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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퍼오셔가지고, 댓글이 많아서 읽어보니 크게 문제 없고, 공감갈만한 내용이라 퍼왔습니다.
원문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716703
1차 펌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경제현안 게시판 http://cafe.daum.net/kseriforum/7ofr/22506
천민자본주의
서문
필 자는 현재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 강사이다. 정부와 언론을 비롯해 사교육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빗발치고 있는 요즘, 필자가 사교육에 몸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먹고 살기 위해서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업과 재벌들의 독과점에 의해 모든 사회가 숨쉴 구멍도 없이 꽉꽉 조여져가는 현실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나 한 몸 책임지기에는 적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교육에도 M사와 같은 독과점 기업이 존재하고 또한 과당경쟁과 시장 축소로 전망이 굉장히 어두운 편이긴 하다.)
혹 자는 사교육이 사회적인 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내가 아는 한 학원을 통해 진짜로 돈을 버는 것은 학원 원장도, 강사도 아닌 바로 그 학원이 위치한 건물주이다.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아이 학원 보낼 돈이 아깝다고 다들 아우성이지만 실제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 돈을 모두 쓸어담는 것은 결국 부동산을 가진 건물주라는 말이다. 즉 만약 장소 문제만 해결된다면 실질적인 사교육비는 지금의 반의 반이 될 수도 있다.
이 것은 필자의 직업과 관련된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그렇다. 회사에서 퇴직해 치킨집을 연 사람이 열심히 치킨을 튀겨 팔아도 정작 손에 쥐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턱없이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옷장사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로 임대료의 압박을 비껴간 소수 운 좋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요즘은 과당 경쟁으로 인해 더이상은 이익을 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조 선 시대에 양반과 평민, 노비 계급이 있었다면 현재에는 보유한 부동산과 자산에 따라 실질적인 사회적인 계급이 나뉘어진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신분 상승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2000년대에 들어 가면 갈수록 사회적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은 그날 벌어 그날 벌어먹기도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20대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로 지내고 있고 일부 여대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시달린 나머지 유흥업소에 출입하기도 한다. 예전 아버지 세대들이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었던 괜찮은 정규직 대신에 시급 몇천원짜리 알바와 언제 짤릴 지도 모르는 비정규직들만 늘어나고 있다.
분 명히 기술은 발달하고 있고 사회 전체적인 부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 자기 자신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자칭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들의 탐욕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며 서민들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해 독점해버리는 재벌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틈만 나면 임대료를 높이려는 부동산 부자들과 땅투기꾼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천민자본주의의 원흉인 이들은 국가와 사회, 공동체에는 전혀 관심도 없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만 바쁘다. 배터지게 해먹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하면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고 세금 한 푼 없이 거대한 재산을 물려줄까만을 고민하는 것이 속칭 우리 시대 사회 지도층들의 부끄러운 표상이다. 바로 “천민자본주의” 그 자체인 것이다.
이 들은 진정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말할 자격이 없다. 다같이 살기보다 저혼자만 잘먹고 잘살려는 자들은 감히 자본주의를 논할 기본 소양이 안 되어 있는 자들이다. 이들의 이기심을 그대로 놔둔다면 그것은 결국 다같이 망하는 길이다. 재벌과 대기업의 독점, 부동산 부자들과 땅투기꾼, 고리대금업자들이 다해먹는 현실을 누군가 막지 않으면 이 나라에 더이상 미래는 없다. 이 어리석은 천민자본주의를 반드시 끝장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1장 부동산 투기와 졸부자본주의
땅가진 사람들만 살아남는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토지에서 나온다.” 라는 명제는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유효한 명제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 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 중에 “빌딩부자들” 이라는 책이 있다. 출시되자마자 수십만권이 팔려나간 이 책의 성공비결에는 아마도 자기 자신 역시 빌딩 부자가 되어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싶다는 우리 국민들의 열망이 있지 않을까 한다.
