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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전 여자친구는 스페인 사람입니다.
그녀와는 온라인 펜팔을 하면서 알게되었고, 한국에서 살고있었기 때문에 얼굴은 모르지만 이것저것 아는대로 도와주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고, 종로에서 처음 만난날, 하얀 원피스에 금발의 그녀가 저의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제가 대쉬해서 사귀게 되었지요.
한국말을 잘 못하는 그녀를 위해 데이트 코스를 짜거나 안내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성인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던 그녀는, 일때문에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피곤해했지요. 그런 그녀를 위해 저는 온양온천에 2박 3일의 데이트코스를 짰습니다. 그녀는 바다는 많이 가봤지만 온천은 처음가본다면서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흐뭇해 했지요.
하지만 둘쨋날 저녁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약해놨던 식당에 단체 손님이 들어와버려서 저희 자리가 없어진 겁니다. 하루종일 온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기 때문에 둘다 너무 배가 고파서 화도 못내고 나오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지리도 잘 모르는 온양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식당은 꽉차있거나, 너무 허름해서 들어가기 꺼려지거나, 매운음식이라 그녀가 못먹는 음식이거나 했습니다. 그 흔한 중국집 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는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 으슥한 길거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창때라 이런저런 생각이 들만도 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숙소근처로 걸어서 이동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저희는 제발 아무 식당이나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골목 끝에서 홍콩이라고 써있는 네온싸인이 보였습니다. 저는 환호를 지르며 그녀에게 저기 중국집에서 먹자며 재촉하였습니다. 드디어 밥을 먹을 생각에 "나는 간짜장 먹어야지. 넌 뭐먹을거야?" 하며 빠른걸음으로 중국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골목끝에 도착하니 중국집에 벽이 큰 유리로 되어있고 안에서는 핑크색 불빛이 나오고있었습니다. 안에는 반쯤 벗은 언니야들이 저희 커플을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만난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를 사창가로 데리고 온것입니다.....외국인인 그녀는 어느걸 먹을거냐며 미친듯이 웃으며 저를 놀렸고 저는 그대로 굳어서 홍콩이라 써있는 간판만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이젠 여자친구에서 와이프가 된 그녀는 종종 저녁메뉴 고를때 홍콩가서 먹을거냐고 놀려댄답니다.
출처 |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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