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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6289
    작성자 : 초롱이아빠7
    추천 : 16
    조회수 : 1961
    IP : 180.69.***.51
    댓글 : 73개
    등록시간 : 2015/05/15 17:51:1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6289 모바일
    굉장히 긴 글입니다. 유명산에서 만난 ㅊㅈ 이야기
    4년전쯤...slr에 올렸던 자전적 이야기 입니다.
     
    유명산에서 만난 ㅊㅈ 라는 제목으로...
     
    좋은 평가도 받았고 많은 좋은 말씀들도 들었고...
     
    오늘 slr에서 지우다가 문득...오유로 옮겨왔습니다.
     
    유머글이라기 보다는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단편 소설 정도로 봐주시면...
     
    내용이 길어요....
     
     
    지금까지 써온 유명산에서 만난 ㅊㅈ 1편부터 13편(최종회)까지 서비스 합본입니다.
     ---------------------------------------------------------------------------
     
    소싯적에 바이크 탈 때 이야기에요.
     
    그때가 98년쯤 됐네요.
     
    당시 대학 막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해서 일한지 1년 남짓 넘었을 때...
     
    한참...모터사이클에 심취했더랬죠.
     
    착실하게 스쿠터 부터 시작해서 크루즈2 타다가 2종소형 따서 혼다 스티드 타고...
     
    다시 레플리카에 맛이 들려서 혼다 RVF400을 구입해 타고 다닐 때였어요.
     
    중고 슈트 하나 구입하고...부츠랑 글러브도 없는돈 쪼개서 구입해서 당시 모터사이클의 성지였던 유명산 왔다 갔다
     
    했었죠.
     
    한 9월 쯤? 그 날은 연차 내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평일에 바이크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성남 집에서 광주를 지나 퇴촌, 팔당댐, 다시 양평용문사 갔다가 돌아 나와 아신 기차역 옆으로 빠져서 유명산에 올랐죠.
     
    당시 바이크 매니아들의 성지였던 유명산 코너링....죽어라 왔다갔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올라가는데 앞에 보이는 설설 기어가는 티뷰론 한대...
     
    걍 살짝 제껴서 추월해서 다시 올라가는데...뒤통수가 근질 근질...
     
    아 글쎄...이 티뷰론 운전자가 좀 열받았나 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곳 코너링이 익숙치 않은듯...죽어라 따라와도 업힐은 저한테 못당하네요....ㅋㅋㅋㅋ
     
    정상 포장마차촌에서 약간 속도를 줄이니...부왕...거리면서 휙 지나가네요...저는 다시 그 차 뒤를 따라
     
    졸졸졸....설악면 방면 다운힐은 약간 조심해야 할 헤어핀 비스무리 구간 있죠....근데
    그 차....맹렬하게 달려나가는데..."어...저쯤에서 감속 해서 돌아나가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빙글  돌아버린
    티뷰론....멀찌감치에서 뒤쫒아간 덕분에 여유있게 바이크를 세웠습니다...
     
    다행히 차는 외벽에 조수석 뒷범퍼쪽이랑 휀더 깨지고 휘어지고는 끝...
     
    그런데 운전석에 내린 사람은...다름 아닌...아담한 체구의 긴머리 휘날리는 ㅊㅈ.....!!
     
    내리면서...."아이...씨" 라며 인상 쓰는 그녀에게 낑낑 대면서 헬멧을 벗고 말했죠...
     
    "초행길 다운힐에서는 이곳에서 간간히 속도 잘 못줄여서 사고가 나곤 해요. 몸은 괜찮아요?"
     
    "네...완만하게 내려오다가 갑자기 꺾이니까 제대로 브레이킹을 못했네요...아....견적좀 나오겠네"
     
    다행히 차를 대충 살펴보니 범퍼와 휀더만 좀 먹었고...휠은 괜찮네요....
     
    살살...몰고 정비소까지 가시라고 하고는 헬멧을 쓰려는데....
     
    갑자기 차를 보던 그녀가 저를 부릅니다..."저기요"
     
    "네?"
     
    ------------------------------------------------------------------------------------
     그 ㅊㅈ... 헬멧 쓰고 길 가려는 저를 부르더군요....
     
    "저기요?"
     
    "네?"
     
    "혹시 하이텔 바쿠둘 회원이세요?"
     
    어헛....당시 하이텔 바쿠둘, 나우누리 MCC 등 바이크 관련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터라
     
    제 RVF뒷 리어카울에 하이텔 바쿠둘 흰둥이xx 라는 제 닉네임을 붙여놨거든요...
     
    그걸 보고 물어봤나 봅니다.
     
    "네. 뭐 바쿠둘 회원입니다 근데 어떻게 바쿠둘을....?"
     
    "ㅋㅋㅋ 달구지 동호회랑 바쿠둘 동호회 둘다 가입했거든요"
     
    ㄷㄷㄷㄷ 당시야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 된 시절이 아닌지라...
     
    뭐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유니텔 등이 최고였죠....
     
    아무튼 보통 여느여자와는 다른것 같네요....
     
    그녀의 이야기인 즉슨....자기는 이곳 코스가 처음이라 좀 무섭고 힘들다....
     
    나보고 차 같이 타서 코스좀 알려달라는 말씸....
     
    이런...모처럼 연차 내서 왔다갔다 해보려고 했는데...
     
    암튼...ㅊㅈ 아담하지만 긴머리에 예쁘게 생겨서 마음이 좀 혹 하네요 ㅋㅋㅋㅋ
     
    "그러시죠 그러면 방금 지나온 정상 포장마차로 올라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바이크 돌려서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고....당시엔 포차가 지금처럼 많이 있지 않았죠.
     
    아무튼 정상에 바이크를 대고...뒤따라온 ㅊㅈ의 티뷰론에 탔습니다.
     
    헉...저보고 일단 운전 하라네요....--;
     
    남의 차 운전하기 싫은데...--;
     
    참고로...저 원래 속도내는거 좋아합니다.
    잠시나마...용인스피드웨이에서 KMRC에 스쿠프 신인전 출전도 몇차례 해보기도 했고...
     
    이후인 99년, 2000년에 같은 곳에서 KMF 주관 모터사이클 레이스(전 엑시브SP)에
    출전해보기도 했고...
     
    암튼 당시는 자동차에서 모터사이클로 흥미가 넘어간 상태이긴 하지만 소싯적 신인전
     
    출전 실력을 되살려 티뷰론 타고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물론 사고 난직후라
     
    일단 몇차례 점검해 봤지만 주행에는 문제가 없었고 ...
     
    뭐 자동차 타고도 당시에 몇번이고 왔었고...모터사이클 타고도 많이 왔었으니...
     
    유명산 코너야 두눈감고도...ㅋㅋㅋㅋ
     
    그런데....조수석에 탔던 이 ㅊㅈ가....어느정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업, 다운힐을
     
    시켜주니....신세계를 경험한 것 마냥....아주 얼굴표정이 황홀해집니다...ㅋㅋㅋ
     
    물론 그 사이에 타이어 한계치 직전까지 가면서 몇차례 타이어 소리가 나면서
     
    ㅊㅈ도 몇번의 비명이....
     
    아무튼...그렇게 두어번 왕복을 하니....다시...제 슈트가 흠씬 젖어오네요...
     
    그래서 밥먹자고 제의했습니다.
     
    "저 아침도 안먹었걸랑요? 요기 밑에 설렁탕집 있으니까 밥먹으러 갈래요?"
     
    "어머 이 더운데 무슨 설렁탕을...옥천냉면 먹으러 가요"
     
    커헉...전 걍 유명산 설악면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나오는 걍 설렁탕집
     
    가려고 했는데...이 ㅊㅈ는 아신역 옆 옥천냉면집으로 가자네요...
     
