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독교신자=/=개독 임을 알려드립니다.
일요일을 맞아. 혼자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음.
직업 특성상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일하러 나와야 하는 본 오징어에게
주문받은 것도 없어서 늦게까지 잘 수 있는 일요일은 지나온 일요일중 손에 꼽을 정도라
이미 잠이 깼음에도 다시 잠을 청하고 있었음.
물론 심심하니까 티비를 켜놓은 상태였음.
그러다 잠올 것 같으면 리모컨 버튼 누르고 잠.
근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림.
우리집은 초인종이 고장나서 반드시 노크를 해야 함.
노크 소리를 들으며 짱구를 굴려보니
내가 아는 한 택배올 일이 없음.
이불 밖에도 나가기 싫고
귀찮고 자고싶어서
쌩까기로 결정함.
근데 한 5분내내 두드리다가
한 여징어의 목소리가 들려옴.
"안에 계신거 알아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어요~"
누군지 확인하러 안 나가도 문밖 낯선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으니 개2득 을 외치며 돌아누웠다가
재차 울리는 노크에 짜증이 나서 문앞으로 가 섰음.
상대도 문 너머의 기척을 느꼈는지
"문좀 열어주세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어요."
라고 함.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교회 안다녀요"
이럼.
그러자 신이 나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다느니
그걸 만든 신에 대해서 설파하기 시작함.
지루함을 느낀 본 오징어는 문구멍으로 슬적 내다봤다가
"그런거 안믿어요"
라고 함.
그러자 이번에는 사후에 모든 사람들은 지옥에 가게 되는데 그걸 구원해줄 수 있는 생명의 책이 있다느니 떠들기 시작함.
그래서
"그 생명의 책이 혹시 2천년 전에 쓰여진 판타지소설 말하는거면 그냥 가라고 함."
상대 안하던가 좋게 말해서 돌려보내도 되는데
내 휴식을 깨버린 그녀에 대한 빡침을 담아 말함.
"성경은 실제로 이루어진 역사이며ㅡ"어쩌고...
그냥은 안돌아갈 것 같아서
이번엔 내 쪽에서 말을 걸기 시작함.
"저기요."
"+-#-&='(~<^(&(@)')#:^)'@"
"저기요 있잖아요."
그녀가 하는말은 혹시 대본을 외운거라도 되는지
몇번이나 재처 불러서야 그녀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었음.
"야훼라는 신은 전지전능 한가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아주 쉽게 답할 수 있는 물음이라
0.01초도 지나지 않아 대답이 튀어나옴.
대답은 당연히 "네"였음.
그래서 이번엔 "전지전능이 무슨 뜻인데요? 라고 물음.
약간의 침묵이 이어짐.
곧 대답을 할 것 같길래
"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전능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잖아요"
라고 선수침.
"네."
이번 그녀의 대답에는 물음이 담겨있었음.
알면서 왜 묻냐는.
나는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함.
"루시엘이라는 천사를 만들 때 분명 타락해서 악마가 될걸 알았을텐데 왜 그걸 만들었고. 왜 막지 않았을까요.
인간을 만들기 전에 이미 인간이 타락할 것을 알았을 텐데 왜 그걸 만들었고 그걸 왜 막지 않았을까요.
애초에 인간이 따먹을 것을 알면서 선악과는 왜 만들었을까요.
왜 그걸 인간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었을까요.
신은 지옥을 없앨 수 없는걸까요.
신은 악마를 없앨 수 없는걸까요.
전지전능하다면서 이 세상 모든 사단의 근원은 결국 야훼이지 않나요."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음.
문밖이 한참동안 조용하길래
내가 주절대는동안 가버렸나 싶어서
혼자 머쓱해하며 방으로 들어갔을 쯤
문을 부숴버릴 기세로 두드리기 시작함.
"사탄아 물러가라"
던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어쩌고"
아무튼 물러가라 어쩌고 난리치기 시작함.
시작한김에 같이 소리질러줌.
"여긴 내집이니까 니가 물러가라!!"
뜨끔한 듯 잠깐 끊기더니
이번엔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그래서 나도 문 앞으로 가서 중얼거리기 시작함.
예 수고하십니다.
여기 @@동 @@아파트 @@@호 인데요.
이상한 여자가 문밖에서 문 두드리고 소리지르고 난린데 쫓아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112에 전화하진 않았음.
하지만 그 말 끝나기 전에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소릴 들었음.
그리고 승리의 기분을 느끼며 일요일 낮잠을 만끽함.
중말 무서운 종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