하 지만 정작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빌딩부자들 모두 공통적으로 그들의 성공담이 과거에나 가능했던 일이지 이제는 더이상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부동산 가격이 예전에 비해 수백배 수천배 뻥튀기된 현재에 빌딩 부자들이란 그야말로 책에 실린 사람들의 성공담까지가 마지막 전설이 되어버렸으며 일반 서민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따라하기란 절대 불가능한, 그야말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 것은 커다란 맥락에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재테크 서적들과도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다. 주식투자로 몇천만원을 수백억으로 불렸다든지, 아니면 20대에 10억 만들기라든지 하는 책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꽤나 유행했었다. 하지만 요즘 이러한 책들의 기세가 한풀 꺾여버린 것은 사람들이 나도 노력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더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신 이러한 재테크 서적들의 자리는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경제 정의와 공정 사회에 대한 책들이 차지하고 있다. 즉 이제 사람들은 결국 노력해도 안되는 이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좋 다. 일단 우리 사회에 경제적인 계급이 생기고 더이상 부의 축적이나 경제적인 성공이 힘들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하자. 이제 공정한 게임의 룰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한번 그 반대쪽을 보자.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부와 성공을 이루는 것이 이제 불가능해졌다면 그 정반대쪽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굳 이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그 예를 확인할 수 있다. 집집마다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과 몇십원짜리 파지를 주우러 다니며 추위에 떠는 할머님, 그리고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초저가 통닭과 피자에 당장 오늘 장사를 걱정해야 하는 치킨집 아저씨 모두 우리 이웃이며 또한 결국 우리 자신인 것이다. 물론 이분들보다 사정이 나은 대다수의 중산층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같은 무한경쟁사회에서 만약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누구라도 금방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질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쪽에서는 수백억짜리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안하고 골프장과 룸살롱을 전전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당장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 바로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생동안 뼈빠지게 일하다 결국 노후에는 빈민 계층으로 전락하는 끔찍한 노예제 계급사회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현실이 이럴진대 민주주의고 자본주의고 간에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소수의 땅가진 사람들만 살아남고 땅없는 사람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비참한 부동산 공화국, 현재의 대한민국은 대대적인 토지 개혁 없이는 미래가 없다.
벼랑 끝에 몰리는 서민들
고금을 막론하고 투기판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가진 자들이며 판돈을 따는 것도 가진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판을 걷어치우고 배를 두드리며 웃고 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없는 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12 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서민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전혀 오르지 않는 월급에 나날이 치솟는 물가, 각종 세금에 제2의 세금인 국민연금, 건강보험까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언제나 해고의 공포에 떨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에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수십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아닌 바에야 과연 마음편하게 살 수 있을까?
현 재 서서히 꺼지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본격적으로 터지면 금융이 무너진다. 이 과정에서 은행 대출로 먹고사는 대다수의 서민층은 치솟은 이자 부담에 원금 상환의 압박으로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격한 소비 위축은 대량 해고와 영세 업자들의 줄도산을 부를 것이고 부동산 역시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다. 그나마 빚이 없는 사람들은 좀 낫겠지만, 물가와 세금은 더 오를 것이며 돈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대다수 역시 변변한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서민층일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의 세월은 생존을 위한 고통스런 투쟁이 될 것이며, 아직까지 우리가 누려왔던 상대적인 풍요를 반납하고 뼈를 깎는 긴축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하 지만 뚜렷한 직장이 없는 사람, 빚이 있는 사람은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뼈빠지게 일해도 이자를 감당하기에 벅찬 상황이 될 것이며 특히 수억원이 넘는 부동산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슬프고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점점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수 십억에서 수백억을 쌓아둔 부자들은 절대로 한푼도 서민들을 위해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그들 역시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하려 노력할 것이며,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한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을 위한 복지는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승자를 위한 나라이며 패자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미 운 곳도 많은 옆나라 일본이지만 우리가 꼭 배워야 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모두 함께 가려는 공동체 문화가 있다. 재벌과 대기업이 자신들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고용을 유지하고 아랫사람들을 먹여살리려 한다. 젊은이들을 위해 아르바이트 시급을 높이 설정하고, 사회의 최하층민에게까지 어떻게든 먹고 살게는 해주려는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공동체 의식이 없다. 패자는 링에서 밀려나 끝도없는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하고 승자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미국보다 더욱 심한 정리해고와 일본보다도 더 활성화된 계약직, 파견 천국은 대한민국을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비정한 적자생존의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과 연 누구의 책임일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열렬히 지지했던 정치인들의 짓이다. 이념이나 당적을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와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는 커녕 옆에서 조장한 것이 바로 이들 정치인들이다. 말로만 서민을 외치며 정작 그들의 삶에는 관심없는 말로만 애국자 말로만 서민의 대표가 그들이다. 재래시장에서 국밥을 먹는다고 서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강남 아파트를 욕한다고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만 할 당연한 일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각종 투기로 얼룩진 적자생존의 지옥이 된 것이며 서민들은 살아남기조차 힘들지만 소수의 재벌과 부자들은 땅짚고 헤엄치기보다도 쉬운 재벌 천국이 된 것이다.
