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댓글 연계’ 의혹 짙어져
김관진 “정보 예산” 해명 불구
국정원이 예산 쥐고있는 상황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지적
대선 때 9차례 “중립” 지시 속
징계 위험 무릅쓰고 ‘정치 댓글’
“개인 활동” 해명도 설득력 잃어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한겨레> 보도로 현재까지 확인된 요원만 모두 4명이고, 이들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사이버사는 국방부뿐 아니라 국정원 예산까지 받아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본격 조사하기도 전에 “개인적 활동”이라며 선을 그으려 하고 있다.
■ 국정원 예산 타 쓰는 사이버사령부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관계는 합리적 의심을 살 만하다. 15일 국정감사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012년도에 40억원, 2013년도에 50억원 등 거액의 국정원 예산이 사이버사에 지급된 사실을 추궁하며 사이버사가 사실상 국정원의 하위 정보활동 파트너로서 지휘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은 “일부 사업비는 국정원 예산에서 들어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규모는) 모른다”며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한겨레> 확인 결과, 사이버사는 2012년 170억원의 총예산 중 45억원, 2013년 255억원의 예산 중 57억원을 국정원에서 지원받았다.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과의 관계에 대해 “정보예산이다. 일부 예산을 국정원에서 받아도 그건 국방비”라며 “사이버사령부는 국군조직법에 의해 태동됐으며, 국정원과는 협조 관계일 뿐 지시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사와 국정원의 관계가 수직적인 지시-복종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협력 관계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시 관계’를 부인하지만, 사이버사가 국정원 예산 수십억원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할지는 의심스런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이 정보예산을 통제하면서 국정원 댓글 작업과 같은 차원에서 같은 시기에 이뤄졌을 것이란 의심은 있다”는 물음에 “그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김 장관은 14일 국정감사에서는 사이버사의 예산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국정원 예산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조차 사이버사의 활동을 잘 몰랐거나,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 대선개입 댓글 작업이 ‘개인적 활동’이었다? 현재까지 <한겨레>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이버사 요원 4명의 활동 양태를 보면, 국방부의 주장처럼 단순한 개인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블로그를 사용한 ‘고구려’(hungsig2002)와 ‘미륵불’(dmltjr0121), 트위터를 사용한 ‘zlrun’(@ekfflal), ‘광무제’(@coogi1113)가 올린 글이나 만화들이 일관되게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등 야당 대선 후보들을 비방하고,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을 옹호하는 등 선거·정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또 이들의 인터넷 활동은 특히 대선·총선 기간에 집중되는 모습도 보였다. 예컨대 zlrun의 경우 평소 월 80여건의 글을 올리다가 대선 직전에는 월 180여건으로 2배 이상 글을 올렸다.
15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방부가 5차례, 사이버사에서 4차례나 사이버사 요원들에게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립 지시를 받은 사이버사 요원들이 ‘징계·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인 차원에서 정치적 의견을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렸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군대는 ‘상명하복’과 ‘신상필벌’이 분명한데, 군인과 군무원들이 장관이나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고 이런 활동을 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군사비밀 취급 자격을 갖고 있고, 일부는 심리전 활동과 관련해 국방부의 표창까지 받은 정예 요원들이다.
또 이들이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는 군과 관련된 것이 많다. 업무 관련성이 높다는 뜻이다. 고구려(hungsig2002)는 아예 ‘고구려의 군사자료실’이라는 문패를 달아 활동했고, 미륵불(dmltjr0121)도 ‘그림지’라는 제목으로 군대 관련 정보를 모아놓았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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