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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일기(葬禮日記) - 안동의료원 빈소, 특 1호실
안동의료원 빈소, 특 1호실.
그곳에서 (영정사진을 앞에 둔 그곳에서)
나는 보았다.
문밖까지 밀려나 있는 아무개의
검정 구두들에서, 지난 날
그를 떠올렸다.
노란봉투 속, 담배 한 갑이
옷을 벗을 때 마다
그가 진 빚 또한 옷을 벗으리라.
죽음, 그 얼마나 심심(甚深)한 인사인가.
안동의료원 빈소, 특 1호실.
그곳에서 (국화꽃 제철 찾은 그곳에서)
나는 보았다.
장손의 곡소리와,
비워져 가는 소주잔 안에서
손사래치며 강을 건너는 그를 보았다.
암실(暗室)
저건 달이 아니라 밖으로 통하는 구멍일거야
오늘도 저 바깥세상에 불이 켜지면
조그만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고
나는 저 환풍구로 나의 폐에 불을 붙여 날숨을 후후
불어 올리는데
그러기도 잠시
암실에 누군가 불을 켜 주면
금세 또 까먹고
책가방을 들춰 업고는 아파트 칠층 난간에서
도약이 아니라 추락을 시작하는데
저린 다리를 매만지며 누가 화단에 심어 놓은
유기농 상추를 급하게 뜯어먹고는
며칠 전에 바뀐 현관 출입문 번호를 한참이나
생각하다 중국집 철가방 속으로 들어가고
“당신을 위해 마련한 일용할 양식이 올라갑니다. 맛이 있나요?”
철문에 붙은 한의원 광고를 보고는
이렇게 가다간 내가 너무 오래 살 것만 같아
이윽고 암실에 마련된 암실에 돌아와 하릴없이
저기 밖으로 통하는 출구를 바라보는 것인데
“아, 오늘은 구멍이 좀 줄었네?”
바깥사람의 관음증도 저물어가나?
나는 또
금세
까먹고 아파트 칠층 난간을 부여잡는데
그리움으로 널 잊겠다.
그리움으로 널 잊겠다.
그리움은 잊혀짐의 다른 이름이다.
핏빛으로 타오르는 저녁놀이
이내 검게 사그라지듯
임종을 앞둔 아무개의 거친 숨이
이내 잠잠한 적막이 되듯
흐드러진 벚꽃이
이내 지상으로 투신하듯
전남도청의 숨 가쁜 총성이
이내 저문 강 너머로 넘어가듯
절정의
그리움으로 널 잊겠다.
그리움은 잊혀짐의 다른 이름이다.
여름에 떨어지는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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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만 떨어지는 것이 낙엽인가
잎이 떨어지면 落葉이지
문득, 한 여름, 슬리퍼 신은 발치에
툭하고 차이는 낙엽을
한번이라도 다시 올려다 주려고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땅으로 투신한 낙엽,
그 푸른 주검
다시 하늘로 훨훨 올려다 주고 싶은데
그 자리엔 이미 상처가 아물었던가
가을에 떨어지는 수많은 낙엽보다
한 여름 그 뜨듯한 아스팔트 위의
어린 맥박을 허덕이는
그 잎 때문에
왼쪽 가슴께가 저리어 오는 이유는 뭔가
옅은 미풍에 돌아누워
바퀴소리에 숨어
울어내는-.
가을을 기다리기는 너무 이른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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