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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24749
    작성자 : 눈물한스푼
    추천 : 43
    조회수 : 9102
    IP : 116.33.***.28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1/03 14:43:19
    원글작성시간 : 2011/12/07 12:21:32
    http://todayhumor.com/?humorbest_424749 모바일
    real doctor 2

    기사 원문 : http://news.donga.com/Society/New/3/03/20111207/42418837/1
    (동아일보 기사를 읽다가 감동이 있어 나누고자 가져 왔습니다.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

    평생 세계 빈민 찾아 의료봉사 ‘또다른 이태석’ 김중호 신부


    72세의 노(老)신부는 느린 손놀림으로 한참 동안 사제복을 가다듬었다. 마침내 손녀뻘 되는 여기자와 마주 앉은 그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 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하긴 하느님을 모시는 신부가 우울증에 걸렸다니 이상하게 들릴 만도 하죠.” 그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평생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거래요.” 

    김중호 신부(사진)는 그렇게 그동안 꺼내지 않았던 인생 이야기를 시작했다. 

    ○ 서울대 의대생, 사제의 길을 택하다

    일흔을 앞둔 2008년 어느 날. 갑자기 밥 한술 넘기는 게 힘에 부쳤다. 밤에는 누워도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사제관에서 사람과 마주치는 게 싫어 막내 여동생 집으로 도망가다시피 하길 수차례.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다 돌아오는 날이 늘었다. 식구도 없이 평생 성직자로 살아온 오빠가 걱정됐던 여동생 김남희 씨(62)는 병원에 가보자고 졸랐다. 

    “나는 신부다. 이 모든 고통도 하느님의 뜻일 게다.” 동생에게는 이렇게 말했지만 의학박사 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증세가 의학전공 서적에서 봤던 전형적인 우울증이라는 것을.

    병은 쉽사리 낫질 않았다. 2년 만에 자존심을 버리고 서울의 한 정신과 상담실을 찾았다. 몇 차례 이어진 상담 끝에 의사는 그가 아픈 이유를 진단했다. “평생 너무 과로하셨네요.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심하시고요.” 사실 그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알아주던 부잣집 둘째아들이었다. 아버지는 고려대 의대 교수이자 잘나가던 외과 의사였다. 작은아버지들도 모두 의사였다. 할아버지는 집안 의사들을 모아 종합병원을 차리는 게 소원이었다. 미리 병원 용지로 쓸 1653m²(약 500평)의 땅을 사두기까지 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 형 김명호 씨와 그는 서울대 의대에, 셋째 부호 씨는 고려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사 아버지와 의대생 삼형제는 매일 오후 10시면 부엌 식탁에 둘러앉아 밤참을 먹었다. 새벽녘까지 병원과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아들들과 함께 가족병원을 차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아버지의 꿈이 깨진 건 그가 본과 2년 과정을 마치던 1962년 겨울이었다. 함께 밤참을 먹던 식탁에서 그는 돌연 의대 자퇴를 선언했다. “저 의대 그만두겠습니다. 신부가 돼야겠어요.”

    초등학교 시절 그는 매일 오전 6시면 눈을 떴다. 학교에 가기 전 매일 동네 성당에 들러 그날 아침미사에 쓸 포도주와 성경을 준비했다. 어린아이가 복사(服事) 일을 기특하게 잘해낸다는 칭찬을 들었다. 

    남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다섯 남매에게 똑같이 나눠준 간식을 책상서랍 속에 숨겨뒀다가 다음 날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집에 데려와 먹이곤 했다. 동생들은 가난한 애들하고만 논다고 놀렸다.

