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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군생활을 할 때 겪었었던 실화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부대는 경기도 가평에 위치하고 있는 사단입니다.
사단 예하부대인 포병여단 **부대에서 k-55 조종수로 근무를 했었는데 정비고 초소라해서 제가 상병 때 폐쇠된 2층 초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폐쇄되기 전 그것을 목격했었던건 일병 때 였습니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근무를 서고 있던 새벽 2시였습니다.
제 사수였던 선임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선임은 도로편과 부대 쪽을 감시하고 있었고 전 산쪽과 철책이 있는 곳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대화가 오고가는 찰나 어두운 산속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포착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개발이 덜 된 곳이라 그런지 부대가 산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라니, 다람쥐, 토끼같은 동물일거라 생각하고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계속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옆에 비치되어 있던 야시경을 들고 쳐다보았습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엇인지 분간이 잘 안되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깨닫는덴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천천히 초소 뒤 내리막 길을 내려와 돌로 가려진 모퉁이를 지나서 그 형체를 나타냈는데...
멧돼지였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당황하면 언다고 할까요?? 순간 얼어서 말이 안나왔습니다. 고라니,다람쥐도 아닌 멧돼지??
제가 당황해서 쳐다보고 있는 동안 천천히 걸어온 멧돼지는 초소 밑에 만들어져 있던 감시호로 들어갔습니다.
일단 선임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박** 병장님... 조금 큰일난거 같습니다."
"왜 먼데??"
"저...저기 뒤쪽에서 메...멧돼지가... 나..나.. 나타나서 지금 저희 발 밑에 있습니다..."
"지랄을 하네. 여기가 산속 오지도 아니고 뭔 멧돼지야? 내가 확인했을 때 아니면 넌 뒤진거다?"
라고 말하며 초소 계단쪽으로 나가더니 초소 밑으로 성큼성큼 내려가다 말고는 으아악 하면서 뛰어 올라오는 겁니다.
"미친...ㅅㅂ 진짜 멧돼지잖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지통실에 보고부터 해. 아 ㅈ됐다 곧 전역인데 ㅅㅂ 이게 뭔 일이야..."
선임의 말대로 지통실에 보고를 하기 위해 핫라인으로 통신을 했습니다.
"통신보안. 정비고 초소 근무자 일병 최**입니다."
"예. 지통실 일병***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2시 20분경 상황 보고드립니다. 거수자는 아니고... 멧돼지인데 어떻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보고 드렸습니다."
전화받은 상대방도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일단 당직사령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실제론 1~2분도 안되었는데 1~2시간 마냥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발 밑에서 들리던 꾸익꾸익 거리며 울던 멧돼지 소리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시 반대편 전화에서 들려오던 목소리..
"당직사령님이 농담하시지 말랍니다. 멧돼지가 들어올 길도 없는데 무슨 멧돼지냐며 그렇게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가지고 있던 무전기(p96k)의 발신 버튼과 핫라인 발신 버튼을 누른채 밑에서 들리는 소리 쪽으로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소리를 듣고 당황한 병사는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또 보고를 하러 간거 같습니다. (옆쪽에서 들리던 웃음소리들...)
이윽고 직접 당직사령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침착하고 문 닫고 절대 2층 밖으로 나가지 마. 상황 감시는 계속 유지하고.. 위험한 상황 발생시엔 소지하고 있는 공포탄 발포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있어...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거밖에 없다. 미안하다."
하면서 통화가 끊겼습니다.
일단 당직사령이 남긴 말을 선임에게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 말에 어이없어 하는 선임...
일단 보고는 했으니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20분가량 지났을 쯤 밑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대로 초소로 올라오면 너랑 나랑은 ㅈ된거다 라고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을 때 다행히도 멧돼지는 초소로 올라오는 길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걸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선임이 어떻게 생긴건지 한번 보기라도 하자면서 확인등을 켰습니다.
불을 켜는 순간 불켜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멧돼지..
그걸 보고 놀란 선임은 오 ㅅㅂ 이라는 말을 하며 불을 다급히 껐습니다.
그러자 다시 유유히 산길을 내려가며 정비고 앞을 지나 산속으로 사라지는 멧돼지를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멧돼지가 산 속으로 사라진지 1분도 안되어 다시 지통실에 보고를 했습니다.
"통신보안, 정비고 초소 근무자 일병 최**입니다."
"예. 지통실 일병***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까 보고했었던 상황 종료되었고 인수인계 하나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네, 말씀 하십시오."
"2포대 근무 교대시 멧돼지 주의요망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 끊긴 전화...
인수인계 판에도 적어 놨었습니다.
멧돼지 출현,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감시하면서 항상 주의요망.
상병 때 초소가 폐쇠되었고 동초로 바뀌면서 주말 주간에 근무를 설 때 그 초소를 찾아가봤었습니다.
그 때 까지 적혀있던 그 인수인계 사항 ㅋㅋㅋ
지금 폐쇄되어 사용은 안하지만 초소에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그 일을 생각하면 참... 웃깁니다 ㅋㅋㅋ
근데... 멧돼지가 참 크긴 컸습니다.
왜 위험하다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고 또 그 상황에선 북한군이나 귀신, 사람보다 무서운게 멧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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