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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32978
    작성자 : Dika
    추천 : 18
    조회수 : 2112
    IP : 222.233.***.157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1/25 00:01:34
    원글작성시간 : 2012/01/11 00:47:18
    http://todayhumor.com/?humorbest_432978 모바일
    [공포소설] 투혼 - 9 -
     

    (8회에 이어)


    “마, 마, 말, 해.”

    그 자식은 또 주위부터 살폈다. 비가 내리는 이른 오후의 동네 공원엔 빗소리만이 가득했다. 

    “너 전화기 계속 꺼져있더라?”

    말은 심드렁하게 하고 있었지만 그 자식이 바짝 약올라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정아한테 조심하라고 일렀다.

    “요, 요, 요, 용건이, 뭐, 뭐야.”
    “네가 전화 받았으면 이렇게 굳이 만날 일도 없었잖아.”

    그 자식이 한 발짝 다가왔다. 정아가 눈을 꼭 감았다 떴다. 나는 정아 앞을 가로막아 섰다.

    “너 말야, 담임이 글씨 틀리게 쓰던 날… 네가 손으로 담임 가리킨 거… 왜 그랬어?”
    “……”
    “설마… 그 귀신 짓이야? 나한테 붙어 있다던?”

    정아가 가만히 있자 그 자식이 돌연 눈빛을 바꿔 정아 앞으로 다가왔다.

    “너, 목적이 뭐야?”
    “뭐?”
    “나 엿 먹이려는 거지? 귀신이니 뭐니 붙어있다고 나한테 개소리해서 나 엿 먹이려는 거잖아? 누가 사주했어? 누구 짓이야? 누가 시켰냐고!!”

    그 자식이 팔을 뻗어 정아의 어깨를 밀쳤다. 정아가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찌었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나는 정아한테 소리쳤다. 내가 말하라는 대로 말해! 

    “가, 가, 가, 가까이, 오, 오, 오지마…”

    뒤로 기던 정아가 우산을 집어 들어 그 자식 앞에 들이댔다. 검정 우산 아래서 눈을 부라리며 다가오던 그 자식은 자유로운 손으로 무지개 우산을 잡아채 아무데나 내던졌다. 검정 우산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자식의 손아귀가 정아의 턱을 움켜쥐었다. 하지마!! 나는 정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 손 안치우면 귀신이 다 말해주겠대! 개미가 뭔지 까지도! 그럼 넌 끝장이라는데?!!” 



    정아는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비닐도 펴지 않았다. 우산도 펴지 않았다. 이미 젖었는데 또 젖으면 어떠냐고 그냥 좀 앉아있겠다고 했다. 나는 내 몸을 살펴보았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엄마 곁에 있고 싶었다. 우리 가족 곁에 있고 싶었다. 지금의 이 삶마저 그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정아의 옆에 앉았다. 그 젖은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댔다. 여기서 더 희미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날 새벽, 학교를 가기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 자식은 침대 옆 스탠드를 환하게 켜둔 채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나는 그 자식을 내려다보며 침대 위 허공에 떠있었다. 

    나는 알고 싶었다. 너는 나한테 왜 그랬을까. 재미? 쾌감? 스트레스 해소? 나는 그 자식의 얼굴을 향해 다트를 던졌다. 퍽! 눈알이 터졌다. 퍽! 콧등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퍽! 입술에 구멍이 뚫리면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퍽! 얼굴을 움켜쥔 채 비명을 내지르는 그 자식의 모습이 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

    담임은 그 자식이 아파서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반 전체에 알렸다. 뚱기와 나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 둘은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운동장 스탠드에 나가 앉았다. 나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병나는 건… 아니겠지?”

    뚱기는 운동장 어딘가에 꽂아놓은 시선을 그대로 둔 채 말했다.

    “우리는 입만 잘 다물고 있으면 돼.”

    나똘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칭얼거렸다.

    “나, 나는… 망 밖에 안봤어… 난… 안했다구!”

    뚱기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아, 그러셔? 망 본 건 안한 거다? 하, 하하… 누가 꼴통 새끼 아니랄까봐. 꼴통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나똘의 표정이 돌변했다. 

