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남겨보는 '최근 오유 폐인'이 된 20대 뇨자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이러저러한 [경험담]이 많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도 많은 경험을 해온 처자로서~그 하나 올립니다. 편하게 쓰기 위해 반말 좀 쓰겠습니다.
추천해주시면... <변태가 자취집에 들어온 이야기>, <변태 아저씨에게 빵 얻어먹은 이야기>
등등 연달아 쏩니다...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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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2010년이니 벌써 3~4년 정도 된 일이네~ 세월 참 빠르다.
내 고향이 제주인데,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이 일이 벌어진 때는 제주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었을 때야.
오지랖이 넓었던 나는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러 부산에 뻔질나게 가곤 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지 3회째 되던 해, 제주에 내려오는 배 안에서 한 언니와 친해지게 됐어.
나이는 한 30살이 될락 말락, 나이도 정체도 모를, 하지만 워낙 넉살 좋은 나는 그 언니와 남자 얘기를 하며(;;;) 친해졌고 핸드폰 번호까지 주고받았지.
이듬해, 봄 무렵 그 언니에게서 갑자기 문자가 왔어.
갑자기 내가 생각났다며 기차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더라? 기차 여행 한 번도 못했던 나는 그 말에 '혹' 했어. 오히려 많은 사람들 중에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연락을 준 그 언니가 고마웠다니까.
(지금 생각하면 고맙긴 커녕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난 너무 순박했어 ㅠㅠ)
마침 휴가를 갈 무렵이어서 늘 그렇듯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나는
회사에 휴가원을 쓰고 짐을 챙긴 후 부산으로 떠났어.
부산에 이모가 살고 있는데도 연락을 안했지.
우리 이모는 독실한 크리스천인데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마다 맨날 집에 늦게 들어오니까
말은 안했지만 내게 눈치를 주곤 했거든 ㅜㅜ
부모님에게도 말 안하고 몇몇 친구에게만 알린 뒤 무작정 부산에 간 거야.
몇 번 출구에서 보자고 얘기를 하고 그 언니를 만났는데 그 언니가 어떤 봉고차에서 내리더라?
허름한..봉고차였는데 거기에는 어떤 남자가 타 있었어.
친한 남자래. 타서 분위기 좋은 데로 가서 얘기 나누자고 해서, 배가 고픈 나는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려나 싶어서 냉큼 봉고차 뒷편에 올라탔지.
근데 그제서야...서서히 본색이 나온 거야.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사이비종교(종교 이름은 뺍니다. 만약 관련 종교에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에 미친 사람들이었어.
그 남자는 사이비종교 중에서도 '대장'같은 사람이었는데, 처음엔 안부를 묻더니 차차 '도'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야.
조상이 어쩌고 저쩌고...도가 어쩌고 저쩌고...환단고기가 어쩌고 저쩌고.
그러더니 사이비종교 신입회원들을 모집해서 신입회원한마당 형식의 집회를 하는데
기차를 타고 가야 한대.;;;;;;;;; 2박3일 일정이라나!!! ㅜㅜ
나보고 거기에 가자는 거야. 기차 여행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지 ㅠㅠ
그 언니가 뒤돌아보면서 좀 미안한 표정을 짓더라. 난 너무 어이 없었어.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지. 근데 계속 백미러로 지켜보는 거야. 어디 연락하냐고 하면서. 좀 무서웠지.
맛있는 거라도 사주면 좋을텐데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벡스코.
거기에서 자판기 커피를 사주더니(핸드드립도 아니고!!! ㅠㅠ) 산책 코스를 걸어가면서 계속 도에 대해서 얘기 하는 거야.
나보고 이 세계에 대해 궁금하지 않느냐고, 관심 없냐고, 집회에 함께 가자고...
이 두사람이 내 양 옆에서 나를 마치 감시하듯 데리고 다녀서 너무 무섭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어...심지어 화장실에 가는데도 언니가 따라 들어와서 지켜봤기에 문자 말고는 전화도 못했지.
부산에 사는 친구가 난리가 난거야. 너 미쳤냐고. 빨리 거기서 나오라고.
그런데 다시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무섭기만 했어.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닐까 싶어서 '그 종교'에 호감있는 척 했지.
근.데...
그 남자가 말을 엄청 잘하더라.
농담 아니고, 그동안 나는 사이비종교나 이단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어쩜 저리 빠질 수가 있을까" 싶었거든.
근데 '세뇌'라는 게 이해되겠더라.
기본적으로 종교에 심취한 그 사람들은 말을 엄청 잘해.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하지.
