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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6342
    작성자 : Karlinz
    추천 : 1
    조회수 : 480
    IP : 122.129.***.12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5/16 13:48:06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6342 모바일
    토요일 출근 기념 회사 이야기
    2014년 근혜이년饉惠二年 가을의 일이다.

    중추절을 지내고 입사하게 된 소규모의 회사는 개발자들의 천국이었다.

    특히 내가 들어오게 된 부설연구소에는 회사 내 개발자들의 원톱이라고 불리는 L부장님이 계셨다.

    이상한것은 회사의 규모가 작아 각 부서의 인원이 많아야 넷, 

    심지어 새로 생긴 한 부서는 팀장님 홀로 계실 정도였는데 

    개발자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입사한 지 일주일 되던 날, 그날도 어김없이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여러 기초지식을 쌓으며(잡일을 꾸준히 행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흡연실 구석에서 연초에 불을 붙였을 때, 흡연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전화기가 일제히 울렸고 전화기에는 

    '9월 말일 신입사원 입사 기념 및 영업팀 J차장 퇴사 기념회식, 장소는 XX, 종목은 족구입니다. 각 부서별로 3인 1팀으로 경기합니다.'

    라는 문자메세지가 왔다. 

    우리회사는 회식때의 간단한 부서간 게임을 통해 사무실의 청소구역을 배치하는데, 

    꼴찌를 하게 된 부서는 회사 전체의 분리수거를 담당하곤 했다.

    문자메세지에서 눈을 떼자, 처음 입사했을 때 익숙지 않은 흡연환경에 어색해 하고 있던 나를 이끌어주셨던 

    기술영업부의 C과장님과 나와 같이 회식의 주인공(의미는 반대이지만)J차장님은 나를 안쓰럽다는듯, 혹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야, 너희 부서는 좋겠다. 개발자가 많아서."

    라는 한 마디를 남기셨고, 나는 뜻모를 기대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회식 당일 기술영업팀은 차장님과 과장님만이 남지 않아 우리 부서(연구소)와 팀을 이루게 되었고

    J차장님은 오늘 내가 퇴사한다지만 나에게 이래도 되는 거냐, 난 이런 퇴사기념회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경영관리부의 부장님과 

    퇴사 전 안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했지만 이미 사장님께서 팀을 지정해 주셨다며

    돌이킬수 없다, 미안하다는 대답만을 들을 뿐이었다.

    같은 영업팀의 C과장님은 아니 막말로 J차장은 나간다지만 남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경영관리부의 부장님께

    대들었지만 부장님은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그리고 기대는 산산히 부서지고 불안은 현실이 되어 나를 덮쳤다.

    왜 이 회사가 개발자들의 천국인지를 알게 된 때는 

    회식장소에 도착해 공을 세 번 튕겨보기도 전이었다.

    그리고 개발자의 원톱이라 불리던 우리 부서의 L부장님은

    왜 자신이 개발자인지를 온몸으로 피력하며 내게 사람이 자신의 직업을 굳이 명함교환이나 말로 표현 안해도

    다른이들이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셨다.

    그리고 J차장님이 왜 경영관리부의 부장님과 멱살을 틀어쥘 기세로 싸웠고 

    C과장님은 회삭을 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연구소의 L부장님은 뼈속까지 개발자였다. 정말 지독한 '개발'자였다.

    나는 사람이 공을 그렇게도 찰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의도한 방향대로 공을 찰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닐테지만

    L부장님은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제어하시는 것에 문제가 있어보였다.

    하루 종일 프로그램만 짜시더니 신체또한 for문 혹은 if문으로 제어하시는 느낌이었다.


    또한 나는 왜 우리 회사가 개발자들의 천국인지 알 수 있었다. 

    공을 차는 사람보다 공에 떠밀리는 사람, 혹은 공에게 구애하는 듯한 사람이 더 많았다. 몸을 제어하지 못해 넘어지는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마케팅팀의 A차장님은 축구계의 토템신앙인 주영갓을 따라하시려는 듯 경기 내내 한쪽 구석에서 

    같은팀의 P대리와 S주임의 공을향한 몸부림을 쳐다보거나 혹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넓은 가슴으로 따스히 안아주실 뿐이었다.

    기술영업부를 연구소와 한 팀으로 만들어 나락으로 빠뜨렸던 경영관리부의 K부장님은 

    회사 내에서 유이하게 개발자가 아닌 K부장님이 계신 해외영업부와 한 팀이 되어 

    나이스를 외치셨지만 K부장님은 고객과의 면담때문에 족구는 참여하실 수 없었고 해외영업부의 다른 이들과

    경영관리부의 K 부장님은 왼발잡이이던 오른발잡이이던 개발자들일 뿐이었다.

    결국 난무하는 개발자들 덕분에 족구를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족구장 밖으로 떨어진 공을 찾으러 가는 시간이 길어졌고

    처음에는 심판을 하시며 배를쥐고 웃으셨던 사장님은 씁쓸한 표정으로 막걸리만 들이키실 뿐이었다.

    그리고 회식을 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던, 유이하게 개발자가 아닌 C과장님은 L부장님과 같이 플레이를 할 때마다

    혼자서 경기장을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덕분인지 소주 약간에 정신을 놓고 회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장님의 카니발에 

    회식에서 뭘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긴 흔적을 차창밖에 남겼다.
    출처 의식의 흐름
    Karlinz의 꼬릿말입니다
    그날 같이 차를 타고 오던 자재팀의 이모님들 말씀으로는 창문으로 무언가 형형색색의 알수없는 물질들이

    철푸덕, 프드덕등의 다양한 소리를 내며 칠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너도 역시 개발자구나! 하는 사장님의 소감과 함께 아직도 회사의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5/16 18:51:45  27.1.***.69  가끔올꺼야  58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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