    “꼴통이라고 하지마라.”

    허나 뚱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 꼴통한테 꼴통이라 그러는데 기분 나빠? 그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불이지 마셔야지, 이 꼴통 새끼야.”
    “하지 말라니까!”

    나똘이 뚱기의 퉁퉁한 볼에 주먹을 꽂았다. 졸지에 공격을 받은 뚱기는 내 턱을 움켜잡던 그 우악스러운 손으로 나똘의 뺨을 후려쳤다. 나똘이 뒤로 나자빠지고 뚱기가 나똘의 배 위에 올라탔다. 뚱기의 주먹이 사정없이 나똘의 얼굴을 두들겨댔다. 나똘이 그나마 자유로운 다리를 들어 뚱기의 뒤통수를 노렸다. 뚱기는 등을 툭툭 건드리는 나똘의 낡은 운동화에 팔꿈치를 날렸다. 나똘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방어하면서 새가 부리로 쪼는 듯한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되던 나똘의 발 공격이 뚱기의 뒷목 움푹한 곳에 정확히 꽂힌 순간 뚱기는 나똘 위에 그대로 엎어졌다. 얼굴이 피떡이 된 나똘과 입을 헤 벌린 채 뻗어버린 뚱기. 카메라가 있다면 찍어서 그 자식의 눈앞에 들이밀고 싶은 광경이었다. 둘은 양호실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나는 거기까지 보고 그 자식의 집으로 이동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던 그 자식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아픈 애가 대체 어딜 가는 거냐고 그 자식의 엄마가 대문까지 따라나와 물었지만 그 자식은 공부하러 간다고만 말했다. 지하철에선 명품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한 손으로 입 주변을 가렸다. 그 자식의 헤드폰에서 새어나오는 음악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선반에 누워 이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그 자식이 찾아간 곳은 겉보기엔 그냥 가정집이었다. 대문 옆에 흰 깃발만 없으면 더욱 그래보였을 것이다. 그 자식을 맞이한 사람도 겉으로 봐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담임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얼굴도 둥글, 배도 둥글했다. 그 자식은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안내되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방에는 앉은뱅이책상과 방석 두 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자식도 당황해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자식을 먼저 앉게 한 아저씨는 방문을 닫고 맞은 편 자리로 가는 동안 그 자식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저씨는 그 자식을 묵묵히 바라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어.”

    그 자식의 눈에서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그냥 다 말하면 돼. 그럼 된다.”

    그 자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뭘요? 뭘 말해요?”
    “사실대로.”
    “무슨 사실요?”

    그 자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도 일어났다.

    “그건 네가 잘 알겠지.”
    “제가 뭘 잘 아는데요?”
    “나하고 말싸움 하고 싶어서 온건 아닐 텐데.. 넌 여기 왜 왔지?”
    “나한테 귀신이 붙어있는지 아닌지 그거 물어보러 왔어요! 그것만 봐달라고요!”

    아저씨는 방문을 열더니 말했다.

    “복채는 안 받을 테니 그냥 가라.”
    “나 돈 있어요! 왜 사람을 거지 취급해요?”

    그 자식이 대뜸 소리치자 그 몇 배 크기의 호통이 날아왔다. 

    “내가 모시는 신이 더 이상 너하고 상종하지 말라신다! 지금 네가 가있어야 할 곳은 따로 있다고! 그곳이 어딘지도 내 입으로 말해주랴!!”

    그 자식이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자식은 펄펄 끓고 있었다. 몇 시간 뒤 그 자식은 대형병원 1인실에 누워 있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따른 몸살. 아무 것도 모르는 그 자식의 엄마는 도대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기에 이 지경이 되었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역시나 아무 것도 모르는 주치의는 이틀만 쉬면 괜찮을 거라고 말해 그 자식의 머리 온도를 상승시켰다. 그 자식은 보충수업 마지막 주나 돼서야 학교에 나타났다. 볼살이 빠져 광대가 더 도드라졌다. 그런 그 자식의 책상에 웬 상자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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