지 금 서민들은 막다른 벼랑의 맨 끝에 몰려 있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이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어느새 적자생존의 지옥으로 변해버린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 리 민족은 누가 뭐라 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랑스런 민족이며, 대한민국은 이대로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우리의 피와 땀과 영혼이 서린 위대한 조국이다. 지금의 암울한 현실은 우리 대에서 끝내고 후손들에게는 정말 가슴속에서 애국심이 우러나올 수 있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나라를 물러주어야 한다. 서민과 재벌이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긍지로 평등하게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숙명이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꼭 이루어야만 하는 사명인 것이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과연 누가 조장했는가
BMW 와 벤츠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차이다. 특히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는 우리나라의 에쿠스와 같이 독일에서도 부자들만이 타는 차이며 피땀흘려 부를 일구어놓은 5~60대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로 타는 차로서 이 차들의 고향인 독일에서도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를 타는 사람들은 존경받는 부자들이다.
하 지만 천민자본주의의 천국 대한민국에서는 한때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이러한 차들을 몇 대나 살 수 있었다. 정작 독일 사람들도 평생 걸려도 타기 힘든 이러한 차들을 새파랗게 젊은 졸부집 자제들이나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은 투기꾼들이 너도나도 타고 다녔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존경받는 부자들이 젊은 시절의 노력에 대한 댓가로 타고 다니는 이러한 차들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투기 붐 속에 강남 바닥에서 아무나 타고 다니는 차들로 변질된 것이다. 한창 아파트값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팔면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 5대를 살 수 있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가격일까.
우 리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인 미국에서도 6억원 정도의 돈만 있으면 수영장이 딸린 최고급 주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었을 때에도 10억이 넘어가게 되면 초호화 주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XX팰리스 XX캐슬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하에 성냥갑 같은 공간에 수십 수백 세대나 채워넣는 아파트가 과연 수십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 호화 아파트들은 참 좋다. 호화롭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강남 8학군 학교들 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달에 300만원 받는 월급쟁이가 평생 한 푼도 안쓰고 모아도 살 수 없는 이러한 가격은 말이 되지 않는다. 거품이 낀 것이다. 언제부터 왜 이렇게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을까. 과연 누가 원흉이며 방조한 자들은 또 누구일까? 그리고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또 누구란 말인가.
부 동산 버블이 한창이전 시절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 중에 엄밀히 말해 100% 실수요자는 한 명도 없다. 많든 적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투기 심리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을 비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그당시 자고나면 1억씩 오르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미웠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어떤 재화든지를 막론하고 이렇게 말도안되는 속도로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결국 투기판이 벌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투기에 동참하게 된다.
누 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부동산 버블에 있어 제 1의 원흉은 바로 건설회사들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양원가 공개조차 거부했었던 그들은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아파트를 지어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완전히 땅짚고 헤엄치기였던 것이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단 5%의 이익률을 내기조차 쉽지 않은 제조업을 접어버리고 앞다투어 건설업에 올인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수많은 건설회사가 생기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아파트들이 넘쳐나게 되었지만 투기붐을 타고 100% 분양도 모자라 떴다방이 뜨고 줄을 서고 밤을 새서 분양권을 따는 코메디가 연출되었다. 건설회사고 개인이고 모두가 행복했다.
