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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1313
    작성자 : 패션게서식중
    추천 : 10
    조회수 : 914
    IP : 59.0.***.1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10/13 22:03:3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1313 모바일
    눈팅 3년차가 써보는 이야기.


    시작은 흐르고 흘러 약 3개월 전으로 갑니다.

    흔하디 흔한 취업준비생을 빙자한 백수였던 저는 언제나처럼 카페 창가에 죽치고 않아 밤바다를 보면서 이력서를 적고 있었죠.

    2시간 쯤 됐을 무렵 가야지 하던 차에 머리부터 발 끝까지 딱 내 이상형인 사람이 들어와서는 편지를 쓰기 시작하더라구요.

    거리는 끝과 끝, 당시 그 분이 앉아있던 테이블의 사이즈는 10인용으로 굉장히 컸는데 부담스러운지 다들 그 쪽에는 앉지를 않더라구요.

    가서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던 차에 전형적인 오유 2년차 모쏠 오징어였던 저는 이력서나 계속 적기로 했죠.

    그러다가, 계속 신경 쓰여서 그냥 가서 말 걸었어요. 멘트도 웃겨요.

    " 여기 팥빙수 맛있다고 들어서 한 번 먹어보려는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네요. 같이 먹을래요? " 라고 같잖은 멘트 던졌어요.

    사실 여기 팥빙수는 커녕 커피도 맛없고 자리 때문에 오는 곳이거든요.

    대답하더라구요.

    " 딸기맛이요."

    전 딸기를 굉장히 싫어해요.

    겉에 송송 박힌 씨가 번들거리는 그 모습도 싫어하고 그 맛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걸 놓쳐요.

    " 저도 딸기 굉장히 좋아하는데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

    그리고 주문하러 갔을 때, 딸기는 스트로베리(Strawberry)잖아요. 마침 메뉴에 베리 빙수 어쩌고가 있길래 그걸로 주문했어요. 

    블루베리더라구요. 가슴이 덜컹했지만 블루베리도 딸기니까 별 말 없겠지 하고 가지고 올라갔어요.

    다행히 딸기보다 블루베리를 좋아한다고. 그냥 빙수에서 가장 일반적인 딸기 얘기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잘 찍었어요.

    얘기는 생각보다 잘 풀렸어요.

    저는 이제 실습을 마친 현직 항해사. 그 분은 3년 간 디즈니 크루즈에서 스튜어디스로 승선 경험이 있는 현직 학원 영어 강사였어요.

    2시간 정도 얘기좀 하다가 마침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길래 보러 갔어요.

    공연은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그 때, 꽤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저희가 신청곡을 요청했었는데 거절 당한 줄 알았던 노래가 있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공연 하셨던 분이 부르더니 따로 불러주신다고 하더라구요.

    덕분에 저랑 이상형 분 분위기는 정말 좋아졌어요.

    그리고 그 날로 부터 딱 2주 후에 제가 고백했어요.

    차였어요. 안 생겨요.



    그 때, 후에 더 일이 없었다면 제 글은 여기서 끝났을 거에요.

    차였지만 교회에서 가는 여행은 같이 갔어요.

    같이 여행 가서 재밌게 놀고 하기는 했지만 별 감정은 안 들었었어요. 어짜피 한 번 차였기에 깔끔하게 체념하고 있었거든요.

    돌아와서 다같이 저녁 먹고 돌아가는 길에 붙잡더라구요.

    그리고 안생겨요가 생겨요가 됐어요. 그 날은 8월 15일이에요. 잊어서는 안되는 날이 날이 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어요.

    저에게 8월 15일은 잊어서는 안되는 광복절이자 첫 여자친구인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날로.

    그분께 8월 15일은 한국에 온 지 8개월이 되는 날이자 한국의 독립 기념일, 그리고 첫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난 날로 기억 하게 될거에요.

    여기까지가 20살 한국 남자와 29살 캐나다인이 만난 이야기입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글로 적어보니 A4 한 장 분량도 안되는 가볍게 적히는 이야기네요.


    후 이야기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후 8개월을 간절히 원해왔던 회사에 합격.

    올해 중순 승선을 앞두고 있어요.

    항해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8개월 이상, 오랜 시간 떨어져 있게 됐어요.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 아닌 여자친구에게 기다려 달란 건 차마 못할 짓인 걸 알기에 미안하다고 헤어지자고 했다가 시원하게 욕먹었어요.

    그리고 울더라구요. 기다릴 거 생각하니까 많이 힘들 것 같대요.

    저보다 9살이나 많기에 제가 항상 의지하고 조언을 구하던 사람이 제 앞에서 울고 있으니 기분이 참 싱숭생숭 하더라구요.

    그냥 말 없이 다독여줬어요. 울음을 그치고 여자친구가 한 말은 기다리겠다였어요.

    여자친구는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제가 그 와중에 제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헤어지자고 한게 상처가 됐나 봐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부탁한다고, 기다려달라고. 그리고 기다려 주겠다는 답을 받았어요.

    군대처럼 한없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군대 가는 연인의 느낌이 이런 걸까요.


    모쏠의 첫 연애인데, 너무 과분한 착한 사람을 만났어요.

    아직 2개월 밖에 안됐지만, 불확실하고 집안 어른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듣고 있는 커플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보려구요.

    다녀올게요, 내년 여름에 뵈요.


    넥 슬라이스.jpg

     사진은 제게 은사님을 찾아뵙기 위해 다녀온 전주에서 꽃놀이까지 해결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와 여자친구, 올해의 마지막 여행 사진이에요.


    ASKY가 Canada의 A를 여자친구로 바꾸고 남은게  SKY가 된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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