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와 관련하여 민영화 실패 사례로 영국을 들고
반대하시는 분들은 일본을 성공사례로 드시더군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써 보겠습니다.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 있기 때문에 적절히 판단해가면서 읽어주시길...(좀 깁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방사능 문제 등이 일어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깨끗하고, 맛있는 것도 많고, 서비스도 좋고, 알바 시급도 좋고
단 하나 차비가 너무 비싸더군요.
제가 살고 있는 오사카를 예로 들겠습니다.
첫째, 너무 복잡해요.
지하철, JR, 전철 등 이름이 다 다릅니다.
이것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다 지하철입니다.
왜 이렇게 구분하는가 하면 회사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은 9개 정도의 노선이 있고
JR은 또 몇개 선이 있고
전철은 보통 기업이 운영하는데 세 개쯤 있습니다.
갈아타는 것도 기업이 다르면 개찰구를 나가서 다시 타는 게 기본입니다.
둘째, 드럽게 비싸요.
한 번 타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1500-2000원이고 두세정거장마다 몇 백원 씩 오릅니다.
거리에 따라 가산되는 시스템이죠...
예를 들어 종로에서 여의도까지 가면 갈아타지 않더라도 약 3000원정도 내야합니다.
그런데 보통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같은 회사끼리는 갈아타는 것도 쉽고 돈이 추가되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두세 회사를 이용해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죠.
심지어 중간에 회사가 바뀌는 경우 같은 회사라도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제 경우는 일하는 곳 한 곳은 집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편도 1500원이 듭니다.
또 한 곳은 집에서 6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편도 3800원이 듭니다.
네 정거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회사가 바뀌기 때문에 두배 이상 내야합니다.
환승이 아니어도요!
심지어 JR선은 시내만 도는 것, 시외까지 나가는 것 돈 따로받습니다.
1시간 조금 더 타도 만 원 이상은 훅 깨집니다.
셋째, 밥값보다 교통비
오사카 주변에는 나라, 고베, 교토 등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 수원 정도의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교통 정말 편리합니다. 지하철 타고 한 시간쯤 가면 돼요.
그런데 한 번 가면 교통비 최저 만원은 깨집니다.
그리고 중심역에 도착한 후 이동은 또 따로 돈 내야 합니다.
즉 지하철로 교토역까지 가더라도 거기서부터의 시내버스, 교토 지하철은 별도 요금이라는 거죠.
하루 왔다갔다 교통비만 2-3만원 깨집니다.
가서 한끼 먹고 입장료 같은 거 내고 하면 아무것도 안해도 5만원 이상 사라지는 겁니다.
신칸센(일본 기차, KTX와 비슷)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부자를 위한 교통 수단 같습니다 ㅋㅋ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왕복에 26만원쯤 합니다.
너무 비싸니 저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야간 버스를 탑니다.
야간 버스는 가장 저렴한 게 왕복 6-7만원입니다.
시내버스보다 좁은 자리에 앉아서 8시간을 쭈그려 가야 하지만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나마 자리가 좀 넓고 깨끗한 버스는 왕복 1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신칸센은 우리나라의 2.5배 정도 비싼 거 같습니다.
즉 서울-부산 라인이 25만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제 동생이 일본에 놀러와도 도쿄를 못 데리고 갔습니다.
두 사람이 움직이면 차비만 50만원이 넘으니까요!
그래서 일본 여행 시에 쓰루티켓이니 간사이 쓰루니 뭐니 하면서
1일 자유권을 사가라고 권유합니다.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그 자유권도 비싸서 여러 할인, 무료입장 옵션을 넣어 팔고 있습니다.
Q. 출퇴근 교통비는 어떻게 해결하나?
그럼 이렇게 비싼데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가느냐?
거기에는 물론 뒷받침 시스템이 있습니다.
1. 학생의 경우 정기권 6-70퍼센트 이상 할인
왕복 7000원 거리에 학교가 있는 학생은 한 달 차비만 대략 17만원 정도겠죠?
하지만 정기권으로 사면 대략 7만원 정도만 내면 됩니다.
물론 대학생 대학원생까지 포함입니다.
2. 알바 및 회사원은 교통비 보조
일본의 알바 시급은 9000원 정도입니다. 이 1/3을 차비로 내야하면 누가 일하러 갈까요?
그러니 일본의 대부분 가게는 알바생에게 차비를 100프로 따로 줍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강남에 있다고 강남에 집을 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회사에서도 100프로 차비를 챙겨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옛날 한 시간쯤 걸리는 곳에서 알바했을 때
일주일 3번가고 차비만 한 달 20만원 넘게 나왔습니다.
(나중에 월급과 같이 돌아옴)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깨끗하고, 빠르고, 편리합니다.
하지만 빠르고 편리한 것은 지하철 본연의 장점이고
깨끗한 것은 일본 특색입니다. 어디를 가나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습니다.
특히 일본 화장실의 깨끗함은 감동 그 자체.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영국처럼 시위는 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전철의 경우 근대화하면서 사기업에서 먼저 시작해서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위와 같이 여러 보조가 있으니 생활 자체에 크게 부담이 안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본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보다 더 방송에 길들어져 있는 게 일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하시모토 같은 쓰레기가 시장도 되고
국제문제 방사능 문제 모두 정부만 믿고 있는거죠.
일본이 조용하다고 모든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해결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