    세워놓은 바이크 때문에 좀 망설여 지기는 했지만...
     
    뭐...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 걍 제가 운전대 잡고 옥천냉면집으로 달렸습니다.
     
    근데...이게 참 난감한게...제가 원피스 소가죽 슈트를 입고 있던지라...
     
    아직 한더위 중인 9월에 땀에 쩔었던 상태...--;
     
    가게 들어가서...일단 원피스 슈트 자크를 배꼽까지 내리고 상의쪽만 벗었어요...
     
    안에 이너슈트를 입었지만...땀냄새 작렬...--;
     
    제가 좀 머쓱해서 "미안해요 이거 입으면 땀때문에 냄새랑 젖는게 장난아닌에요"
     근데 이 ㅊㅈ 대단합니다. "아니에요...원래 남자들 운동한 직후의 땀에 젖은 모습
     
    이 원래 멋지던데요"  !!!!!!!!
     
    이럴수가...드디어...26년 모태솔로 인생에 햇살이 드나봅니다~~!!! T.T
     
    머리가 헬멧에 뭉치고 땀에 쩔은 모습이 멋지다뉘....
     
    아무튼 옥천냉면 가서 시원한 냉면과 수육 한 접시 시켜서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아까 차를 타고는 사실 이곳에서는 어느정도 속도 줄이고...어디를 기점으로
     
    브레이크 잡고...이런이야기만 해서 제대로 서로간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거든요.
     
    이 ㅊㅈ는 집이 장충동 쪽이라네요...전 성남  --;
     
    근데 장충동 퇴계로 5가쪽으로 내려오면 쭈욱 펼쳐진 바이크 샵들 때문에
     
    평소에도 바이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제가 몇번 업힐 하면서 괜히 오바질 한다고 무릎을 좀
     
    긁었더니 그 모습이 굉장히 멋있더라나?
     
    ㅋㅋㅋㅋ
     
    결론은...자기도 바이크 타고 싶다고....--;
     
    어디서 배우면 되겠냐고 묻더군요....뭐 당시 바이크 배울곳은 한강둔치
     
    대림오토바이 교습소 밖에 없어 그곳을 알려줬는데...좀 마뜩치 않은 눈치입니다.
     
    --;
    어떻게 하지?
     
    아무튼...당시는 정말 순수하게 같이 고민했어요....수육 집어먹으면서....
     
    솔직히 소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둘다 운전해야 하니...아쉬움을 뒤로하고
     
    슬슬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녀가 얼릉 뛰어가서 계산하더군요.....아이구 귀여워라....^^;
     
    다시 둘이 차를 타고 유명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운전하더군요
    이거 좀 겁이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조수석에 익숙치 않으니....
     
    에휴..................--;
     
    -----------------------------------------------------------------------------------
     
    아무튼...
     
    그녀가 운전하는 티뷰론을 타고 다시 유명산 롤링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어느정도 코치하면서 올라갔는데....
     
    오....꽤 잘합니다....
     
    결정적으로....수동으로 힐앤토를 합니다  --;
     
    알고 보니...기본적인 드라이빙 스쿨을 마루아치를 다니면서 배웠답니다.
     
    이 아가쒸....제대로 네요....^^;
     
    아무튼 이날은...이 아가씨가 몇차례 롤링을 하고 나서....다시 제 바이크로 갔습니다.
     
    근데 이 아가씨...제 RVF를 보더니...계속 자기도 타고 싶다고 조릅니다  --;
     
    이 아가씨가 하는 일이 ...그 뭐시냐...왜 옷가게나 뭐 그런곳 소품 디피해주는
    그런 직종이랍니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암튼...돈은 제법 버는 듯...
     
    자기도 사고 싶다고 하는데...일단 진정 시키고...
     
    배우라고 했습니다. --;
     
    125cc 바이크를 구입해서...2종 소형 따고....좀더 익히다가 팔고 400클래스 사라고...
     
    에휴...아무튼....이날 토요일 오후 늦게 다시 만나기로 결국 약속을 정했습니다.
     
    바이크 사는 것과 어디서 배울지....를 논의 하자는...--;
     
    뭐 누구한테 배우는지는 아예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어요...당연히 제가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로 결정
     
    "근데 이렇게 바이크 사면...부모님이랑 남친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저 로서는 회심의 유도 질문....ㅋㅋㅋ
     
    "뭐 부모님은 제 뜻 존중해 주시니까요...어머니가 좀 반대하실수 있지만...글고
     
    남친 없어요 까르르르"
     
    앗싸...
     
    뭔가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주말에 퇴계로에서 만나기로 하고...핸폰 번호 교환하고 전 다시 제 바이크에
    올랐습니다.
     
    오늘...바이크로 누비고자 했던 유명산 코너를 네바쿠로 누비게 됐지만...그래도
     
    집에 가기전에 작별인사로 몇번 왔다갔다는 해줘야 겠죠?
     
    그런데 이 아가쒸가 계속 제 뒤를 졸졸 쫒아 다닙니다  --;
     
    사람 신경쓰이게시리....쳇...
     
    괜히 또 오버하게 됩니다. 속도도 더 내고....몸도 더 과감히 린 인 하게 되고....
     
    아무튼....두어차례 왕복하고는 잠깐 유명산 입구 화물차 계량기 초소 앞에서 잠시
    세웠습니다.
     
    "오늘 너무 고마워요...조심해서 들어가시고 토요일날 꼭 뵈요...호호호호"
     
    "네 얼릉 가셔서 공업사에 맡기세요. 그리고 토요일날 헬멧이랑 장비 사시려면 돈좀
     
    쓰셔야 할 거에요 각오하세요"
     
    "뭐 그건 감안해야죠...대신 흰둥이xx님이랑 같이 가니까 뭐 바가지는 안쓰겠죠?
     
    그럼 이만" 
     
    부우웅...찻소리와 함께 양수리 방향으로 떠나는 그녀...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마지막말이 좀 맘에 걸리네요...
     
    혹시 이거...이용당하는...거 아녀?  --;
     

    그날 집에가서 찬물로 샤워하고...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맘이 두근두근 거려서 잠이 안옵니다...
     
    괜히 다시 컴터를 키고....다시 하이텔에 접속을 해봅니다...
     
    중고 물품 올라온 건 없나....누가 잼난 이야기는 쓰지 않았나...등등...
     
    검색하다가...
     
    저도 간단히 글을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평일 연차내서 유명산 코너 탔다....
     
    그런데 거기서 네바쿠 탄 바쿠둘 회원분 만나서 점심 같이 먹었다....라고 썼죠.ㅋㅋㅋ
     
    그런데 글을 올리고 한 10분 정도 됐을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립니다....
     
    이 저녁에 누구지?
     
    조심스레 전화를 받으니....어?  바로 그녀였습니다....
     
    "저 아까 xx인데요..."
     
    "아...네 웬일로 저녁에 전화를....?"
     

    -------------------------------------------------------------------------------
     암튼...두근거리면서 그녀와 통화가 시작됐습니다.
    아무래도 바쿠둘에 글 올린것 때문에 전화온것 같아요...몇줄 안되는 내용인데  --;
     
    "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그런데 저랑 만난거 바쿠둘에 글 올리셨던데요? ㅋㅋㅋ"
     
    " 아...네 그냥 간단한 서너줄 짜리 후기였어요....늘상 유명산 갔다오면 뭐
     
    노면상태나 간단한 그날의 후기는 간단 간단히 글을 올리는 버릇이 있어서요"
     
    "그러셨구나...전 방금 글 보고 순간 깜짝 놀랐어요....휴...신기하기도 하구요 ㅋㅋㅋ"
     
    "네...그래도 뭐 닉네임을 모르고 있어서...^^; 근데 바쿠둘에서 활동하시는 닉네임
     
    없으시다구 하셨나요?"
     
