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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유송한류연구소장 |
다양한 프로그램 다루는 종편, 시청률 상승세가 인기 증명
프로축구 경쟁이 성적 올리듯 방송도 '競爭의 꽃' 피워야
40대인 필자는 요즘 TV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용한 정보는 신문, 잡지, 책과 인터넷에서 접하고 TV에서는 대체로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패턴이 확 바뀐 것이다. 예컨대 '회는 활어보다 선어가 맛도 좋고 더 위생적이다'라는 상식과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는 역술인의 주장과 같은 기상천외한 정보들을 개국 2주년을 맞이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통해 접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심층보도 뉴스 진행, 의사 집단이 풀어가는 의학 정보 토크쇼, 밤새우며 토론하는 프로그램 등은 종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다. 특히 기존의 지상파 방송에서 소외되었던 중·장년층들이 대거 종편을 시청함으로써 볼 권리를 찾았다. 이에 자극받은 지상파 방송사들도 '종편 베끼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은 볼거리가 더욱 많아져 행복하다.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1990년대 말 아르바이트로 방송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있다. 한국 방송사에서 취재 나온 시사프로그램 PD를 도와 코디·섭외·통역 일을 했고, 방송사에서 외주를 받아 직접 PD의 입장에서 방송 제작한 경험도 있다. 필자가 경험한 한국의 PD들은 이미 결론을 내리고 모스크바로 출장 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즉 현지 사정이 다르더라도 자신의 결론을 바꾸지 않는다. 예컨대 '러시아의 경제 위기'란 제목이면 이와 관련된 영상을 찍어야 한다. 문제는 당시 이미 경제 위기가 극복되어 찍을 만한 그림이 없다는 데 있었다. 그러면 PD는 조작의 유혹에 빠지고 엉뚱한 장면을 찍고 '이게 경제 위기다'라고 자막을 내보낸다. 러시아 마피아가 주제인 경우 '인터걸(외국인에게 몸을 파는 러시아 여성)'과의 인터뷰 영상이 필요한데 섭외가 불가능하자 한국 유흥업소 러시아 종업원을 인터걸인 양 속이고 촬영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송 조작의 위험성을 알게 된 이후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구분할 수 있는 작은 능력이 생겼다. 2002년 효순·미선 장갑차 단순 교통사고를 마치 '살해 의도가 있는 미군'으로 몰아 반미 의식을 고취하는 선동을 목격했다. 2008년 광우병은 더 가관이다. 방송 조작을 통해 온 국민을 바보로 만든 희대의 방송 사고다. PD의 정치적 신념이나 그릇된 사고로 인해 편향된 방송이 만들어져도 이를 통제할 시스템이 방송국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주요 신문사는 몇 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소설이 기사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PD들은 1인 오너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거짓 방송이 드러나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상파 방송사의 이러한 오만함이 어떻게 하면 고쳐질 수 있을까? 바로 지상파와 종편 간의 공정한 경쟁이다. 현재 지상파는 황금 번호대에서 난공불락의 아성을 지키고 있다. 반면 종편은 마이너리그 번호대인 10번대다.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조롱받던 종편이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종편 4사의 시청률(전국 기준)은 5.395%를 기록했다. TV조선의 평일 낮 시청률은 지상파를 누르고 부동의 1위다. 시장경제의 꽃은 바로 경쟁이다. 프로축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1~2부 리그 간의 승격·강등제도가 경기력 향상을 가져온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상파와 종편 간 승격·강등제도가 도입되면 진정한 진검승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시청자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방송하는 작태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는 최근 방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중간 광고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종편과 지상파 간 공정한 경쟁이 될 때 방송의 진정한 질적 향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방송 한류 2.0 시대를 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