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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25633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11
    조회수 : 689
    IP : 143.248.***.33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4/10/05 03:14:11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5633 모바일
    자해한 학생으로 오해받은.ssul


    지금 얼굴 표정이 음슴으로 음슴체.

     
    대학교 사망년의 우울한 가을학기를 보내는 작성자는

    어제도 열심히 레포트와 노트북과 일심동체의 생활을 하고 있었음.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다보니 저녁 시간이었고, 아는 선배가 불러서 밥 사준다기에 쫄래쫄래 나가서 밥을 얻어먹으러 감.


     밥은 위대한 치느님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음식 씹고 삼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음.

    뭐지뭐지? 이러다가 선배가 '너 표정 왜그르냐'고 이야기까지 하시길래 거울을 봤더니

    왼쪽 얼굴 근육이 마비가 되었는지 원하는대로 잘 안움직임;;

    겁나 당황스러웠지만 요 며칠간 목 근육이 결려서 이런 건가 싶어 그날은 그냥 잠듦.

    문제는 담날 아침이었는데
    상황이 더 심해져서 표정도 제대로 못 짓고, 밥먹다가 왼쪽으로 새고 그러길래

    안되겠구나 싶어 빠르게 응급실로 향함.

    츄리닝 바지에 반팔 입고 찾은 응급실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링거를 주고 피를 뽑은 뒤 CT를 찍자고 했는데

    응급실에서 CT찍자는 건 다 비싼 개수작이라고 들어왔으나, 20대에 안면 근육 마비가 오는 건 검사를 좀 해봐야만 한다는 말에 홀랑 넘어감...

    CT로는 이상 없었음 - 젠장 8만원...

    무튼 감기로 인한 신경계에 바이러스 문제인 것 같다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원함.

     그리고 근육 마비 때문에 눈 감는 게 자동으로 안될테니 안약이나 안대를 사라고 이쁜 레지 누나가 말씀하시길래 약국에서 안대도 하나 챙김.

    릿카는 어째 이런걸 하고 다니나 싶었음. 사왕진안이 이런 느낌인가 ㅋㅋㅋ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안대를 하고 딱 택시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는데 택시 분위기가 기묘했음.

    택시 기사분이 뭔가 눈치를 보는듯이 힐끔거리는 거임.

    금방이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실 듯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힐끗거리시는데, 그래도 병자였던 나-게다가 병원비로 17만원이나 쓴- 는 기분이 좋진 않았음.

    그런 도중에 택시 기사님이 말씀을 꺼내시는데,


     "학생...아무리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
    귀를 잠시 의심함.
    이건 전형적인 자살 혹은 자해 시도자에게 돌아오는 멘트 아닌가?? 그걸 왜 나한테???
    내가 아무리 좀 후줄근하게 왔지만 그게 그정도로 보였나???

    막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어버버 거리다가 문득 링거를 뽑아서 거즈를 붙인 오른손을 봤음.


     거즈가 시뻘건거임.  


    그제서야 나는 간호사 누나의 '주사 뺀 곳은 좀 누르고 있으세요' 가 떠올랐고, 병원 사람들 말은 곧 죽어도 지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함.

    무튼 다행히도 피는 알아서 굳었는지 흐르거나 미친놈 수준으로는 보이진 않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손목에 자해한 흔적으로 보일만큼 심해보이긴 했음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내 모습을 곰곰히 떠올려보면

    추레한 츄리닝 바지, 반팔 패션에
    한쪽엔 안대하고, 얼굴 근육 마비가 와서 얼굴 표정도 중병 걸린 사람마냥 일그러져있는데다가
    한쪽 손목에는 자해한 흔적처럼 뻘건 거즈 붙인 사람이
     자해를 후회하고 병원에서 나와가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돌아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인생의 선배 되실 택시기사 님은 삶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셨고

    나는 한쪽 눈만이라도 감사와 감격의 눈빛을 보내며 돌아올 수 밖에 없었음

    그 택시 기사님의 박애 정신이 너무 아름다워보여서 차마 내 사정을 설명하기엔 웃긴 상황이었고
    설명한다고 해도 누군들 믿을 스타일이 아니었음...
      

    무튼 그렇게 기묘한 오해를 받으며 학교에 무사히 왔고, 새로운 삶을 얻은듯한 표정과 함께 내려야만 했음.


    결론 : 택시 기사님은 학생 열심히 살라며 택시비 안받으심. 작성자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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