훅 빠져들겠는거야. ㅠㅠ
심지어 휘성이랑 허영란 얘기도 하면서, 집회에 휘성이 온다고 하며...ㅠㅠ
또 조만간 그 종교 전문방송이 생긴다며(기독교 TV처럼) 나보고 작가로 일하라며..고맙게도 스카웃까지 ㅠㅠ
지금은 괜찮은데 저 집회란 곳에 끌려가면 나도 훅 가서 나오고 말겠구나. 이거 큰일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어. 심약한 마음에 저 내용이 세뇌가 되고 말겠더라구. 너무 겁이 났어.
계속 봉고차에 태워 빙빙 돌다가 내가 종교에 큰 관심을 보이자 밤늦게 그 언니네 집에 우리 둘을 내려줬어.
근데 그 언니네 집이 있는 동네가 무슨 공장단지에다 되게 으슥한 곳에 있는 '여인숙'이었어.
그 언니가 얘기하는데 그 집 부모님을 비롯한 모두가 그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더라구.
특히 부모님이 아주 심취해있어서 처음엔 그 언니가 거부했는데 결국 빠져들었고 그 분의 말씀을 믿게 됐다고...-_-;;;
여인숙은 아주 허름한 곳이었어.
그 언니의 방은 여인숙 방들 중 하나인 구석방이었지.
부모님은 카운터에 계시더라. 인사를 드리고 방안에 들어갔어.
그 언니가 나를 소개했어 "제가 말하던 그 얘예요..;;" ㄷㄷㄷ (계획적이었군 완전 ㅠㅠ)
그 언니는 그 남자와 볼일이 있다며 잠시 집을 나섰지. (내가 볼때 둘은 부적절한 관계였어.);;;
나는 생각했지. 지금이 기회다. 도망치자. 안 그러면 내일 기차타고 집회에 가게 된다!
너무 끔찍했지. 도망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언니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어.
내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또 기자가 꿈이었거든...
그 와중에 기자의 소명으로 일기장을 펼쳤어!!!!
이야..심각하더라. 그 언니는 화장품 외판원이었는데 버는 돈의 거의 모두를 그 종교에 납부하고 있었어.
모든 게 다 그분의 이야기였어. 그 분 덕에 자신이 살 수 있는 거다..그 분 덕에 나는 존재한다 등등
거의 미친 수준이더라. 정말 경악했지.
그래! 당장 도망가자! 결심했어.
짐을 싸고 신발을 손에 들고..슬금 슬금 나왔어.
카운터를 지나는 게 제일 무서웠어. 다행이도 부모님은 졸고 있더라고.
카운터 밑으로 슬금 슬금 기어서 맨발로 뛰어나와 미친 듯 뛰어 길거리로 나갔어.
봉고차만 지나가면 숨었지...
그날은 급한 마음에 근처 여관에서 잠을 잤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들 미쳤다고 내일 당장 비행기 타서 내려오라고 했지.
근데 나는 어떻게 했는 줄 알아?
그 다음날, 부산 남포동 시장에 가서 쇼핑을 한 거야~ㅋㅋ
근데...저기 앞에..농담 아니고 사람들 틈 사이로 그 언니와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거야.
두리번 거리면서....그 모습을 보고 나는 경악했어. 바로 뒤돌아서 잰 걸음으로 걸은뒤 한 건물에 그냥 들어가버렸어.
나를 잡으러 온 것 같더라. 내가 평소 남포동 시장 얘기를 많이 했거든..
나를 여기까지 잡으러 오다니, 하필 이렇게 마주치다니...정말 너무 무서웠어.
그렇게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제주에 내려왔지.
아마 그때 내가 그 집회란 곳에 갔으면 어땠을까.
지금도 그 종교 방송국이 안 생긴 걸 보면 거기에 취직했을리는 만무하고
길거리 다니면서 언니오빠들 팔 잡고 '도를 아시나요?'라고 하고 다녔겠지?
이 경험으로 느낀 게 있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사람들, 바보 멍청이 지능이 딸려서 빠져드는 게 아니다.
관련된 사람들이 정말 달변가에다 논리적으로 말해서 거기에 빠져드는 것 뿐이다.
고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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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안타깝게도 집회까지 갔다면 더 흥미진진했겠지만 집회에 갔으면 분명 사이비종교인이 되었을 거야.
그럼 이렇게 오유에서 글을 올릴 일도 없었을 거야..유유
그걸 다행으로 여기며 재미없는 길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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