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이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락을 했고,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하다가 그렇게 우린 사귀게 됐지. 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서 자주 심적으로 위태로운데 오빠는 나와 다르게 참 따뜻하고 포근했어. 늘 차가운 내 손을 꽉 잡고는 입을 맞춰주며 예쁘다 했었지. 그리고 그 큰 손이 내 머리를 살짝 헝클고 갈때면 오빠가 내 마음까지 헝클였는지 너무 두근거렸어. 오빠의 목소리는 늘 나를 토닥였고, 괜찮다고, 잘하고 있잖아라며 보조개를 보이며 웃는 모습이 그렇게 햇살같았어. 내 생에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온 봄이었는데, 겨울이 길었던 나에게는 꽤 낯선 것이어서, 무서웠지만 오빠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는 더 용기를 냈어. 하지만 한 달이 조금 넘어서 오빤 나에게 이별을 고했지. 더이상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이야. 주저 앉았어. 너무 어지러워서 보도블럭에 그냥 앉아버렸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할 말이 없었고, 나는 알겠다며 오빠를 보냈어. 내가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차마 오빠 뒷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하염없이 땅만 바라보며 내게서 멀어져가는 발소리만 듣고 있었어. 오빠의 우주에서 나는 완전히 추방당해버렸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고, 오빠를 붙잡기에는 그동안의 시간이 오빠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서 나는 말 한마디도 건낼 수가 없었어. 그 후로 가슴팍에 얹혀버린 마음을 내리지 못해서 나는 일주일을 통으로 앓았어. 이제는 좀 괜찮겠지 싶었는데 홀로 누운 이 방이 왜 별 하나 떠있지 않은 바다처럼 아득한지, 왜 하필 내 손에 입을 맞추며 예쁘다고 속삭였던 모습이 생각이 나는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빼고는 너무 예쁜 사람이라서, 미워할 수가 없어서 더 밉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다정함은 너무 잔인하다. 이 아득함만큼 너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