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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퇴근시간이다. 아싸리. 퇴근시간 다가오면서 시간끌려고 동여메던 신발끈 손때고 바로 퇴근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퇴근하자마자 집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기사는 요새 보기힘든 아주 친절한 기사였다.
매 탑승 손님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를 반복하고,
승객들이 하차할 때는 무조건 '안녕히가세요' 를 반복하며 뒷문을 열어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버스 속도를 보아하니 시간이 안맞은 듯 했지만 기사는 커브를 돌 때마다
승객들에게 '커브구간입니다. 손잡이 꼭 잡으세요.' 라며 안내도 해주고,
버스가 출발할 때도 '출발합니다. 손잡이 꼭 잡으세요.' 라며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안내방송을 했다.
타는 승객들, 내리는 승객들은 버스기사가 계속해서 웃으면서 안내방송을 하고,
인사를 하는 모습에 엄청난 감탄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했을꺼야.
저렇게 바쁜데다 속도도 급해보이는데 웃음하나 잃지 않고
승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어제랑 다름없이 버스는 한강대교에서 오랫동안 멈춰설 것 같았다.
퇴근시간에 한강대교 건너는 사람들은 알지만 정체는 엄청나다.
한강대교만 해도 10분 이상은 소비하는 듯 하다. 기사님은 지루한지 라디오를 트셨다.
라디오에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군휴가 나왔다 복귀하는 시외버스에서 들었던 노래였는데,
노래 하나만으로도 군복입고 휴가 복귀하던 나를 시외버스에서 혼자 울린 노래이다.
그 때 시외버스엔 같은 대대랑 다른 대대의 군 장병들이 많이 탔는데
유독 나혼자만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려서 모든 장병들이 나에게만 힘을 내라는 말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나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정신차린 후에 입대한 군대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많이 울 수밖에 없었다.
노래가 끝날 즈음에도 버스는 한강대교의 반 밖에 가지못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조용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승객이 우는 소리도 아니었고, 계속해서 유심히 들어보니 스피커에서 나고 있었다.
그렇다. 우는건 어떤 승객도 아니고 버스기사 였던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웃음을 잃지 않던 성실한 버스기사가
마이크를 통해 눈물흘리는 소리를 들리니 갑자기 버스가 숙연해졌다.
일행과 같이 탄 사람은 "무슨일이지?" 라고 할 정도였다.
얼마나 숙연해 졌을까, 버스기사는 울고있는 채로 갑자기 혼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내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셋째아들을 득남하고 1년이 되었을 때, 아이를 보며 즐거워 하던 제 아내였습니다.
당장 저에게 아들 셋이 남겨졌고, 학력도 능력도 부족한 저는
당장 노가다라도 시작해서 이일 저일 하면서 애들을 먹고살려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허락하지 않고 저보고 먼저 군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장인어른과 장인부모는 아내가 돌아간 후 편지하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당시 사회가 아이들 셋이나 가지고있던 남자를 군면제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저는 결국 그 세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기고 군대를 다녀와야만 했습니다."
이 때까지가 인생의 프롤로그 인 듯 했다.
이만 들어도 버스기사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듯 했다.
내 앞자리 앉은 사람은 탈때부터 핸드폰을 만졌는데 버스기사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손에 핸드폰을 들고있는 채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모든 승객들은 조용히 버스의 앞쪽만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군대를 갔다온 후 바로 고아원에서 세 아들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고생하며 낳은 우리 아들 셋을 고아원에 맡길 순 없었습니다.
내가 몸이 상하던 어떻게 되던 일단 악을 물고 아이들을 끝까지 키워보자.
30 가까운 나이에 이를 악물고 그생각만 하며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그나마 첫째아들이 대기업에 취직을 하며
나도 이제는 첫 며느리를 볼 수 있을 때가 왔을 정도로 여유로우니, 걱정없이 버스기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아이들을 키워온 것만 생각하면 너무나 악몽입니다.
둘째아들은 연세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둘째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성적이 좋아 매 시험마다 선생님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었습니다.
아내가 일찍 돌아간 사연을 알던 담임선생님은 비록 짧은 1년이었지만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개인지도도 해주었고, 아들 셋에게 밥도 사주며 힘을 보태 주었는데
그때 그 당시 그런 선생님의 행동이 저에게 얼마나 감사했나 모릅니다. 셋째는...."
하면서 버스기사는 조용해졌다.
버스는 한강대교의 정체를 벗어났고 버스기사는 다시 바쁘기 시작할 것 같았지만
승객을 태우면서도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사연을 말하다가 멈추면 안되겠죠.. 셋째는.. 군인을 꿈 꾸던 아이었습니다.
세 아들중에 막내로써 힘들었는데도 굉장히 강인하고 남자답고 인내심깊던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집에서 투정을 많이 부리긴 했지만 어디가선 강하고 믿음직한 아들 두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해군부사관에 입대했어요. 그 때가 2009년이었습니다.
2010년 초에 근무배치를 새로 배정받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배를 말해봤자 나는 모르지만 그래도 물어봤죠. 그게 마지막 함대배치 보고 전화일줄은 몰랐어요."
이쯤에 나는 생각했다.
설마 천안함이 아닐까. 설마.. 그런 비극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싫었지만 결국 천안함이 맞았다.
"772호 천안함입니다! 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요.
사회에서 알고지내던 같이입대한 부사관친구와 같이 배정받았다고 마냥 웃으면서도
다나까로만 말 하던 아들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요.
해군은 함대배치를 받으면 얼굴보기가 힘들고 편지와 전화로만 소식을 전해야해요.
저도 아들들도 그게 너무나 힘들었어요.
셋이 똘똘뭉쳐 모두 잘 되가고, 셋끼리 정도 있는데 2009년에 입대하고 1년동안 집에 온 수가 한번이었어요."
퇴근하고 싶은 맘은 온데간데 없고 집앞정류장도 지난지지 오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버스기사의 사연을 들으려고 안내리려는 승객도 있었던 것 같다.
"다들 아실꺼에요. 천안함 피격사건... 그 때 그 배가 천안함이었는데 우리 아들도 타고 있었어요.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그렇게 노력하더니 해군부사관으로 합격했다고 방방뛰면서 울던아들이 아직도 생각나요.
내가 운전하는데 무슨소리 하는거지.."
라더니 버스기사는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집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회사원들은 버스기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다면 왜 차가 안가냐고 따졌겠지만, 그때만큼은 그 버스 안이 얼마나 숙연했는지.
승객 두어명이 버스기사를 위로해주며 눈물을 닦으랴 손수건도 주었지만,
버스기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버스는 계속 멈춰있었고, 마이크를 통한 버스기사의 울음소리는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람 많은 곳에선 혼자서만큼은 안우려고 했지만 버스기사의 생각에 그 자리에서 울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슬픈 사연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못한 것일까, 아내를 잃은 버스기사는 아들까지 잃을 수 밖에 없던 것이었을까.
한참을 울던 버스기사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야기 들어주셔서들..
앞으로 남은 두 아들의 손자까지 다 클때까지 보고싶네요. 가능하겠죠?" 라면서
"한강대교에서 들었던 이등병 음악때문에 어디까지 간건가 모르겠네..." 라고 마지막으로 웃었다.
그러곤 다시 내리는 승객과 타는 승객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나는 힘찬 목소리로, "기사님 힘내세요!!" 라고 뒷문에서 소리를 치고 내렸다.
내가 그런 우렁찬 목소리를 낸건 군생활 이후로 처음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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