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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4544
    작성자 : 성성2
    추천 : 32
    조회수 : 3457
    IP : 115.94.***.142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6/03/16 11:27:0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4544 모바일
    금발 미남이 되고 싶었던 이야기
    옵션
    • 창작글
    제대 후 나를 당황하게 한 큰 사건 중 하나는 단골 이발소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미용실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던 나는 머리가 귀를 덮었을 무렵 가뜩이나 못생긴 외모에 지저분함이 추가될 때 거울을 보며 '나는 머리가 
    짧거나 길거나 일관성 있게 못생겼어! 역시 한결같아!' 하는 생각과 경쾌하게 찰칵찰칵 소리를 내던 할아버지 이발사님의 가위 소리와 
    빨랫비누로 감겨주는 투박한 사나이의 손길이 그리웠다. 하지만 더는 동네에 나의 머리를 다듬어 줄 이발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드디어 앞머리가 콧구멍을 가려줄 무렵 나의 외모를 본 친구들은 '그동안 너의 얼굴을 바라보기 부담스러웠는데 알아서 가려주니 고맙다.' 라는
    의견과 '아무리 제대한 아저씨라고 하지만 너는 아직 20대 초반인데 벌써 외모를 포기하려 하냐.'라는 두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
    머리를 다듬으면 여자친구가 생기겠지 하는 망상에 제대로 빠진 나는 외모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학교 앞 미용실은 부담스러워 결국 동네 미용실
    탐방에 나섰다. 처음 방문한 곳은 '오미자차'가 연상되는 사장님 이름을 강렬하게 부각한 뷰티샵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 머리에 보자기를 둘러싼 
    아주머니 네 분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오미자차'가 연상되는 이름을 쓰는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여긴 패스.. 왠지 이 
    미용실에 들어갔다간 나도 네 명의 아주머니 옆에 나란히 앉아 보자기를 쓰게 될 것 같았다.

    그다음 방문한 미용실은 통유리로 밖에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의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이었다. 미용사분과 보조로 추정되는 여성분들이
    너무 예뻤고 손님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았다. 여기는 부끄러워서 패스.. 특히 머리 감겨줄 때.. 하아.. 부끄러워..

    아무래도 '우리 동네에는 나를 받아줄 만한 아니 소화해줄 만한 곳이 없구나' 라며 학교 구내 미용실이나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 
    파랑새는 가까이 있다고 신장개업이라는 종이를 붙인 미용실 한 곳을 발견했다. 손님도 없고 미용사분도 한 분이 있는 그곳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20대 초반 태국 샤이보이에게 그 미용실은 손님도 없고 최적의 안성맞춤 미용실이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을 때 의자에 앉아 헤어스타일 관련 서적을 읽고 계시던 사장님은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시선을 문 쪽으로 
    향했고, 사장님의 표정에서 '여기는 사람 머리를 자르는 미용실인데 웬 삽살개 한 마리가 들어왔나..' 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바꾸며 "머리 자르러 오셨어요?" 라고 친절한 영업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내했다.
    의자에 앉아 큰 거울을 바라봤을 때 사장님의 작은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그녀는 미용인생 최대의 고비를 독립해 창업하자마자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고 내게 "그런데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패션, 스타일, 코디 이런 단어는 내 인생에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생소한 단어다. 내가 어떤 머리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때 사장님은
    내게 책 한 권을 내밀면서 원하는 스타일을 고르라고 하셨다. 아주 잠시나마 머리를 자르면 나도 이렇게 멋지게 보일 수 있겠냐는 넋 빠진
    생각을 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보며 망설이고 있을 때 사장님은 내게 요즘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염색이 유행인데 머리를 조금 다듬고 
    노란색으로 염색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예상비용보다 초과한다는 점과 과연 노란 머리가 어울릴까 하는 고민할 때 사장님은 
    할인과 "우리 남편도 얼마 전에 내가 노란색으로 염색해줬는데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 라는 말에 결국 염색을 하기로 결심
    했다. 

    사장님의 손길이 오가는 동안 나는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금발 미남이 된 나는 미녀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리고 꿈에서 깼을 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올법한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쓰고 있었다. 보자기를 둘러쓴 30분 동안 "나도 이제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 
    될 수 있어." 라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드디어 보자기를 푸는 순간이 왔다. 염색이 처음에는 제대로 색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사장님도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다행히 사장님이 예상하고 미리 보여준 노란색이 나오긴 했는데, 뭔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봤는지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사장님은 첫 염색에 이 정도면 아주 잘 나온 것이라며 만족하신 표정이었다. 

    그리고 금발 미남으로 환골탈태했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갔을 때 친구의 한 마디에 어디서 많이 본 그 모습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이 새끼 주말 동안 히맨이 돼서 왔네.."

    그리고 내 별명은 한동안 '태국 히맨', '흑 히맨'이 되었다.

    P.S 
    1. 태국 히맨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 미용실 앞에 웬 레고가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역시 레고는 남녀노소 좋아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금발 미남이 되었을 때 여학생들보다 오히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 이 새끼들.. 추억의 히맨을 잊지 못했나보다.


    출처 그래도 그때는 머리숱이 많았는데...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지금도 그 미용실을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사장님은 내 머리를 다듬으시며 아재 개그를 하기 시작했다.

    "성성씨 미꾸라지 작은 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미꾸스몰... 요" 

    "아.. 아는구나.."

    "성성씨 그럼 바이올린 떨어뜨리면 뭔지 알아요?"

    "바이내린요.. 그럼 사장님 비올라를 겨울에 들고 다니면 뭔지 아세요?"

    "그..그게 뭔데요?"

    "눈올라요.."

    사장님은 앗싸! 개그 하나 건졌다.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얼마 전 처음으로 사장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는데...

    "성성씨 그런데 점심은 먹었어요?"

    "아니요. 아침을 늦게 먹어서..."

    "난 점심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다 먹었는데 영 나한테는 안 맞네.."

    "왜요? 반찬 양이 적었어요?"

    "아니요. 난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도시락 말고 시골락이 체질에 맞나 봐요.."

    젠장..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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