    "네 어디건 그냥 눈팅족이라 딱히 하이텔 아이디 말구는 없어요 ㅋㅋㅋ"
     
    전화번호는 알지만...생각해 보니 하이텔 아이디도 몰랐던 그녀....그래...문자보다는
     
    아이디로 메일을...ㅋㅋㅋㅋ
     
    "저 xx씨 메일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아..좀 복잡한데...제가 흰둥이xx님께 메일로 보낼께요. 바쿠둘 아이디로 보내면 되죠?"
     
    이런...센스쟁이 같으니라구...
     
    "네 저한테 메일주시면 제가 일단 라이딩을 위한 필수 아이템 몇가지와 가격대를 대충
     
    정리해서 보내드릴께요"
     
    "어머 고마워요...이거 다음에 뵈면 제가 또 식사 대접해야 할 듯 하네요.ㅎㅎㅎ"
     
    앗싸...또 다시 득템의 느낌이...^^;
     
    결국 몇분간의 전화통화를 끝으로 주말 약속을 확인하면서 전화를 마쳤습니다.
     
    뭐 그날 그녀의 메일을 두근거리면서 기다렸고....복잡한 숫자+이상한 영문배열의
     
    그녀 아이디를 캐치....결국 새벽까지 글러브다 헬멧이다 무릎 보호대,팔굼치 보호대
     
    등등...알아보느라고 잠도 설쳤네요  --;
     

    두근두근 거리는 주말이 왔습니다.
     
    오후 근무 마치고 일찌감치 2시 반쯤에 회사를 나섰습니다.
     
    그날은 뭐 그냥 퇴계로 나들이 인지라...전철타고 서울로 고고씽...
     
    그녀와 약속한 퇴계로 5가에서 만났습니다.
    멜빵 반바지?와 주황색 티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앳되게 보이네요.
     
    당시 소띠였다는 그녀는 저보다 한살 어린 25살...하지만 옷차림과 모습을 보면
     
    마치 십대 후반? 보는 느낌....ㅋㅋㅋㅋ
     
    룰루랄라 바이크거리를 다니며 여러 바이크들을 구경합니다.
     
    이런저런 바이크들을 보여주며 주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살폈습니다.
     
    근데 이 ㅊㅈ...제 RVF가 뇌리에 박혔는지...곧 죽어도 레이서 레플리카가 좋다고 하네요
     
    이런...--;
     
    다니면서 본 CBR900RR이나 닌자 9R, 등등도 멋있다고 하고...
     
    400클래스의 진리로 손꼽히는 CBR400RR과 닌자 ZXR400이 딱 좋다고 하기도...
     
    네이키드나 아메리칸도 흥미를 보이긴 하지만 역시알차를 좋아하네요...--;
     
    이런저런 바이크를 구경하다가...용품점에 갔습니다.
     
    일단 오늘은 헬멧과 글러브, 무릎, 팔굼치 보호대...가 목표라
     
    홍진크라운 FG시리즈로 기억되는 풀페이스 헬멧과 비교적 저렴한 글러브,
    보호대들을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십몇만원 나오더군요...--;
     
    그걸 한칼에 카드 일시불 신공으로 구입하는 그녀...
     
    다시 짐 들고 바이크 순방....
     
    역시 두바퀴 돌고...영광오토바이 이기장 사장님 샵에서 아프릴리아 125 이쁘다고
     
    난리 블루스...--; 그러다 국제오토바이 노 사장님 샵에서 중고 VFR400보고
    제 RVF랑 비슷하다고...오히려 더 터프한것 같다고...좋다고....얇고...ㅋㅋㅋㅋ
     
    자기는 제가 타는 400클래스 알차 타고 싶다네요...오호...
     
    하지만 면허가 급선무...
     
    일단 잠시라도 몇개월 바이크를 익힐만한 중고 바이크를 구입하는 급선무인지라...
     
    국산 오토바이도 좀 보게 했습니다.
     
    근데 별루라네요  --;
     
    전 면허시험 보려면 그래도 휠베이스 길고 좀 무거운 마그마나 비슷한 놈이 좋다고
     
    했고...그 ㅊㅈ는 그래도 약간 스포티한 VF나 엑시브를 그나마 괜찮을 것 같다고 하고...
     
    시승이 힘든지라...당시 단골샵인 성남의 모샵으로 갔습니다. 무지 오토바이 많이 갔다
     
    놓는...짐은 그냥 ㄱ ㅊㅈ 차에 놓고...차는 다시 ㅊㅈ 장충동 집에 파킹하고 3호선 타고
     
    성남왔죠...해서 단골샵에 세워진 VF도 태워주고...마그마도 태워주고...
     
    중고로 사서 보험접수시키고...등록하고....몇개월 연습용으로 타다가 다시 팔고
     
    알차든 모든 사라고....계속 타일릅니다....아직 제가 볼 땐 이 ㅊㅈ 매뉴얼 바이크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간단히 스쿠터는 좀 타지만...클러치 넣고 하는 매뉴얼 바이크는
     
    힘겨워 보여요  --;
     
    아무튼....그날 어둑 어둑 해질 때...결국 바이크 샵을 나왔습니다.
     
    이제 서울 가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만...
     
    이 ㅊㅈ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저녁 안 먹냐고...--;
     
    으흠....야탑동 먹자골목으로 고고싱...^^;
     
    거기서 아구찜 시켜놓고 소주 시킵니다...--;
     
    서로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양아치인줄 알았다고...--; 그런데 바이크 세우고 와서 걱정해주고
     
    결정적으로 하이텔 바쿠둘 로고 보고 그때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던 터라...
     
    제 닉넴이 좀 낮설지 않았다고 하네요....^^;
     
    저...술 좀 약합니다.
     
    솔직히 이야기 했어요...
     
    "XX씨...제가요...술이 좀 약해요...소주 잘 못먹어요  T,T"
     
    "ㅋㅋㅋ 전 소주 잘마시는데...그럼 오빠(!) 맥주 드실래요?"
     
    "일단 여기서 배채우고 나옵시다...."
     
    거기서 실컷 먹고....둘다 약간 알딸딸 한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아쉽다는 그녀가 술 한잔 더하자 조르기 시작했고...
     
    전 "그럼 바에 가서 먹어요...제가 소주는 못먹지만 데킬라는 비교적 잘해요~~!"
     
    네...그렇습니다.
     
    지금도 소주 잘 못해요...맥주는 한 1500정도가 한계...동동주나 막거리도 한병 정도가
     
    만땅...
     
    그런데 데킬라는 이상하게 몸이 잘받아서 주는대로 넙죽 넙죽 잘마셔요....^^;
     
    그녀와 들어간 서현동의 바...
     
    데낄라 중간짜리 시켜놓고 본격적인 음주타임이 시작됐습니다.
     
    바가 좋은건...조용히 둘이 이야기 나누기 편하다는 거죠...
     
    점차 혀가 꼬브라지는 그녀...
     
    저도 눈이 점차 풀리는 것 같구요...
     
    암튼...점점...서로 취기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가 넘어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그녀 집에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데킬라 한병은 다 못마시고 한 40%를 남겨서 키핑 부탁하고 저녁 얻어 먹은 탓에
     
    2차는 제가 계산했습니다..T.T
     
    서로 휘청 휘청 걸어나오는데 괜히 그녀가 실실 웃기 시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요?"
     
