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니다
전화 걸기와 받는 것, 카톡 답장하기와 사람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어느 정도 친구는 있다
그 친구 중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술'이다
술이는 참 착해서
내가 부를때는 언제든지 온다
내가 부르지 않을때도 가끔 찾아오기도 한다
가끔 허락도 없이 우리집에 처들어올때면
나는 싫은 내색 하나없이
"와쪙?" 하며 반긴다
그 친구도 그렇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찾거나 계속 붙들고 늘어져도 싫어하는 기색 하나없이
"와쪙?" 하며 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준다
술이 때문에 알게된 친구도 꽤많다
20살이 되자마자 알게된 친구는 이슬이였다
이슬이는 굉장히 깍쟁이 같아서 치고 빠지기를 잘한다
몇시간 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아프다며 집에가기 일쑤
몇번 겪고나니 나와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아 이젠 만나지 않은지 오래다
그런 이슬이때문에 힘들어서 몇날며칠 머리싸매고 힘들어하자
술이는 다른 친구를 소개해줬다
술을 처음 마셔본다는 처럼이였다
그 친구는 이상하게도 나와 잘 맞았다
몇시간을 함께해도 질리지 않았고 머리아프다고 먼저 들어가는 법도 없었다
늘 쾌활하고 시원시원하니 내 마음을 잘 알아줬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가끔 놀러가서 알게된 부산에 사는 시원이와도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처럼이를 알고부터는 이슬이와 급격히 멀어졌다
종종 내 친구들은 이슬이를 불렀지만 난 별로 할말도 없고 성격도 잘 맞지않아
처럼이를 불러 둘이 얘기를 나누곤 했다
이제는 친구들도 우리사이를 인정한 것인지
이슬이보다는 처럼이를 더욱 아꼈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구장창 처럼이와 놀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처럼이는 매일매일 만날 수 있는 친구도 아니었고
매일 만나자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술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이제까지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맥주를 소개해줬다
다시 한번 술이에게 경의를 표했다
인맥쩌는 지지배
맥주는 술이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대체로 유학파나 외국인들이 많았다
우리는 말이 통하진 않았지만 마음이 맞아 금세 어울렸다
독일에서 온 아이, 체코친구, 벨기에친구, 필리핀이나 중국친구들까지.
하루에 한명만 만나기는 아쉬워 온나라 친구들을 다 불러모아 파티를 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한국친구들도 있었는데 난 그 친구들이 참 좋았지만
더러는 애들 성격이 싱겁다며 기피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가장 많이 만난건 언제나 후리후리한 카후리였다
카후리는 어찌나 후리한 삶을 사는지 밤낮이고 날 만나러왔고
나도 적극적인 그 친구가 싫지만은 않았다
후리와 만나기 힘든날은 체코출신 군필자인 스너를 종종 만날때도 있다
술이는 내가 더욱 마음에 든다면서
더 독한년과 친해져보라고 했다
"독한년? 어떤애들이길래?"
나의 물음에 술이는 대답대신 자기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러시아애들한테 인기쩌는 보드카와
자존심 센 위스키,
달달한 애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진까지
그렇게 많은 친구들을 사귄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하면 이 친구들 모두와 조화롭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런 내 고민을 알고있다는 듯 술이가 슬쩍 말을 건넸다
"처럼이는 밤늦게까지 계속 함께하기엔 통금이 있으니 초저녁에 만나고 필스너나 카후리같은 애들은 늦은 저녁 잠깐 만나는 걸 좋아하니 그때불러. 위스키나 보드카같은 애들은 좀 야행성이야. 밤늦게 만나면 더 신나게 노는 애들임"
그때부터 술이말대로 나는 처럼이를 젤 먼저 만났고 그 다음 카후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흥이 올랐을땐 드카나 스키를 불러냈다
하루에 세 친구를 만나다보니 다음날 조금 피곤했지만
의리쩌는 나는 친구들과 매일매일 함께했다
가끔 기분이 울적하거나 비가오거나 기분내키는대로 만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술을 막 마시는 걸리였는데
그 친구는 약간 폐륜아 기질이 있는지
낮에 마시면 애미애비도 못알아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낮에 만나긴 좀 껄끄러운 친구임은 분명했다
비오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어느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날 걸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온다고 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라 달갑진 않았지만 굳이 거부하진 않았다
걸리가 데려온 친구는 듬전이었다
모씨 가문에서는 한가닥한다는 우리나라 대대로 부자집안 아이였다
폐룬아 기질이있는 걸리와 재벌3세 듬전이는 굉장히 잘어울리는 커플이었다
부유하게 자라서인지 듬전이 얼굴엔 늘 기름기가 좔좔 흘렀다
가끔 그런 듬전이가 너무 맛있어서 멋있어서
걸리없이 몰래 만난 적도 있었지만
역시, 듬전이 곁에는 걸리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 후로 단둘이 만난적은 없다
그 친구들과 함께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몸이 아프거나 바쁠때는 잘 만나지 못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만나려고 노력중이다
그렇게 그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온 결과
지금 내 별명은 고주망태이다
오늘 저녁에도 늘 후리한 카후리를 만났다
후리랜서인 나와 요즘 젤 가깝게 지내는 친구인데
며칠전부터 처럼이가 계속 연락을 한다
오늘은 바쁘다고 빼기를 며칠째,
내일은 꼭 만나봐야겠다
아무래도 내게 긴히 할얘기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끔 함께 만났던 삼겹살이나 알탕, 닭똥집이란 애들이랑 같이 만나자는데
난 아무래도 처럼이랑 같이 만나기엔 닭발, 곱창이란 친구들이 더 편해서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