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개월을 함께 했던 너에게서 "이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
헤어지자는 입장이 단호한 너를 잡아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며 2-3개월이라는 시간을 유예했지만,
그게 그렇게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는거 알아.
나는 너를 정말 사랑했어.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붓고
내게 없는 것은 만들어가면서까지 다 쏟아부어가면서 너를 만났어.
네가 바람을 폈을 때도, 나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해가며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을 때도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의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노력했고, 그래서 이해하려고 했어.
너의 상처를 알기에 더욱 조심스러웠고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모르는 너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길 바랬었나봐.
그 세월과 노력이 아깝지는 않아.
난 최선을 다해서 딱히 너와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너에게 못해준 것들이나 이런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살 뺐으면 좋겠다고 해서 살을 뺐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하루 한갑씩 피던 담배를 끊었고,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더 했고,
좀더 예쁘게 꾸몄으면 좋겠다고 해서 되도 않게 화장 연습도 했어.
결국엔 내 전체의 인생에서 득이 될 일이었지 해가 될 일들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내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이별을 말했고
그제서야 나는 네가 힘들었던 것을 알았다.
너의 고민을, 너의 감정을 표현 하지 않는 너였기에.
단지 딱 그거 하나. 너에게 미안한 것은 그거 하나였어.
너의 바람 이후 심해진 나의 불안이 너를 지치게 하는줄 모르고 그저 달려왔던 것.
왜 힘든걸 말을 안하고 이제와서 이러냐고, 그런걸 말하라고 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은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내가 너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겠지.
네가 보기에 나는 항상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보였을테니까. 거기에 짐을 하나 더 올려두고 싶지 않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돌아오고 나서 많이 힘들 줄 알았어.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가 않아.
내 전부였던 너와의 세계가 무너졌지만, 나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또 그 일상을 살아야하니까.
일을 했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웃고 떠들었어. 네 생각이 나지 않았어.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어.
가끔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톡을 확인했지만
어차피 우린 끝난거니까, 연락 안오겠지 하며 덮기를 반복하다가 나중엔 그마저도 안하게 되더라.
그리고 네가 싫어해서 하지 못했던 것들도 다 해봤어.
눈치 보지 않고 담배도 펴보고, 머리 자르는 걸 싫어해서 계속 유예하고 있던 머리커트도 했어.
하루종일 운동이라고는 스트레칭 조차도 안하고 그냥 늦게까지 자다가 이불 속에서 뒹굴어도 보고.
네가 꿈에 나와도, 네가 생각이 나도, 문득 너와 함께 했던 사진을 발견해도
더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어.
2년 2개월 동안 너와의 힘든 연애에서 난 눈물을 다 쏟아버렸나봐.
오히려 후련했어.
그래 네가 싫어하는 것들이 뭐가 대수라고 내 마음대로 머리도 한번 못잘라보고
너에게 칭찬 받는 것이 고작 무엇이고, 너에게 인정 받는 것이 고작 무엇이기에
나는 그렇게 나를 버려가며 너의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 벌벌 떨고 전전긍긍하며 노력했을까.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아니면 미친듯이 단 것이 땡기지 않는다는 것도,
허기가 그렇게 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은 네가 내게 원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얼마나 불편했었던지도...
하루하루 깨달아가며 난 그렇게 살고 있어.
어쩌면 돌이켜보면
나를 바라보는 너 뿐만이 아니라
너를 바라보는 나도 권태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예쁘고 고마웠던 모습보다는 맘에 안들고 미운 모습이 먼저 보이고
이래도 맘에 안들고, 저래도 맘에 안들고 최근에는 그랬었거든.
그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해가며 노력하면 좋아지겠지 하고 노력하자고 했고
거기서
너도, 그리고 나도 이미 많이 지쳐있었던 모양이야.
차였는데도 미안하고 아쉬운 감정보다는 후련하고 편하다는 느낌이 드는걸 보면.
이 정도면 우리 이제 끝난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