    "3일전에 서로 생전 모른체로 만나서 이렇게 취하도록 마시니깐 좀 웃겨서요"
     
    "그나저나 전철이 몇시에 끊기나....뭐 서울 가는 좌석버스 서현동에 많으니까
    너무 걱정마요"
     
    "ㅋㅋㅋㅋ 걱정 안해요...어떻게든 못가겠어요? 못가면 오빠가 재워주겠쥐"
     
    크헉....--;
     
    감당못할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민스럽습니다...집에 부모님 모시고 사는 막내아들...--;
     
    어떻게 어디로 갈까...고민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절 부릅니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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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붉으스름한 눈을 갖고 절 지긋히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오...빠는 왜 바이크를 타거나 자동차를 탈 때면 완존히 다른 사람같은데...
     
    이렇게 내앞에서는 사람이 우물쭈물해져요?"
     
    "!"
     
    "저 오빠가 제차 운전할 때 옆에 앉아서 정말 짜릿짜릿한 걸 느꼈어여...
     
    내차가 이렇게도 달릴 수 있구나...
     
    오빠가 막 헝클어진 머리로 진지하게 운전하는 모습 진짜 멋져보였다구요"
     
    "하...하하... 우리 xx씨가 좀 많이 취했나봐요....이거 식사때 소주는 마시지 말걸"
     
    "취해서 하는 말 아녜여...딸꾹....근데 오빠 운전대 놓으면 너무 얌전떠는거 알아요?"
     
    이런...이 ㅊㅈ가 뭔말을 하려구 이렇게 애교진상 비슷하게 부리는지  --;
     
    암튼...ㅊㅈ가 이야기 하고 싶은 요점은....여자가 나름 용기내서 계속 콜을 보내는데
     
    왜 답을 안하느냐...는 것....
     
    이런 젠장...무신 콜이...--; 전 원래 이런데 둔탱이라...콜을 보냈는지...
     
    꼬리를 쳤는지 감이 안잡혔는데...
     
    그래도 저도 알콜이 들어가 알딸딸 한 상태에서....긴 머리의 ㅊㅈ가 이렇게
     
    이야기 해주니...갑자기...의욕이 솟아 오르네요....
     
    "xx씨...어떻게 들어갈래요? 벌써 11시 넘어는데...."
     
    "일단 좀 시원한데 가서 차나 한잔 마셔요 우리..."
     
    하지만 서현동 인근에 나름 조용한 찻집이 없네요...당시 주변에는 안보였거든요...
     
    일단 걸었습니다...그러다 우측 골목길로 접어드니...
     
    다시 화려하게 서있는 각종 술집, 안마방, 모텔 입간판들...--;
     
    갑자기 이 ㅊㅈ...연약한척...휘청 대네요 --;
     
    뭐 어떻게 합니까...제가 옆에서 팔짱 끼고 부축 시작...
     
    오호...보기와 달리 제법 가슴쪽이 묵직합니다....
     
    그때부터는...솔직히...어떻게 하면 분위기 자연스럽게 모텔이나 dvd방으로 가볼까...
     
    하는 늑대 본능이 슬금 슬금 피어오르기 시작하더군요...--;
     
    한참을 헤맸습니다. 같이 휘청 휘청....점점 덥고....숨은 가쁘고...
     
    분당우체국 뒤편으로 들어서니...갑자기 눈에 들어온 제이제이 모텔...
     
    솔직히 둘이 바를 나와 10분이상 걸으면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서로 아마 머릿속으로 엄청 수싸움을 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
     
    모텔 입간판 앞에서 전 그녀를 다시 슬그머니 쳐다봤고...
     
    그녀가 절 흔들리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그 눈빛에 용기를 얻은 저는 팔에 힘을 주며 용감하게 화려한 간판쪽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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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카운터를 거쳐 룸으로 들어왔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정신을 차려보니...샤워실에서 들리는 그녀의 샤워소리...
     
    갑자기 좀 생뚱맞은것 같기도 하고...어리둥절...하네요
     
    5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타월을 두르고 나옵니다....촉촉한 머리를 작은 수건으로 말리면서...
     
    순간적으로 다시한번 늑대의 본성이.........
     
    아무 말 못하고 저도 샤워실로 들어갔습니다.
     
    정신없이 샤워하는데 들리는 헤어드라이어소리....
     
    아무튼....샤워하고...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왔습니다...수건으로
     
    밑에만 가린채로...--;
     
    욕실 가운을 입은 그녀가 이런 절 보면서 웃습니다
     
    "ㅋㅋㅋㅋ 오빠 벗으니깐 안보이던 똥배가 쪼금 보이네요"
     
    "엥? 이건 그냥 술배인데요....--;"
     
    "어머...오빠...이제 말 놔요....제가 나이도 어리구...편하게 해요 우리"
     
    "그럴....까?  근데.. 왜 이렇게 덥냐...여기...에어컨 리모컨 어딨지?"
     
    멜랑꼴리 분위기에 익숙치 못한 전 시원한 바람 잘만 뿜어내는 애꿎은 에어컨 탓을
     
    하며 리모컨을 찾는 척 해봅니다.
     
    하지만 이런 절 붙잡는 ㄱ ㅊㅈ....
     
    "일루 와봐요....누가 잡아먹는데...?ㅋㅋㅋㅋㅋㅋ"
     
    "..."
     
    저를 끌고 침대에 눕고는 제 가슴에 머리를 갖다 벱니다....
     
    오.......약간 축축한 그녀의 머리결이 제 가슴에 생생하가 느껴집니다.
     
    ㅊㅈ의 제법 묵직한 ㅅㄱ도 제 몸에 닿으며 거의 정신을 못차리게 만드네요...
     
    이번엔 늑대본능....충만 100%가 됐습니다....수건이고 가운이고...그냥...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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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냉방 잘된 이곳에서
     
    따스함을 느끼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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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1시가 넘어가자 그녀가 땀을 닦으며 침대를 나와 핸드폰을 찾습니다.
     
    집에 전화 해야 한다고...--;
     
    "엄마야? 미안해요. 명숙이랑 혜자랑 한참 수다떨면서 맥주좀 마시다보니까...엉...
     
    차는 안갖고 갔죠. 지금? 혜자 방이에요...네 내일 아침에 일찍 들어갈께요...네
     
    주무세요"
     
    허헛....
     
    새벽에라도 택시를 태워 보내려고 했건만....
     
    아예 이 ㅊㅈ....아침까지 시간을 벌어놓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오늘 소주를 괜히 마신것 같아요...--;
     
    전화 끊고 저를 쓰윽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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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얼굴에 뭔가 간질 간질한 느낌에 잠을 깼네요...
     
    제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그녀 때문에 잠을 깼습니다.
     
    뭐 일요일 아침이라 큰 부담 없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씻고 옷 입고....약간 챙피한 얼굴로 모텔을 나섰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빠...집에 들렸다 우리집에 같이가요..."
     
    "엥 왜? "
     
    "왜라니....오늘 그럼 걍 오빠 집으로 횅...갈꼬야?  --;"
     
    .....
     
    결국 집으로 가서 속옷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집앞 편의점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 좌석 버스 타고 서울로 나왔습니다.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바이크 샵들이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일부 늦게 투어를 떠나는
     
    바이크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그녀의 티뷰론이 보입니다.
     
    선글라스 끼고....나온 그 ㅊㅈ..
     
    "오빠...우리 유명산 가요....또 돌아보고 싶어"
     
    "아...지금 가는길은 안막혀도 오는길은 좀 막힐 텐데...."
     
    "아 씨....그래서 안가겠다는 거에요? 엉?"
     
    "아...알았어....T.T"
     
    당연하단 듯...그녀가 얼릉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올라탑니다.
     