2 차적인 책임은 은행에 있다. 저금리 기조를 타고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기 힘들어진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과 신용카드로 개인들을 쥐어짜는 것과 동시에 짭짤한 돈을 벌 수 있는 아파트 투기판에 뛰어들었다. 한 푼의 자산도 없는 사람들에게 수억원의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하게 만들고 그들의 월급 대부분을 이자로 가져갔다. 물론 지금 이 판국에 누굴 탓하랴. 레버리지 투자니 어쩌고 하며 막무가내로 돌아가는 투기판에 끼어든 아파트 구입자에게도 분명 책임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은행이 원흉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리고 이 모든 투기판을 방조, 혹은 조장한 것이 바로 정치권과 정부이다. 솔직히 말해 악덕 건설업자와 금융사기꾼 은행들을 도의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을지언정 엄밀히 말해 정말 비난받아야 할 것은 모든 것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의 역기능을 제어하고 무분별한 투기판을 방지해야 할 책임은 어디까지나 정부에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설업자와 은행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한 것일 뿐이고 정작 우리를 잘먹고 잘살게 해주어야 할 정치인들이 실은 투기꾼과 건설업자들의 한패가 되어 뇌물을 받으며 국민을 쥐어짜온 것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응당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고, 이념이나 정치색에 관계없이 부동산에 관해서만은 모두가 같은 태도를 취했다. 돈과 달콤한 이권을 마다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마는 이들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자신들을 믿고 선택한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자 국민 모두를 송두리째 죽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사 실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물가 상승, 생산 부문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부작용은 있었을지언정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한 진정한 파국은 오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배가 터지게 해먹어도 그것이 딱히 서민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보기에는 안좋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일일 뿐이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는 순간 그 어마어마한 충격은 돈없고 힘없는 가난한 서민들부터 강타하게 된다.
최 근 건설회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불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막상 파국이 닥쳐오면 부자들과 정부는 절대로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 엉터리 나라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동안 빚으로 이루어졌던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한다. 땀흘려 일하고 아껴쓰며 이 거대한 태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파멸의 시작, 아파트 가격 하락
이 번 정권에 들어 처음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발 금융 위기에 대한 수많은 예측들이 있었다. 하지만 몇 차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과 시중에 풀린 엄청난 양의 돈 때문에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냉철히 바라보면, 이것은 대한민국에 있어 파멸의 시작이며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앞으로 상상도 못한 고통스런 나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부 동산으로 생긴 부실채권은 은행들의 목을 죄어올 것이며, 언제나 그랬듯이 은행들은 한편으로는 공적자금을 요구하며 그동안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던 자신들 대신 개인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아파트 투기판의 막차를 탄 사람들은 악질 은행들의 제물이 될 것이며 그동안 자행되었던 아파트 투기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무주택자 및 단독주택 보유자들 역시 은행들의 대출 상환 압력과 급격한 소비 위축에 고통받게 될 것이다.
아파트 뿐만이 아닌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결국 대한민국 경제의 완벽한 파탄을 불러올 것이며 우리는 아직까지 경험한 적이 없었던 끔찍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바로 부패한 정치가, 탐욕스런 건설회사, 악질 사기꾼 은행이 이러한 지옥을 불러온 원흉들이다. 이들은 사이좋게 연합하여 부동산 버블을 끝없이 끌어올렸으며 결국 마지막 폭탄을 떠안은 개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말았다.
우 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적어도 부동산 투기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들은 주장하는 정치 이념에 관계없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사이좋게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었다. 386 운동권이든 군사정권 출신이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마다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건 설회사들은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 은행들은 자산이 한 푼도 없는 개인에게까지 수억원의 돈을 대출해주어 그 이자를 받아먹었다. 그 와중에 영악한 투기꾼들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수억에서 수십억원 가까이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 들은 하이에나들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사는 정글에서 먹이사슬의 맨 마지막에 있는 하이에나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이들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은 막대한 차익 끝에는 엄청난 빚과 부실, 고통만이 남았다. 이미 전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막차를 탄 사람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부실 건설회사들의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문 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주택과 부동산 담보의 부실화로 위기에 몰린 은행들은 애꿎은 개인들에게 대출 상환 압력을 가할 것이며 이미 위험 수위에 달한 가계부채 수준을 볼 때 개인파산은 줄을 이을 것이고 소비는 급속히 위축될 것이다. 결국 구조조정과 영세 상인들의 줄도산 끝에 우리는 IMF보다 더한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알몸으로 내던져지게 될 것이다.
