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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0403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94
    조회수 : 9899
    IP : 118.32.***.36
    댓글 : 49개
    등록시간 : 2015/09/06 22:44:3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0403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29-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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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둘째오빠는 수학과 출신이다.
    잘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좋아했던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반에 하나씩 존재하는 애들, 그러니까 수학 시간에 문제 푸는거 좋아하는 타입? 그런 부류였다.
    반면 큰오빠는 공식 자체는 이해하는 편으로, 배우면 흉내는 냈었는데
    문제는 나랑 막내였다.
     
    엄마는 작은오빠에게 과외비를 줄테니, 나와 막내에게 수학 과외 알바를 제안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작은오빠는 연애를 하면 들어갈 돈을 생각해서 옳다쿠나 하고 제안을 수락했다.
    그게 개미지옥인줄도 모르고.
     
    작은오빠: 이건 마이너스잖아. 그치?
    나: 그래. 마이너스는 없는 수잖아. 가뜩이나 가진게 없는 앤데 그걸 왜 빼?
    작은오빠: 아이씨 그럼 없다고 안풀어? 문제가 있는데 안푸냐고.
    나: 이건 너무  잔인해. 나 지금 공부할 기분이 아니야.
    작은오빠: 미친...
    나: 세상 모든 걸 숫자로 풀려고 하는 오빠는 바보야.
     
    오빠와 나의 과외는 대략 저런 식이었다.
    물론 작은오빠의 윽박과, 압력과 협박과 달램의 반복으로 몇몇 공식은 외웠으나 다음날이면 까먹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작은오빠가 수업시간에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나랑 언성 높이고 싸우다가 과외에서 짤렸다.
     
    다음은 몇 년 후 고등학생이 된 막내 과외.
    어릴때부터 예체능으로 단련된 막내는 해맑게도 형이랑 공부를 해서 좋다고 했다.
    작은오빠는 자신의 동생이 사람인가 돌인가 하는 탐구의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였다.
    작은오빠가 공식을 막 설명하면 막내는 '세상에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봤다고 한다.
    그럼 작은 오빠는 "아, 이새끼 하나도 모르는구나." 라는 걸 짐작했다고.
    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설명했다고 하는데, 그건 소용없는 짓이었다.
    기초가 없는데 설명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기초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초등학교 이후로 수학 공부를 해본 적 없는 막내에게 작은오빠가 하는 말은 신비, 미지의 세계였다.
    동시에 자장가였을 것이다.
     
    작은오빠: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 이렇게 대입을 하고 이렇게 하면 풀리는 거야. 답 나오지?
    막내: 우와. 또 해봐.
    작은오빠: (문제집을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한다) 봤지?
    막내: 우와. 형 짱이다. 그럼 이 밑에는?
    작은오빠:(신나서 풀다가) 아, 이새끼가...
     
    막내와의 길지 않았던 과외기간으로 얻은 것은 오빠의 수학실력이라고 할 만큼, 막내는 아무것도 배우질 못했다.
    오빠가 내는 문제들을 찍기 시작하다가 작은오빠한테 귀를 잡혀 방 밖으로 끌려나온 날,
    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작은오빠를 과외 선생 자리에서 짜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월급을 받으면서 작은오빠는 엄마에게 말했다.
     
    작은오빠: 어머니, 자제분 그냥 밝게만 키우세요. 무슨 과외를 시키십니까.
    엄마: 그래도 애는 착한데.
    작은오빠: 수학 푸는 거보면 안 착할걸요. 공식 대입자체가 안돼요. 그냥 실기로 보내세요.
    엄마: 과외 선생 능력이 부족한거 아닙니까.
    작은오빠: 돌 낳으신 거 같아요.
    엄마: 야!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작은오빠: 수리를 꼭 봐야할 이유도 없잖아. 그냥 포기해!!!
    막내: 싸우지들 마.
    엄마: 너때문이잖아 이 멍청아!!!!
     
    그렇게 작은오빠는 우리의 과외 선생님 자리에서 쓸쓸히 하차했다.
    하차하고 난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그동안 우리에게 퍼붓던 비난은 줄어들었다.
    요즘 가끔 마트에서 막내가 무언가 살까 말까 하면서 대략적으로 산 물건들 가격을 머리 속에서 계산해보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틀리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랑 물건 용량이나 가격대비 혹은 몇 퍼센트 할인한다는 비교를 할 때면
    바보들의 행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작은 오빠는 "아 이 새끼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쓸쓸한 미소를 짓곤 한다.
    계산은 틀려도 우리는 넷이라는 것은 틀리지 않는, 우리는 함께 산다.   
    출처 돈도 싫다던 둘째 오빠와 OMR카드에 LOVE를 완성하고 싶었던 막내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작은오빠: (문제를 읽으며) ~일때 ~의 속력을 구하시오.
    나: 그걸 왜 구해.
    작은오빠: 구하라잖아.
    나: 별 쓸데 없는 걸 구하네.
    작은오빠: 문제잖아. 집중해.
    막내: 구할거면, 사람을 구해야지. 숫자를 왜 구해.
    작은오빠: (버럭) 그냥 하지마.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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