    에휴...--;
     
    다시 운전석에 오른 전 동호대교를 넘어 올림픽 대로를 쭈욱 타고 미사리르 거쳐
     
    양평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바이크들을 보니 얼매나 부럽던지...T.T
     
    다시 도착한 유명산 코너...
     
    또 열심히 그녀를 옆에 태우고 밟습니다.
     
    약간 리어가 슬립이 될 정도로 ....
     
    그녀 이번엔 체면 안차리고 비명 지릅니다....
     
    "꺄야.....신나"
     
    "어머....여기서 더 밟아?"
     
    등등....
     
    난리가 아닙니다.
     
    더운날 에어컨도 못 틀고 장난아니게 돌아나갑니다.
     
    어휴...잠시 에어컨을 틀고자 정상에 차를 세울라 치면....
     
    그녀가 계속 달려 달랍니다  --;
     
    1시간 넘게 계속해 산을 오르락 내리락...
     
    "에이...씨..야....이제 니가 운전해봐....--;"
     
    "어머 오빠...나 아직 코스 잘 몰라...^^;"
     
    이런...
     
    "더워서 더 운전 못하겠다...씨...잠깐 정상에 세워서 포차 수돗가에서
     
    세수라도 하자"
     
    네...그렇습니다....더울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운전하던 제 모습이 완전히
     
    땀에 전 절임배추 모양새였거든요....
     
    그런 그녀가 절 보면서 조용히 한마디 합니다...
     
    "세수 하지말고...샤워를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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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수가 아닌 샤워라...
     
    이제 좀 더 대담해진 그녀의 눈빛을 느끼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유명산을 내려옵니다.
     
    어허...이거 아까 코너 탈 때 보다 더 과격해집니다...왜 이럴까? ㅋㅋㅋ
     
    아무튼...유명산을 내려와 화물중량체크 검문소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우측에 나오는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린 그 MT로 차를 몰아 들어갔습니다.
    조금은 그래도 좀 빼는 척 해줘도 델텐데...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그녀와 들어간 방안은 생각보다 시원했어요.  --;
     
    누가 벌써 다녀왔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색해하는 나에게
     
    "오빠 씻는다며? 얼릉 찬물로 좀 씻어요"
     
    "그래....죽겠당  --;"
     
    산 밑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찬물이 정말 뼛속까지 아릴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샤워하고 나오고 아직은 어색해서 침실가운을 두르고 나와보니 그녀는 제 티셔츠가
     
    완전히 젓었다면서 들고 샤워실로 갑니다.  ^^;
     
    좀 싱숭생숭....옷 입기도 뭣하고 안입기도 뭣한... 딱 그상태가 됐네요  --;
     
    안에서는 샤워소리와 옷 비벼서 빠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리고는 나오는 그녀...예상대로 샤워하고 나오는데 지난번 보다는 훨씬 그녀가
     
    대담합니다. 걍 샤워타울을 걸치고 나오네요  ^^;
     
    빨아 갖고 나온 제 티셔츠를 에어콘이 직빵으로 나오는 테이블 위에 펼쳐 말리는 그녀를
     
    보니 그래도 상당히 자상한 면을 느끼게 됩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요?  수건 떨어지겠네"  --;
     
    어쩔줄을 몰라하는 저를 보고 툭 던지는 한마디...정말 센스장이 입니다. ^^;
     
    역시 26살의 뜨거운 혈기는 식히기 어렵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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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헥헥대며 침대위에 누워 쉬는 절 보고 그 ㅊㅈ가 묻습니다.
     
    "오빠...은행다닌다면서....학교는 어디 나왔어요?"
     
    ....갑자기 호구조사 들어가는 그녀....으흠...그러고 보니 저도 그녀가
     
    어디가 고향이고 어느학교를 다니고 식구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들의 대화는 서로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서울 토박이인 그녀는 여중 여고를 나와 대학 의상학과를 나왔답니다.
     
    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생때 성남에 이사온 이야기. 다시 제가 다닌 대학 이야기
     
    등등...그리고 각자 식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무튼...정신없이
     
    그동안 서로 궁금한 부분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라다가...문득 들리는 '꼬로록' 소리에...오후가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는
     
    점심도 거른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을 깨닫습니다.
     
    나가서 밥을 먹을까 생각해 봤지만...아직 티셔츠가 좀 눅눅하네요  --;
     
    그녀도 밥 시켜먹자고 하고...뭐 MT에 놓인 티슈 박스에 붙어있는 중국요리집에
     
    전화를 해서 식사를 시키고...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XX야..."
     
    "왜요?"
     
    "언제부터 자동차랑 모터사이클을 좋아했니?"
     
    "음....대학 다닐 때 부터인것 같은데...선배들이 자동차 타고 오면 멋있어 보이고
     
    남자 동기들이 바이크 타고 오면 그것도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역시 대단합니다.
    자신이 좋아해서 직접 산다는 것은....대부분 여성들이라면 자동차는 가능하겠지만
    이륜차인 바이크는 사회적 통념상 쉽지 않은 생각인데도 그녀의 실천력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사이 배달온 자장면과 볶음밥을 먹은 우리는...양치질 하고 다시 서로를 멀뚱 멀뚱...
     
    쳐다봅니다...
     
    오후가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 해가 훤하게 뜬 상태에서...
     
    또 살 맞대고 눕기가 좀 그렇네요  --; 
     
    하지만 그런 제 생각에도 아랑곳 없이 다시 씨익 개구장이 웃음을 지으며 제손을
    잡아 이끄는 그녀...그녀의 매력에는 역시 헤어나오기 힘든 마력이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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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잤을까?
     
    문득 눈을 떠보니 그녀가 제 옆에서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전에 알게된 ㅊㅈ와 이렇게 되다니....정말 놀랄 일이네요 --;
     
    햇빛에 살짝 그을린 그녀의 얼굴과 반대로 긴머리 때문에 하얀 목덜미선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탐스러운 구리빛 등에는 약간 남아 있는 하얀 비키니의 선탠 흔적...
     
    이렇게 한참을 바라보는 저 때문인지...잠을 뒤척이며 그녀가 눈을 뜹니다.
     
    "아웅...잘잤당...오빠 지금 몇시에요?"
     
    "아아..지금 6시인데 아직 해가 있네"
     
    "뭐 9월이니 해가 아직은 좀 길겠죠...근데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요
     
    사람 챙피하게...ㅋㅋㅋㅋ"
     
    "아니...예쁘게 선탠을 한것 같아서...여름에 재미나게 놀았나봐"
     
    "ㅋㅋㅋㅋ 1박2일로 강촌 갔는데 날씨가 기가막혀서 마치 일주일은 논것처럼
     
    됐다니까요 ㅎㅎㅎㅎ  좀 억울해...가을상품 디피 한다고 바빠서..."
     
    "그럼 언제 기회되면 같이 바닷가나 갔다오자"
     
    "우와 정말? 진짜지? 오빠가 운전다해...나 맥주먹고 다닐꼬야"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다시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그렇게 우리는 MT를 나섰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아무래도 좀 막힐 것 같고...어딜 들려볼까?"
     
    "웅...오빠 우리 기차역 한번 가보장...기차역...."
     
    "기차역이라....아...그래 거길 가면 되겠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양평가는 길가 왼편으로 스테이션이라는 목조건물의 예쁜
     
    카페가 있었거든요....기찻길 바로 옆이라 기차가 지나가는...
     
    그래서 그곳으로 가서 해가 뉘엿 뉘엿 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키득키득 거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튼 토요일날 만나 주일저녁늦게 까지 그녀와 딱 달라붙어 2일을 꼬박 보냈네요.
     