이 위기의 승자는 이미 부동산 투기로 한몫 단단히 챙긴 소수의 부자들 뿐이며, 대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은 이 게임의 루저로 전락할 것이다. 막대한 현금을 가진 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엄청난 이자 수입을 얻을 테지만, 돈 나올 구멍이 막혀버린 일반 시민들의 삶은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부동산과 아파트는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쌌고,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물가도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고 어지간한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은 자동으로 보장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 속에 희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 금은 어떤가? 1년만 지나면 잘릴 가능성이 높은 계약직과 비정규직 천국에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은 알바와 인턴밖에 할 일이 없다. 수십년동안 한푼도 안 쓰고 벌어도 살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값과 낮은 연봉, 그나마도 구하기 힘든 일자리... 20년이란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할 만한 세월이지만 살기좋은 우리 대한민국이 언제, 어째서 이렇게 살아있는 지옥으로 변해버렸을까?
그 중심에는 천민자본주의가 있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자본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자본주의의 원래 의미가 아닌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 한탕주의가 만연한 천민자본주의가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 천박한 바이러스는 온국민을 투기꾼 혹은 바보 아닌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사람이 살 집을 한낮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투기꾼들은 재테크의 귀재라며 잘난척했고 성실하게 노력하여 한푼두푼 저축한 사람들은 한순간에 바보가 되었다. 탐욕에 찌들은 은행과 건설회사들은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너도나도 투기에 동참했으며 이것을 강력히 규제해야 할 정부는 뇌물과 정치자금이 주는 달콤함에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치기에 바빴다. 이게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우리는 언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성실하게 땀흘리며 일한 사람이 대접받고 열심히 일하며 내일의 성공을 꿈꾸는 사회는 이제 다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예고된 비극, 대규모 미분양 사태
한 때 재건축이 로또 복권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헌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지으면 엄청나게 늘어난 면적과 함께 공짜 새 아파트가 생기게 된다. 과연 어떻게?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으니 새로 들어오는 입주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면 된다. 기존 조합원들은 공짜다. 이게 상식이었다. 모두 재건축에 목숨을 걸었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었다.
현 실은 어떠한가? 큰 꿈을 가지고 행한 재건축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일어났다. 기존 조합원들은 늘어나는 부담금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고 조합에서 은행 대출을 받아 건설회사에 수혈해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올라갈 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버블이 꺼진 지금 알고보니 그들이 안고 있던 것은 한낱 폭탄에 불과했다. 신데렐라의 마법은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전 국 방방곡곡에 미분양이 넘쳐난다. 한때 주택보급률 운운하며 절대 집이 부족하다고 하던 서울 안에서까지 미분양이 생기고 있다. 말도안되는 분양가에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현혹하던 건설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란인 것이다. 투기수요가 사라진 지금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은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 금융비용에 애가 탄 건설회사들이 그제서야 분양가를 낮춰서 팔아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장에서는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전국토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를 수없이 세운 결과가 바로 지금의 미분양 사태인 것이다. 인간이 한번 탐욕에 빠지면 약도 없는 법이다.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있던 강남의 50~60평형 아파트들은 대부분 20억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20억이란 돈은 1억의 연봉을 받는 고액연봉자라 하더라도 세금을 제하고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하더라도 근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려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웬만한 자산가들을 제외하면 은행 대출 없이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다. 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건설업자들은 한 방에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이 중대형 아파트들을 수없이 지어냈고 역시 투기에 눈이 먼 일부 개인이 이에 동참해 은행빚을 끌어다 이것들을 매입했다.
하 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상식적으로 이런 아파트를 받아줄 사람은 없기 마련이고 결국 많은 수의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더이상 이러한 중대형 아파트는 자기과시의 수단이나 부의 지표가 될 수 없다. 그 자리에는 미분양과 계약 취소만이 남았다. 무분별한 탐욕의 끝인 것이다.
