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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꺼지는 BGM 올려놓고 제목에다 BGM 있다고 안 써서 죄송합니다.
짝사랑하던 애가 생각날 때마다 듣던 노래라서... 고민게에 안 맞는것 같지만 올려봅니다.
처음 만난 지 5년째. 좋아한 지 3년째.
같은 반 친구. 이상도 이하도 돼 본 적 없는 그런 친구.
음... 먼저 뭐라고 글을 써봐야 할 지 모르겠네요.
오유 눈팅만 하다가 얼마 전에 가입했는데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ㅎㅎ
처음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 만난 애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반 친구였습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금보다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그 땐 장난도 치고 했으니까.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다시 만났습니다.
처음엔 신기했죠. 어떻게 딱 다시 같은 반이 되었을까. 날 기억할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언제부터였을까요?
말 그대로 저도 모르는 순간부터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뜬금없다는 걸 알지만 정말로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네요.
정말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왜인지, 언제부터인지.
그냥 어느 순간,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분명 학기 초에는 안 그랬는데.
눈이 가고, 신경쓰이고, 보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그런데 그러질 못했네요.
제가 자격지심이 좀 있습니다. 아니, 좀 심한 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옛날 얘기를 꺼내자면,
제가 5학년 때는 전혀 사교적이지 않고, 혼자 놀기 좋아하고, 친구 하나 없고, 체구도 작고, 공부도 못하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게, 저는 왕따를 당했고요. 왕따라고 해도 다른 따돌림 피해자처럼 심각하진 않았습니다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를 바꾸려고 피나게 노력하고 학년이 바뀌고 나서야 겨우 벗어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따돌림이라고 하기에도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왠지 그 일 이후로 자격지심이 좀 강합니다.
아니면 좀 불안감이 심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이건 잘 한 것일까, 이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만감이 교차하곤 하죠. 그리고 제가 정말 못나게 보입니다.
얼굴도 썩 잘생긴건 아닌 것 같고, 치열도 고르지 않고, 공부도 잘하는 건 아니고, 실수도 많이 하고...
남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미치도록 신경쓰이고 불안합니다.
얘기가 좀 샜는데, 저는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는 이상 제대로 말도 못거는 한심한 놈입니다.
덕분에 여자사람친구가 한 명도 없군요... ㅎㅎ. 남자친구들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요.
이런 수동적인 인간이 어떻게 좋아하는 애한테 말을 걸겠습니까. 쪽팔려서 실수나 안하게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그 애한테는 좀 기분나쁘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거라도 생각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더 바보같네요.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그 날에 저는 그 애한테 빼빼로를 전해주었습니다.
근데 친구를 통해서 전해줬네요. 이런 바보같은 짓을...
그 때가 아마 2010년이었던 것 같은데. 세 글자로 마음을 전한다나 뭐라나. 거기에 제 영어 이름인 'Kan' 이거 세글자를 써놔서
걔가 온 반을 돌아다니면서 이게 누구냐고 묻고 다니던 해프닝도 있었네요.
하여튼 친구를 통해 빼빼로를 전해줬다는 바보짓을 한 저는 중학교 2학년 시절도 흐지부지 지났습니다.
중 3때는 반이 갈렸습니다. 근데 친구랑 같은 반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 만나러 간다는 구실로 몇번 교실로 갔던 기억이 나네요.
같은 반 여자애한테도 말 못거는 바보가 어딜 딴 반 여자애한테 말을 걸 깡이 있을까요? 중3시절은 흐지부지되는 듯 하다가
2011 밀레니엄 빼빼로. 또 이놈의 빼빼로를 전해주긴 했습니다.
또 친구를 통해 전해주는 병신짓을 했느냐? 아닙니다. 근데 병신짓은 했습니다.
우물우물 거리다 전해주긴 했는데, 나도 뭔소린지 모를 헛소리를 지껄이고 튀어버린거죠.
사랑때문에 한 바보짓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사랑을 한 적이 없는 거라던데, 진짜로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우물거리다 빼빼로를 던져놓고 튄 이상한 놈이 되어버린 저는 졸업할 때까지 그 곳 근처로 가지도 못했습니다.
초-중-고 학교가 죄다 5분거리라는 최강의 입지 조건인 집에 사는 저는(게다가 이름도 같은)
그냥 그 5분거리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그 애 이름을 다른 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는 임시반. 정규반이 편성되자 또 같은 반이 되었더군요. 이건 무슨 신의 장난인지. 아니면 축복인지.
조마조마했는데 그 애는 절 신경도 안 쓰더군요. 하긴 뭐 갑자기 빼빼로 던지듯 줘놓고 튄 놈을 기억하겠냐만은...
그런데 또 중학교 2학년 때와 같은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앞으로 2달. 지망하는 과가 다르기 때문에 갈라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또 빼빼로짓을 하기에는 빼빼로데이가 일요일이네요. 훗... 게다가 또 이 짓을 할 용기도 없습니다.
이쯤 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막 들더군요
그래 무슨 나같은 놈이 고백해서 어쩌겠냐 웃음거리나 되겠지 하면서 그냥 3년 짝사랑의 기억으로 묻어가려는 도중에
또다른 감정이 막 솟구치더군요. 절박함.
정말 이대로 끝낼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후회할 거라는 것.
다시 같은 반이 되었는데...
작년에는 던지듯이라도 빼빼로를 주었는데...
정말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냥 한마디만 했으면 되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여전히 그 애와 저의 관계는 제로입니다.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 늦었고, 고백하기에도 전 그 애를 잘 모르네요.
좋아한다는 것 밖에는 모르네요.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겨울방학을 하고, 개학을 하고, 반이 바뀌면
저는 그 애를 다시는 볼 수 없겠죠.
두 달이 조금 안 남았나?
매년 기다려오기만 하던 방학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니...
참 바보같기만 하네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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