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평소 재밌게 들르던 오유에 글 남겨봐요.
고등학교 1학년인 제가 시사에 눈을 뜨게 된 건 올해 9월쯤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를 읽고난 후 였어요.
전 MB정권때 딱 중학생 정도였어요. TV에 많이 나오던 BBK나 도곡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죠.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난 후에 '정말 우리나라가 이 정도인가' 싶었어요.
지금까지 뉴스와 신문을 통해 알았던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신화를 이뤘고 국민이 왕인 나라였거든요...
더 알아보고 싶어서 [정의란 무엇인가], [너와 나의 사회과학], [대한민국 개조론], [88만원 세대] 등의 책들을 몇권 더 읽어봤어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더라구요. 아니 적어도 제가 알고있던 나라랑은 좀 다른 나라더라구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게 되면서 그런 생각들이 든 것 같아요.
책을 몇권 읽고 나서는 전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시사게시판도 둘러보기 시작했고, 한겨레나 경향, 시사인 같은 언론의 보도들도 읽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지난 대선에 대한 기사들도 읽게 되었습니다. "뭔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재야의 인사들과 논객들이 아무리 비수같은 말을 꽂아도, 오유인들이 분개하고 욕을 해도 조중동이나 새누리당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어요.
오히려 적반하장이었죠. 국정원부터 사이버사령부, 안행부, 통일부, 국가보훈처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까지 다 나왔으면서!
밝혀내려는 움직임은 보이지도 않았으면서 대선 불복이니 종북이니 하면서 몰아대는 걸 보고 화도 났어요.
그런데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그런데엔 관심이 없더라구요. 친구들은 게임얘기, 연예인 얘기만 하고있고 선생님께서는 '그런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는것도 좋고 그게 다 훗날 너에게 도움이 될 건 확실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라, 지금은 시험이 더 급하지 않느냐'고 하시고요.
뭐랄까, 문득 언제부터인가 실감이 안나는 것 같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말 해도 아무도 관심을 안갖고, 트위터에서 말해봐도 아무도 멘션해주는 사람 없고요.
그러던 차에 며칠 전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보도를 봤어요. 평소 민주당 반응보다 확실히 쎄다고 생각했어요.
곧바로 새누리당에서 장하나 의원 제명안을 제출하더라고요. 오유에서는 난리가 났었죠ㅋㅋ
그런데 사실 전 처음 제명안 제출을 들었을 때 별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직장을 잃게 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까요?
여튼, 왠지 '내가 잘못되었나?' 라는 생각이 턱 들더라구요. 제명안 제출이 이렇게 화내야 할 것이었나, 라는 생각도 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소신을 말하는 것에 대한 보복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철도민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수서발KTX 운영구조라던지, GPA개정안이라던지에 대해 찾아봤고, 나름 감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철도민영화를 옹호하고 철도파업을 욕하는 기사들을 읽어봤어요. 뭔가 꼬투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역시 못잡겠더라구요ㅋㅋ 여기까진 예상했어요. 벼락치기로 짧은 지식 쌓은 고1한테 꼬투리 잡힐만큼 허술한 기자들이라곤 생각 안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수서발KTX의 기형적 운영구조랑 GPA 개정안 날치기 밀실처리, 그것들이 뜻하는 것(철도민영화의 포석)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제가 흔들리더라구요. 진짜 민영화 상관없이 결백한건가?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요. (이건 좀 충격이었어요.)
이런 이유들로 요즘 머리가 좀 복잡했어요.
분명히 처음엔 잘못되었음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좀 쪼그라든 느낌이랄까요. 역시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싶기도 하구요.
그리고 뭣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횡포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 첫 정권이라서 '원래 이런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사실 이명박 정부때 국회가 어땠는지도 잘 기억 안나거든요.
으...상당히 두서없이 막 쓴 것 같은데 알아보실 수 있으시려나;;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함은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공부로 그런게 될까, 싶기도 해요. (사실 한국의 입시제도에 대해서도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ㅋㅋ) 정말 학교 공부를 착실히 따라가는 것으로도 그런 공부가 되나요? (안된다고 해도 이탈해버릴 용기는 없지만...)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맨 처음부터 묻고 싶어요.
전 뭘 해야 하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공부를 한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그 공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리고 뭣보다 상식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춘기 조카한테 충고,조언한다고 생각하시고 한마디씩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