어머니 말씀으론 저희 집이 당시에 "아방궁"이라고 불렸다더군요. 새벽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제가 굉장히 사교성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성격이라 집에 남이 있으면 매우 날카로워집니다.
결혼 전에는 배우자의 행위(?)를 모두 이해해줬습니다. 저도 자취할 때 친구들을 자주 불렀고, 비슷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지금 저희 부부는 제 배우자의 고향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게는 아주 생소한 도시고, 아직도 친구를 못 사귀었어요.
반면에 배우자는 초중고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는데다 직장 친구들까지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자의 고향으로 이사오면서부터 배우자의 학창시절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저는 그닥 달가워하진 않았지만 낮에 집에 오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간식 등을 챙겨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문하는 친구들, 그리고 그걸 당연한듯 생각하는 배우자가 점점 거슬렸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했었습니다. (수차례...)
방문객은 되도록이면 낮에 초대하라. 누가 집을 방문하는 경우 집을 깨끗히 유지해 달라.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돌려보내라. 아니면 같이 나가서 저녁을 먹든 술을 마시든 해달라.
집은 부부의 공동 공간이니, 당신이 대학다닐 때 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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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저는 아주 배가고픈 상태에서 퇴근했습니다.
6PM에 회사를 나서고 집 앞에 07:50PM 즈음에 도착합니다.
제 배우자는 일을 하고있긴 하지만 퇴근 시간이 저보다 훨씬 빠르지만(늦어야 03:30PM)
저녁식사 준비를 해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편의상 아예 따로 만들어 먹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 집안이 깜깜하고, 배우자는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원래 저희 스케줄대로라면 제가 퇴근하자마자 함께 조깅하러 가야합니다. (얼른 운동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픈 마음 간절!)
헌데 종종 배우자가 낮잠을 오래자서 조깅이 늦어지고 혹은 제가 저녁식사를 매우 늦게하거나 건너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조깅은 건너 뛰기로 맘 먹었습니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방으로 오니 배우자가 일어나있습니다.
"내 친구 둘이 오는 중이야."
저는 이미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근처 커피집으로 나왔습니다.
피곤하고 논쟁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냥 집에 있으면 친구들에게 인사정도만 하고 방에 있어야하고,
아니면 제가 먹을 저녁을 만들어야하는데, 제것만 만들기가... 뭔가 난감합니다.
부담스럽습니다. 냄새 폴폴 풍기는 것도 이상하고. 혼자 후르릅거리면서 먹는 것도 ...ㅠㅠㅠㅠㅠ
그래서 그냥 밖에 나왔습니다.
......
부부 사이에 사랑과 신뢰 다음으로 오는 것은 이해와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가 까다로운 저를 이해해주고 저를 위해 희생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저 또한 똑같이 합니다. 배우자의 부족한 부분은 기다려주고 제가 희생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배우자가 밤 늦게까지 밖에 있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 누구와 만나는지만 제게 알려주면 몇시에 들어오든 상관 안 합니다.
안전하기만 하다면야 괜찮습니다.
밤새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배우자는 성인이고, 저는 배우자의 부모가 아니니까요.
제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배우자도 존중 받아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저녁에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들이는 건 이해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아직도요.
배우자는 제가 사교적이지 않는 탓이 크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같이 자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되지 않냐고 했습니다.
당연히 시도해봤습니다. 그 친구들이 불편해하는 게 너무 눈에 보이고 저도 불편합니다. 배우자의 동성친구들이라 동성끼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상스러운 말도 하고 싶을테고, 그냥 편하게 친구랑 수다떨고 싶지.. 친구 배우자랑 얼마만큼 편하게 대할 수 있겠어요.
만약 결혼한 친구라면 훨씬 공통관심사가 많고, 이런 경우 부부동반으로 만나지요.
게다가 제 배우자가 저를 배려하면서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부동반 모임에도 저만 놓고 사라지는 사람...ㅠ_ㅠ)
하.....
어떻게 현명하게 이슈를 완화할 수 있을까요?
제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이슈를 완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