    그동안...그 흔한 사랑한단 말한마디도 못해봤는데...우리는 이미 수년을 만난 연인
     
    처럼 서로의 눈빛을 의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고나서 저에게 온 뜨거운 첫 사랑....짧았던 26살의 가을이
     
    제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 첫 사랑은 어느 연인이나 그렇듯...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
     
    주말 밀착 데이트 이후...
     
    거의 2일에 한번씩 보는 것 같습니다.
    그 ㅊㅈ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빠져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제 조언으로 그녀는 국산 엑시브 바이크를 한대 구입했습니다.
     
    그때 돈으로 90만원 정도 준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빠 이거 국산이라도 예쁘네...노란색에 깨끗하고"
     
    "시꺼...함 올라타봐바..."
     
    아담한 그녀 엑시브에 약간 까치발이 되네요. 불안 불안....
     
    강습은 주로 한강고수부지에서 했으며 주말에는 학교 운동장 한 켠에서 바닥에
    굴절, S자 등을 줄로 긋고 연습시켰습니다.
     
    그래도 좀 불안하네요
     
    "앙...오빠 또 시동 꺼졌다"
     
    "오빠...기아가 안들어가"
     
    "오빠..어어어어...아아악...!!!" '쿵'
     
    아무튼...첫날 부터 장난 아니네요.
     
    뭐 속도가 없으니 별로 다칠 것도, 망가질것도 없긴 하지만...아무튼
     
    좀 불안했습니다.
     
    "XX야...니 꼭 대형 바이크 타야돼? 걍 125CC로 예쁜 바이크 고르자"
     
    "싫어...나도 오빠것 처럼 멋진 경기용 바이크 사서 타고다닐래"
     
    --;
    아무튼 2종소형이 아니더라도 소배기량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라이딩 실력을 키워야
     
    하는 법...정말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리어및 프론트 브레이크 배분...라이딩 포즈는 어떻게 하느냐...저속에서의 컨트롤 등등
     
    물론 그 ㅊㅈ의 가장 큰 바램인 2종소형 때문에 굴절과 S자, 협로 연습이 가장 많았지만
     
    그래도 1개월 정도 주말에는 거의 고정으로 만나 연습 연습 연습...
     
    한 2주 연습시키니 혼자 타고 시내를 다닐만 하게 되더군요...
     
    좀더 연습시키고 3주차에는 혼자 타고 집에 왔다갔다 시켰습니다.
     
    운명의 2종소형 시험날...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ㅊㅈ의 전화....
     
    결국 전화가 오네요  "오빠아아아앙앙앙...떨어졌어~~!!"
     
    ㅋㅋㅋㅋ 역시나 입니다. 2종소형을 한번에 따겠다는 것은 그ㅊㅈ에게는 과욕이나
    마찬가지죠.  ^^;
     
    저요?? 저야 물론 한번에 따긴 했습니다.  ^^;
     
    "그래 원래 한번에 따기 힘들어...그러니까 다음에 더 연습해서 꼭 따자"
     
    "엉엉....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처음 굴절에서 핸들 돌리다가 금 밖으로 나가버렸어"
     
    "응 그래...이번주말에 보자"
     
    "훌쩍 훌쩍...걍 오늘 저녁에 설로 오면 안돼? 나 맥주 사주라"
     
    --;
    그날 저녁....또 퇴근 후 바이크 놓고 서울로 올라간 저는 그녀와 맥주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
     
    그 후 그녀는 2차례 더 떨어졌고....4번째 가서야 겨우 붙었습니다.
     
    하지만...그녀는 대배기량 바이크를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엑시브를 팔아버리고...
     
    400클래스 바이크를 알아보던 그녀에게 뜻밖에 복병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쿠둘과 MCC에서 적당한 매물을 알아보던 제게 갑자기 전화가 왔네요...
     
    "오빠...나야....오늘 저녁에 혹시 시간 있어요? 없으면 내가 성남에 내려갈까?"
     
    "!" 무슨일일까? 잠시 말을 붙이기 힘들었습니다.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뭘 의미
     
    하는 것일까?
     
    "무슨일인데?"
     
    "그냥....보고싶고...말하고 싶은 것도 있고 물어보고 싶은것도 있고..."
     
    "어...그래.....내가 장충동으로 갈께 기다려 퇴근몇시에 해?"
     
    그녀와 시간약속을 한 저는 퇴근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랐고....
     
    정신없이 장충동으로 달려온 저를 본 그녀....헬멧을 벗는 제게 정신없이
     
    달려옵니다  "오빠....!"
     ------------------------------------------------------------------------------------
     
    나를 본 그녀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반기고 있습니다.
     
    "어...많이 기다렸어?  차가 좀 밀려서 고생했네"
     
    "오빠....뭐라도 먹을까?"
     
    "그래"
     
    우리는 가까운 식당을 찾아 들어갔고...밥을 먹는 내내 그녀와의 재잘거림은
     
    서로간의 가벼운 잡담으로 뭔가 겉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뭘까? 이 ㅊㅈ가 나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속으로 상상하면서 밥을 먹고 나와서 다시 가까운 카페로 향했습니다.
     
    평상시라면 드라이브를 가거나 제 바이크를 같이 타고 라이딩을 간단히 갔으련만
     
    어느 누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할말이 있느냥 찻집을 찾은 거죠.
     
    즐겨먹던 아이스 카페라떼가 아닌 좀 따스한 자스민차를 시킨 그녀...
     
    "오빠...갑자기 내가 심각하게 만나자고 하니까 이상해?"
     
    "아...아니....근데 니가 정색하고 그러니까...뭐랄까...안그런 모습을 보니..."
     
    "음...그렇구나...남자들은...."
     
    그러다가 갑자기 본론을 꺼냅니다....
     
    다들 예상하시다 시피....생리가 안나와 테스트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는것....
     
    "......................................."
     
    "......................................."
     
    무슨말을 하건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는것 같습니다.
     
    26살 철없는 남자였던 제게도...
     
    25살 개성 뚜렷한 여성이었던 그 ㅊㅈ에게도....
     
    "그렇구나......얼마나 됐을까?"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만난지 얼마나 됐는지를
    따져봅니다....--;
     
    "내가 볼땐 3주에서 4주 사이인것 같아....지난번에 강촌 갔을 때..."
     
    아....주말에 강촌을 가서 재미나게 놀고 인근 모텔에 숙소를 잡아 1박했을 때인가?
     
    차 운전 안하고 하룻밤 둘이 껴안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못마시던 술을
     
    마시고 정신없었던 날....--;
     
    "오빠...내말 듣고 있어?"
     
    "아....그래......어...어 떻게.....할꺼니..."
     
    "모르겠어 너무 혼란스럽기도 하고....한편으로는 뭔가 야롯한 기분도 들고....
     
    많이 혼자 고민하다가 오빠를 만나 이야기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고 이야기 하는거야"
     
    고민입니다. 아직 둘다 직장인이긴 해도 서로 젊은 나이인데...
     
    더군다나 전 막내이고....그땐 나이차이 많이 나는 노처녀 우리 작은누나도 싱글이었는데...
     
    "아직 아무도 모르니?"
     
    "미쳤어...? 이런걸 누구한테 이야기 해....왜 걱정돼?"
     
    "걱정이라기 보다는.....으음...."
     
    저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녀가 천천히....그리고 조용히
     
    이야기 합니다.
     
    "난 오빠의 생각을 듣고 싶어..."
     
    "!"
     
