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이 막 올라가는 시점에서는 정말 약을 거하게 빨은 상마초 액션 영화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 거친 이미지 밑에 숨겨놓은 메시지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더군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숨가쁘게 지나가서 놓친 것들이 많지만 그 와중에 가장 인상깊게 남은 이미지는 기관총으로 마구잡이 총질을 하는 미치광이를 배경으로 흐르는 베르디의 레퀴엠 중 Dies Irae, 즉 진노의 날. 그리고 땀냄새 가득한 남성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시 피어나는 여성들의 쟁취, 그리고 승리.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여성의 가능성과 그것이 만개함으로서 스러지는 제국을 보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지극히도 남성적인 액션 영화라는 틀 속에 넣어놓았다는 생각에 찬사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다시 볼 계획입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로 저는 아마 이 영화를 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