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6차 공판] 5파트장 "경찰조사에서 허위진술 짜맞춰"…외부조력자 "파트장이 옆에서 직접 조언"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국가정보원이 선거개입 사이버 심리전단 활동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파트장과 외부조력자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직원들에게 경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파트장은 '친구' 사이인 외부조력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사이버 활동 지시와 관리를 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아무개(42) 심리전단 3팀 5파트장은 "지난 1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관련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속 파트 직원들이 본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외부조력자와 허위 진술을 짜 맞춘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최영탁 전 3팀장에게 보고했고 그 후 윗선 보고는 팀장이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파트장은 "김하영 국정원 직원 사건 후 외부조력자의 존재가 알려졌고, 수사를 맡은 권은희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안보수사를 은밀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실황 중계하듯이 내용을 공개해 언론의 국정원에 대한 폄훼와 때리기가 가중됐다"며 "경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에 직원들에게 경찰에서 진술하지 말고 검찰에 가서 모두 밝히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파트 직원들과 외부조력자의 사이버 여론 공작 활동에 파트장인 본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숨기려 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외부조력자 이아무개(42)은 이 파트장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 동기로,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2011년 11월 훨씬 이전부터 이 파트장의 심리전단 업무를 도와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팀장 결재를 통해 매월 평균 300만 원의 활동비도 지급받으며 하루에 많게는 50건의 글을 다음 아고라와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 등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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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이 가림막 뒤에 앉아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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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에서 이 파트장은 친구인 이씨가 심리전단 활동과 무관하다는 식의 두둔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이씨가 심리전단 직원들이 만들어준 아이디와 닉네임을 가지고 종북 대응 글을 썼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심리전단 업무를 도운 것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국정원이 이씨에게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가 사이버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은 동의하지 않고 이에 대한 활동비 명목도 아니다"면서도 "옥상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대통령이 문재인이 되든 박근혜·안철수가 되든 아무 상관없고, 당선 후보에 따라 대북정책도 바뀌니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글을 쓰지 말고 종북세력 비난, 안보 관련 글을 쓰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오유에서 다수의 아이디를 사용한 것이 맞고 이 사이트에서 본인 친척 명의로 이메일 인증을 받아 특정 정치인을 거론한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이 아는 이메일이어서 내가 전달한 여러 개 중 자기 것인지 아닌지 많이 헷갈렸을 텐데 나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잘못 진술한 것 같다"며 "해당 아이디와 글은 내가 사용해 작성한 것이 맞고 내가 준 아이디를 그 친구가 사용했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의 진술이 이와 달랐다. 이 파트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하 이씨는 "이 파트장은 일과시간에도 당시 내가 거주하고 있던 고시원에 자주 찾아왔고, 그에게 활동 상황을 보여주니 '잘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정치색이 강한 글에 대해서는 옆에서 내가 쓴 걸 직접 보며 종북 관련 글을 올리라고 충고해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한 아이피 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오유에서 매일 다수의 글을 쓰며 중복 추천으로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도록 했고, 종북좌파 선동글에 대해 아이디를 바꿔가며 반대 클릭을 했던 사실을 시인하며, 이 같은 아이피 중복 회피 기능을 이 파트장이 집에 왔을 때 직접 시험해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파트장도 오유에서 본인 소속 심리전단 파트 직원들과 조직적인 '찬반클릭' 여론조작 활동을 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김하영 직원이 업무용 노트북 메모장에 오유의 게시글 밀어내기와 선동글 무력화 등 평판 시스템을 연구해 설명해 놓은 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라고 해서 김 직원이 본인 메모장에 정리해 놓은 것"이라며 "해당 파일을 파트원들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유 사용자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원들이 조직적으로 상의하고 동시에 찬반클릭 활동은 했던 정황과 관련해선 "몇몇 글들은 반대 클릭을 하라고 직원들에게 전화로 연락한 적도 있다"면서도 "오유는 극단적 좌편향 사이트고 시사 관련 게시판에 가 보면 대부분 반대 클릭할 글이 많아 이런 글들엔 직원의 반대 클릭이 몰리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연락체계를 갖추고 활동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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