    순간 기로에 섭니다...하지만 중요한 순간이고....서로 이미지나 그녀를 위한 대답보다는
     
    내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xx야...우린 아직 어리잖아...."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눈망울에 물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이상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오빠가...그렇게 이야기 할 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진짜 듣고 보니...너무 가슴이
     
    아프다"
     
    미치겠습니다...나란 놈은 왜이리 멍청한 것일까? 이 바보...내 솔직한 심정보단
     
    임신한 그녀의 기분을 먼저 고려했어야 하는데.....이 병신...바보....
     
    눈물을 흘리는 그녀 앞에서 말을 못하고 속으로 내 자신에 대한 욕을 계속해 퍼붓습니다.
     
    미치겠네요...
     
    갑자기 눈물을 닦던 그녀가 힘을 주고 내손을 잡더니 이야기 합니다.
     
    "오빠....우리...."
     
     
    -----------------------------------------------------------------------------------
     "오빠....우리 애 낳고 키울까? 불쌍한 우리 애기 어떻게 보내.....흑흑흑"
     
    마음이 찢어집니다.....T.T
     
    다 제 잘못입니다. 정말 바보같은 놈입니다...저란 놈은....
     
    "XX야...어떻게 할까? 솔직히 나 두렵고 무섭고 떨리기도 하고....하지만
    항상 니 옆에 있고 싶은건 사실이야...어떤 상황이라도..."
     
    그녀가 눈물에 젖은 눈을 저에게 고정시키고 이야기 합니다.
     
    "오빠나 나나 아직 어린거 사실이야...정상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하면...아무래도
     
    오빠 말대로 ....해야겠지만....그런데 난 너무 슬퍼 ....내몸이...그리고
     
    내 첫 아가가 그런일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그런데 더 슬픈건 우리가 지금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다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는 거야"
     
    그녀의 몸도 마음도 너무나 혼란스러운가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해줄수 있는 말이...행동이 없네요....
     
    물론 다 잊고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당시로써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나
     
    어리고 철이없었던것 같습니다.
     
    "............................"
     
    "오빠...우리 며칠간만 좀더 생각해 보자...내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볼께...
     
    오늘은 이만 돌아가 "
     
    그렇게 우리는 카페를 나왔고 평상시라면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며 그녀의 집앞 까지
     
    바래다 줬을 텐데...그날은 그녀가 나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합니다...
     
    바이크를 타고 오면서...수십, 수백까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스스로 바보같은 놈...좀더 조심해야 했는데...라는 자책을 수천번도 더 합니다.
     
    바이크를 주차하고...수퍼에 들러 캔 6팩을 삽니다.
     
    제방에서 땅콩한봉다리 뜯고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녀와 만났던 2개월 보름..남짓....이제는 쌀쌀해지는 11월 한기를 느끼며
     
    그녀와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맥주를 비웁니다.
     
    .
     .
     .
     .
     
    "어휴 술냄새...이녀석에 그냥 이불도 안덮고 바닥에서 잠을 자면 어떻게 하니...엉?"
     
    어머니의 잔소리에 번뜩 잠에서 깬 나...
     
    맥주 6캔을 다 마시고 저도 모르게 쓰러져 잔 것 같습니다...머리가 아프고 속은
     
    울렁거리고...죽겠습니다....--;
     
    어떻게 출근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바이크 대신 아버지 차를 몰고 출근해 바쁜 오전 일정을 보내면서도...문득...
     
    어제 헤어지고 그녀와 지금껏 전화한통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보통 제가 집에 들어갈 시간 쯤에 그녀가 전화하거나 제가 전화를 했고...
     
    아침 출근 직후 책상에 앉아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데......--;
     
    점심식사시간....식당에 가서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러봅니다.
    "여보세요.....오빠...나 지금 병원나오고 있어...응.......선생님께서 4주차래"
     
    역시나....
     
    "그렇구나 넌 몸 괜찮고?"
     
    "어...몸 괜찮아...어제 잘 들어갔어?"
     
    "어...그래 잘들어갔어...어젠 정신이 없어 전화도 못하고 미안해...."
     
    "오빠...그런데.....혹시 이번주 금요일날....연차나 반차 못내?"
     
    "!"
     
    "응 오빠...? 금요일날 오후에 나랑 데이트 하자...."
     
    "그....래....어떻게든 과장님께 말씀드리고 나올께..."
     
    "그래줄꺼지...고마워 오빠...그리고 미안해...."
     
    "아냐....내가 더 미안해......" 갑자기 속에서 울컥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평일 데이트 신청....뭘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동일한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나....저에게나....너무나 큰 시련인 것 같습니다.
     
    그 후 약속 날까지...서로에게 아침의 간단한 습관적인 안부 전화 이외에는 그녀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금요일날....전날 과장님께 허락을 구하고 반차를 낸 저는 바이크를 집에 놓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무슨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나....
     

    -----------------------------------------------------------------------------------
     
    그녀와 만나자...의외로 밝은 얼굴로 저를 반겨줍니다.
     
    그러면서 자기랑 신촌에 가자고...손을 잡아 이끕니다.
     
    그녀의 승용차를 몰면서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이대입구 방면에 있는 십몇층짜리 빌딩으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그곳 지하주차장에 차를 파킹한 저에게 그녀가 말합니다.
     
    "오빠....오빠 말대로....우린 아직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때가 아닌것 같아요"
     
    갑자기 존대로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
     
    "많이 생각해봤는데...수술을 받고...우리가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서로를 생각하는지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여기 8층에 산부인과 선생님께 이야기 잘 드려놓았어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아무래도 포기를 한 것 같습니다.
     
    하나의 생명체를 포기한 것인지....저를 포기한 것인지....그저 마음속은 슬프기만 합니다.
     
    도저히 아무말도 못하겠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기 힘듭니다.
     
    계속해 저 자신을 욕합니다...이 바보같은 새끼...멍청아...
     
    아무말 못하는 제 손을 잡고 조용히 걷던 그녀....
     
    병원에 들어서서 의사와 간단히 면담하고....의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조심했어야지"
     
    라는 잔소리를 듣고...그녀가 수술대에 눕습니다....
     
    아 미치는 것 같네요...T.T
     
    그녀의 체구가 너무나 작아보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무능하고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 것이 없었을까요?  T.T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고...회복실에 누워있는 그녀....그녀 옆에서 손을 잡고 서있는 제
     
    모습은.......
     
    며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으며 그녀를 부축해 나옵니다.
     
    일단 이르긴 하지만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차피 둘다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돌아다니다가 한정식이라는 간판을 보고 무조건 차를 댔습니다.
     
    싫다는 그녀를 붙잡고 계속해 미역국을 먹이며 그제서야 ....저는 제 눈이 뜨거워지는것을
     
    느꼈습니다.
     
    "치...병원에서도 담담히 서있던 양반이 이제와서야 우냐...."
     
    가볍게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목소리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도 커다란 이슬이 맺혀있습니다.
     
    울먹이다가 겨우 그녀에게 밥을 다 먹였습니다. 삼치 뼈도 발라서 잘 먹여주고...
     
    이제 밖을 나오니 완전히 어두워진 서울 거리...요란한 차량 불빛과 간판들만 휘황
    찬란합니다.
     
    "따뜻한 방에 들어가 쉬어야 하는데....집으로 갈래?"
     
    "아니...나 오늘 집에 안들어갈래....엄마 보면 울것 같아...."
     
    "그럼 멀리가지 말고 가까운 곳에 어디 하룻밤 자자..."
     
    과장님께 전화를 겁니다. 토요일 출근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저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과장님도 별말씀 없으십니다. 그냥
     
    쉬고 월요일날 보자고.....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다시 올림픽대로를타고 주욱 달립니다.
     
    네...
     
    우리의 아지트...벌써 몇차례고 다녀왔던 유명산의 그 MT로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저씨께 온돌방을 부탁하고 불을 좀 따뜻하게 넣어달라고 부탁하면서
    2만원을 더 쥐어줬습니다...
     
