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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9843
    작성자 : 저녁먹자
    추천 : 17
    조회수 : 2348
    IP : 124.49.***.35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5/08/16 04:55:21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843 모바일
    분위기가 특이한 여자 이야기
    오래 전 신입생일 때 이야기.

     '니가 대학가봤자 뭐하겠니 우리랑 당구나 치겠지'라던 친구들의 예상을 뒤엎고 첫 학기부터 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수만 끝없이 주고받던 연애지만 그 때는 좋았다. 
    스무살 나이와 캠퍼스 그리고 봄은 레드 블루에 바론까지 트리플 버프를 먹은 것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었다. 
    그간 힘들고 지겨웠던 학창시절 공부는 이미 다 보상받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봄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던 어느 날 C501 강의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쟤 뭐야 왜 저렇게 예쁘냐' 
    그런데 지목당한 사람보다 그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더 눈에 띄었다. 
    그냥 눈에 띄어서 보게됐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느껴본 적 없는 분위기를 가지고있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여자친구 얼굴을 보자 그녀도 그 분위기도 다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지금 되게 행복해서 그런 여자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자꾸 보게된다.

     그 후로 어디에서든 시선이 느껴지면 항상 그 여자가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같은 수업이 세 개나 됐고,
    그 여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언제나 아주 천천히 눈을 돌렸다.
    아주 천천히.

     학기 내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내 친구들은 물었다. 
    저 여자 왜 너를 이렇게 계속 쳐다보냐고 설마 관심있는 건 아닐텐데.. 라면서. 
    그런데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여자친구와 보내는 봄이 너무 좋아서 다른건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 

     그리고 종강 날. 
    비어있는 머리만큼 답안지도 비어있었기에 나는 답안지를 가장 먼저 제출하고 복도에 기대어 서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가 나왔다. 
    내 쪽으로 걸어온다. 
    좁은 복도에서 굳이 내 앞에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눈으로 레이저를 쏜다.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이건 안다. 

     '한 학기 동안 내가 신호를 줬는데 여태 뭐하냐 너 빨리 말 걸어' 라고 그 여자의 눈에 써있었다. 

     사실 이미 알고있었지만 반응할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도 학교도 봄 날씨도 지금이 너무 좋아서. 
     저 여자는 특별해 보이지만 그래도 난 여자친구가 있고 여자친구가 제일 좋으니까. 

    결국 친구가 나올 때 까지 오분을 넘도록 레이저만 맞다가 돌아왔다. 

    나는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국 그 여자는 사라졌고,
    나는 그 때도 그 후로도 여자친구와 불타고있었다.  

    일 년이 지나 다시 봄이 왔다. 
    나는 이제 여자친구가 없었고 머릿 속에 존재하는 이성도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교정을 걷다가 저 멀리 눈에 띄는게 있었다.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였다. 
    '그래 그 여자네' 라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집에 돌아왔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같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가 나타났다. 

     존재자체를 잊고 지낸지가 얼마인데, 
    내게있어 특별한 사람인적도 없는 여자인데, 
    설렘을 준 적도 없으면서 이제와서 갑자기 왜.

     이해할 수 없었다.

      여유로움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긴장하고 초조해졌다. 
    학교에서 일부러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주변을 살피며 걷는데 그 여자를 다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급한 일로 이동중에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잘 찾았다. 

     보는 순간 몸이 굳었다. 

     어떻게든 말을 걸어야하는데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는 무려 친구 네 명과 같이있었다. 
    결국 말도 못 붙이고 카페에 들어가는 그 여자를 바라만 봤다.

     가만히 다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십 초정도 생각에 잠겼는데 그 무리는 어느새 커피를 다 마시고 계산까지 하고있었다.  
     이상하다. 아무래도 시계가 고장났나보다.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는 계산하고 나오다가 멀리서 이상한 자세로 서있는 날 봤다. 
    알 수 없는 촉이 왔는지 무리들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줬다.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가 내 앞에 섰다.  

    처음으로 나는 말을 건넸다.
     '저기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분위기가 특이한 그 여자는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속삭였다.









     '너무 늦었잖아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출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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