대 규모 미분양은 건설회사의 도산을 불러온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투기 수요가 사라지고 은행빚으로 물량을 받아줄 개인들이 없어진 지금 마음껏 욕심을 부려 마구 지어놓은 아파트를 사줄 사람은 없다. 그동안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를 해왔던 건설업자들에게도 점점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쉽게 돈을 버는 데 재미들린 건설업자들은 더욱 탐욕스러워져 전국토를 들어 마구마구 아파트를 지어댔고,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공사판에 국민들은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마구잡이로 지어놓은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얼룩진 깡통 아파트가 되어가고 있고 지어만 놓으면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100% 분양이 가능하다고 믿던 건설회사들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회사가 무너지면 은행이 무너지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미쳐버린 투기판을 그대로 놔둔 자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말로만 국민을 위하고 서민을 위하던 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가. 그들중에 이미 한몫 단단히 챙겨놓은 투기세력과 함께 부른 배를 두드리며 골프장과 룸살롱을 전전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우리 국민들은 대저 눈 똑바로 뜨고 살펴볼 일이다. 더이상 그들에게 바보 천치 취급을 받으며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선거때만 되면 등장하는 그들의 거짓 웃음과 눈물쇼에 벼룩의 마지막 간까지 내주기에는 우리의 소중한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미국, 일본의 부동산
솔 직히 말해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에 넘치는 소비생활을 해 왔다. 최근 외국 생활을 오래하신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한국의 GDP나 소득 수준에 비해 다들 너무 잘 입고 잘 산다는 말씀을 하셨다. 젊은 여자들은 저마다 미국에서도 볼 수 없는 패션모델같은 화려한 패션을 하고 다니며, 거리에 보이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 비싸다는 루이비통 가방을 모두 하나씩 들고다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루이비통 들고 다니는 것은 흔치 않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나이는 먹었지만 길거리의 젊은 여자들 보는 것이 즐겁다고 하셨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필 자 역시 외국 유학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식당이 아닐까 한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느 대학의 구내식당을 가더라도 싼 가격에 다 먹지 못할 정도로 맛있고 푸짐한 메뉴가 나온다. 그에 비해 경제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었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나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 보면 김치 몇 조각, 나물 반찬에 고기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격이 딱히 싼 것도 아니다. 선진국의 기본이란 다른 건 모르더라도 우선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아닐까? 상식적으로 비만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가 아닌 이상 자식을 잘 먹이려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인 급식 업체들이 공공기관에서 내놓는 음식들이란 정말 상식 이하이다. 이것이야말로 서민층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내 경험상 선진국 수준의 식당은 일류호텔 뷔페밖에는 없었다. 즉 재벌과 부자들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서민층과는 전혀 동떨어진 얘기라는 것이다.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아니 먹이지 않는 나라가 무슨 선진국이란 말인가?