    그리고 이불깔고 그녀를 눕혔습니다....
     
    따뜻해지는 방에서 제 손을 잡고 누운 그녀의 얼굴이 그래도 좀 편안해 보입니다.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를 위해 일찍 불을
     
    껐습니다. 옆에 누워 꼬옥 그녀의 가녀린 몸을 안아줍니다.
     
    그제서야 그녀가....묵묵히 이겨내던 그녀가 제 가슴속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합니다....
     
    저도 소리내지 못하고 내내 눈물이 흐르네요...
     
    그렇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유명산에서
     
    우리는 울며 하루를 지냈습니다.
     
    -----------------------------------------------------------------------------
     토요일 아침....
     
    따뜻한 온돌방에서 잠을 푹 잔...우리는 다시 나와 유명산 설렁탕을 먹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서로 말은 없었지만 불편한 침묵이 아닌...서로를 위한 침묵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주말에 쉬겠다는 그녀를 집에 바라다 주고 저는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집에 도착해...외박이 왜이리 잦냐고 어머님께 혼나고....
     
    오랜만에 제 방에 들어와 컴터를 켜보니...어느새 그녀로 부터 메일이 온것을 보았습니다.
     
    "오빠...마음고생 많이 했죠?
     
    진짜 몇개월전에 장난처럼 만난 우리가 몇년을 산것 처럼 이런저런 경험과 고생을
     
    해보네요.
     
    아까 오빠가 내차를 주차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니까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
     
    언젠가는 우리가 이때를 회상하면서 '그때는 철이 없었지'라고 웃을수 있을까요?
     
    이번에 너무나 오빠가 밉기도 했고...미안하기도 했고 정말 마음이 복잡했어요.
     
    지금 자판을 치는 순간순간에도 제 기분이 몇차례나 확확 바뀌네요...
     
    저도 아무리 말괄량이라지만...천상 여자는 여자인가봐요....
     
    오빠 주말에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 먹지 말고....푹 쉬세요....
     
    XX가..."
     

    그녀도 혼란스러운가 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후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는 만나기도 하고...싸우기도 하고...
     
    이듬해 99년 봄까지 어느 연인들 처럼 지냈습니다.
     
    그때 사건과 겨울이라는 변수로 그녀의 바이크 구입작전은 일단 스톱했고...
     
    그녀의 심경변화 때문인지....봄이 찾아와도 바이크를 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네요....
     
    우리의 만남은 예전같은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서로 만남에 대한 오해를 시키지 않기
     
    위한 약간은 서글픈 만남이 된 것 같았습니다.
     
    마치 가요처럼...습관적으로 전화를 하고...관심도 없이 의무감으로 약속을 하고....

    그러던 4월의 어느날...
     
    그녀가 주말에 날씨도 풀렸는데 유명산에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자기차 가져가고...저는 바이크를 타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유명산에는 가질 않았는데...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제의가 좀 의아하게 들렸습니다.
     
    왜 그럴까?
     
    왜? 유명산에 따로 따로 가자는 것이지?
     
    토요일 퇴근후 바이크를 간단히 정비하고 슈트를 입고 유명산을 향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무슨일일까...? 를 되네이면서....
     -----------------------------------------------------------------------------
     
    제 큰 딸아이가 3살이 되던 2005년....
     
    그녀를 다시 보았습니다.
     
    처남이 일하는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 입구 앞에서 본 그녀의 모습은...
     
    6년전 유명산 정상에서 프랑스로 간다고 저에게 이야기 한 그녀의 마지막 모습보다
     
    좀더 성숙하고 기품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도 저를 알아보네요.
     
    눈빛이 흔들리면서 서로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녀의 주위엔 아무도 없네요...
     
    저는 제 딸을 앉고 있습니다.
     
    애엄마는 처남 만나 티켓을 받는다며 사무실쪽으로 갔습니다.
     
    서로 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 거렸습니다.
     
    저는 안고 있던 딸아이를 눈짓으로 가르키며 웃었고...
     
    그녀 또한 조용히 왼손 네째 손가락에 껴있는 자신의 반지를 보여줍니다.
     
    멀리서 애엄마가 걸어오는 것을 보며 다시 보일듯 말듯 목인사를 보내고...
     
    그녀 또한 인사를 해주네요.
     
    우리의 만남은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직전인 2002년 월드컵 당시...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러본 저에게 들려온 소리는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라는 ARS목소리...
     
    그녀와 헤어진 직후 은행을 그만두고 잡지사를 다녔는데...새로운 일의 시작이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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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동 코엑스를 다녀오고 난 며칠 뒤...
     
    저에게 온 한통의 메일...
     
    "잘 지내시죠?
    이렇게 메일을 보낸것이 벌써 몇년전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그렇게 그날 오빠를 떠나고....한 2년간은 죽어라 공부만 한것 같아요.
     
    다시 한국 돌아와서...몇번을 오빠한테 전화하려는데....끝까지 번호를 누룰수가
    없더라구요.
     
    이후...오빠 소식은 오빠가 다니는 잡지사 편집후기를 통해 간간히 보았구요...
     
    거기서 메일주소 보고 이렇게 보내봅니다.
     
    메일 주소는 옛날에 오빠 하이텔 아이디랑 지금 한메일 아이디랑 똑같네요.
     
    오빠 딸 너무 이쁘더라구요...오빠랑 붕어빵이더군요.
     
    전 2003년에 결혼했어요...늦게 갔죠. 그래도 성실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간혹 옆에 지나가는 바이크를 보면 그때마다 불쑥 오빠 생각나기도 하더라구요.
     
    남편이 제 면허증에 2종소형 같이 딴것을 보고 놀라면서 물어봐도...그냥
     
    웃기만 했어요...
     
    그때 가을, 겨울, 또 다시 봄....
     
    오빠랑 보낸 몇개월이 정말 기억나요...
     
    추억없는 삶보다는 후회없는 삶이 났다는 말....처럼
     
    지금 저에게 있어 그날...4월의 유명산 정상에서의 오빠와의 이별이
     
    한때 추억인지...후회인지....
     
    오빠 건강하구요...이쁜 가족들 잘 해주시구요.
     
    오늘 너무 반가웠어요...
     
    저 그리고 6개월 뒤에 이쁜 아기를 낳을 것 같아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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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이제 아홉살되는 큰 딸아이와 6살 된 둘째 딸 아이...그리고 애들 엄마를
     
    데리고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갔었습니다.
     
    주변은 변해도 유명산 코너길은 그대로 더군요.
     
    그렇게 저의 유명산의 추억은 점차 스러져 가네요.
     
    추억 없는 삶 보다는 후회없는 삶이 나으려나....
     
    ---------------------------------------------------------------------------------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글 올리고 약 8일만에 마무리 짓네요.
     
    지금의 현 애들 엄마를 만나 결혼하고 애들 낳던 좌충우돌 이야기도....호응이 좋으면
     
    올려볼까 합니다...회사에서 만난 ㅊㅈ....ㅋㅋㅋ  ^^;
     
    ps: 사실...오유 가입직후 자게에 시리즈로 올리다가...전혀 호응이 없어 연재 포기한 흑역사가 T.T
     
    1327159222_]Rv_2copy.jpg
    1327159223_}GSX_R750.jpg
    출처 제가 직접 작성한 자전적 이야기
    slr에 올린거 지우다가 이렇게 옮겨왔습니다.
    초롱이아빠7의 꼬릿말입니다
    오늘 베오베 간 PC조립하다 만난 마누라 이야기...가 이 유명산에서 만난 ㅊㅈ  이야기 후속편이라면 후속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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