하 지만 재미있는 것은 또 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열악한 수준의 공공식당에 비해 인구수대비 커피숍은 가장 많다. 스타벅스를 위시한 앤젤리너스, 커피빈 등 백원도 안 하는 원가에 밥값보다 비싼 돈을 받는 이러한 커피숍들은 아무리 많아도 손님이 끊일 날이 없다. 물론 커피를 선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문제이고 이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중에 벌어지고 있는 된장녀 논란에 끼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식당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세주의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 일본보다 적은 국민소득에 비해 빚을 내어 너무 잘 먹고살았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며 고급 승용차 등 빚을 내어 허세를 부리는 이런 풍조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냉 정하게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만큼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우리 국토의 몇 배나 하는 주들이 수십개가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나라이며, 일본은 한때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 전세계를 정복했던 나라이다. 좀더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보면 2차대전에서 미국은 세계 제1의 강국으로 연합군을 지휘하여 나치 독일을 무너뜨렸으며 일본은 이러한 미국에 대항해 세계 최대의 연합함대를 조직하여 맞서 싸운 나라이다. 비록 전쟁에서 지긴 했어도 국토의 몇십배에 이르는 지역을 점령하며 수탈한 엄청난 부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본 경제 부활의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현재 휴대폰과 자동차,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간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예전의 일본처럼 세계시장을 쓸어버릴 정도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에는 애플 등의 하이테크 기업과 중국 등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될 기미마저 보인다. 5천만이 조금 넘는 내수시장은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줌에 불과할 뿐이며 재벌과 부자들만 호의호식하지 일반 서민들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 정부 주도로 물가를 때려잡고 부동산을 억제하던 20년 전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한국이 제일 살기좋은 나라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요즘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오히려 경직된 사회 구조에 일방적으로 국민과 노동자,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경제 시스템, 창의력으로는 미국에 밀리고 가격으로는 중국에, 기술력으로는 일본에 밀리는 상황은 최근 있었던 나로호의 연이은 발사 실패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동안 부동산 버블로 허세를 부리며 그럭저럭 유지해왔던 경제도 이제는 파탄 직전에 이르렀으며 곧 대한민국은 유사 이래로 가장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그 렇다면 부동산은 과연 어떨까? 잠시 눈을 돌려 미국을 보자. 미국은 기본적으로 워낙 큰 땅덩어리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기 쉽지 않은 나라다. 물론 캘리포니아나 뉴욕의 맨해튼 등 거대한 부와 인구가 몰리는 지역은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전국민이 거의 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우수한 도로망과 편리한 교통 덕분에 살 집이 없어서 고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정 궁하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그냥 집짓고 살면 된다. 자동차만 있으면 생활은 다 되니까..)
하 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 역시 부동산 버블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욕심에 눈이 먼 은행과 건설회사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데 한몫 했고 그 결과 수많은 개인들이 빚더미에 떠앉아 파멸하게 되었다. 라스베가스에 지어 놓은 최고급 주택들은 속빈 깡통이 되었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조차 채권단에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한국처럼 성냥갑 아파트가 수십억씩 하는 막장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며 나름대로 시장 기능이 동작해 그나마 지금은 서브프라임 위기를 딛고 회복하는 중이다. (물론 미국인들 역시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에 상당한 상실감을 안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국토와 인구, 소득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의 후유증은 컸다. 서브프라임 이전보다 미국민들의 소비는 훨씬 검소해졌고, 아직도 불황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 번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일본을 보자. 시간을 거슬러 1987년으로 가보면 "재팬 애즈 넘버원"이라는 말과 함께 일본이 전세계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소니 파나소닉을 위시한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TV, 워크맨 카메라 등의 각종 전자기기들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으며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의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 시장을 완전히 점유해 일본차 천지가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외화로 인해 일본 어디를 가도 돈이 흘러넘쳤고 결국 부동산 투기판이 벌어져 이 돈들은 모두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은행들은 보지도 않고 무조건 대출 신청서에 승인 도장을 찍어주었으며 일반 서민들까지 이 행렬에 가세했다. 고급 술집들이 모여있는 긴자와 아카사카에서는 버블로 떼돈을 번 부동산 업자들이 호스티스들에게 백만엔짜리 돈자루를 던져주었으며 이당시 일본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부인 이외에도 미국 유럽 등지에서 건너온 서양 미녀를 애인으로 사귀는 것이 유행이었다고까지 한다.
하 지만 영원할 것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도 199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상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알거지가 되어버렸다. 미리미리 한탕 해먹고 손을 뗀 영리한 사람들 외에는 대부분이 빚쟁이 또는 영세 하층민 신세로 전락해 버렸으며 소비심리는 극도로 위축되어 유통업체들이 무너지고 100엔짜리 상품을 파는 가게들만 여기저기에 생겨나게 되었다. 부동산 버블로 떼돈을 번 사람들과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 사이에는 이미 견고한 마음의 벽이 생겨버려 일본인구 1억 5천만이 모두 중산층인 사회라는 말도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한 후 사람들은 허무감에 일할 의욕을 잃어버려 후발주자인 한국 대만 등에 시장의 많은 부분을 내어주게 되었다. 우수한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정복한 위대한 일본 민족이 아닌 열심히 일해도 안되는 사회,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사회가 바로 일본의 현재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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