    ▼ 사제복 입은 서울대출신 의사 ▼

     콜롬비아 칼다스 지역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김중호 신부. 그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콜롬비아 환자 1798명을 진료했다.
    고 이경재 신부는 그런 그를 눈여겨봤다. 이 신부는 갈 곳 없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만들어진 ‘성 라자로 마을’의 초대원장을 지낸 분이다. 그에겐 인생의 멘토였다. 의대 진학을 앞두고 공부에 매진하던 경기고 재학 시절 이 신부는 넌지시 말했다. “네 집안에 육체를 고치는 의사는 많으니 너는 영혼을 위로하는 사제가 되어라.”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뒤에도 이 말은 늘 귓가를 맴돌았다. 그러다 그의 영혼을 지배해 거스를 수 없는 신(神)의 명(命)으로 다가왔다.

    그의 변심에 아버지는 노발대발했다. 아들을 하늘에 뺏겼다는 충격에 한국가톨릭의사협회 초대회장을 맡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던 아버지는 이후 몇 년간 성당에 발길을 끊었다. 

    그는 기어이 그해 봄, 7년 과정의 가톨릭대 신학대에 입학했다. 2년째 라틴어와 기도를 배우던 때 서울대에서 연락이 왔다. 올해 복학하지 않으면 퇴학 처리된다고 했다. 자퇴 처리된 줄 알았지만 아버지가 남들 모르게 휴학 처리를 해뒀던 것이다. 다시 한번 신부와 의사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그를 신학대 학장이 불렀다. “의대생은 여자한테 인기가 좋다고 하던데…. 속세에 흔들리지 말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여라. 그리고 돌아오거든 의술은 반드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

    2년 뒤인 1966년 8월 그는 연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의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신학대로 돌아왔다. 남은 5년 과정을 마치고 1973년 사제품을 받았을 때 그의 나이는 34세였다. 이제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의술을 베풀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지킬 때였다. 

    ○ 가시밭길을 걷다

    지금은 없어진 혜화동 성신고 지도신부로 재직하던 1975년 여름, 그는 서울의 모든 쓰레기가 모인다는 난지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 난장판 속에 4000명이 살고 있다니….’ 빈민촌을 돌보던 수녀의 요청을 받고 처음 가본 난지도였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미안한 마음 반, 약속은 지킨다는 마음 반으로 10년간 일요일 오후마다 난지도로 갔다. 꼬박 세 시간을 앉아 줄선 환자들을 보살폈다. ‘한두 번 오다 말겠지’ 하던 그곳 사람들도 어느덧 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의사 출신 신부가 난지도 수녀원에 임시진료소를 차렸다는 소문이 돌자 구로구 시흥동, 관악구 신림동 등 달동네에서 방문 요청이 쇄도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진 그는 서울대 의대 동기와 가톨릭학원 소속 의사들을 총동원했다. 매달 당직표를 짜 후배 의사들을 봉사현장에 데리고 갔다. 하루 쉬는 주말, 가기 싫다고 버티는 후배에게는 “의술을 베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로부터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라”라고 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1987년의 어느 일요일, 그는 처음으로 난지도 의료봉사를 빼먹었다. 학교에는 2주간 휴가를 내고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과 마이애미를 거쳐 에콰도르 수도 키토로 가는 40시간이 넘는 비행길이었다. 키토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리기를 8시간. 그는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팔마’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단 한 번도 의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먼 동양 나라에서 의사가 왔다는 말에 감기 몸살 환자부터 신장병 환자, 암 환자까지 줄을 섰다.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 말도 안 통해 고역인 2주였다. 그 2주간 그는 타이레놀 한 알을 보물인 양 손에 꼭 쥔 채 뛰어가는 아이들을 만났다. 부족한 모유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린 신생아를 품에 안았다. 그곳에서 그는 남은 인생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전 재산을 빈곤지역에 진료소를 세우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으로 일하며 모은 돈이 꽤 됐다. 그가 속한 가톨릭학원도 그의 뜻에 동참했다. 해외의료봉사를 후원하기로 했고 ‘국제의료봉사단’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봉사단은 이듬해까지 에콰도르를 다시 찾아 총 2705명의 환자를 돌봤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아프리카 케냐 체송고치 지역을,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몽골 토브도 12개 마을을 갔다. 1999년 12월 동티모르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김수환 추기경의 긴급 지시로 무슬림 환자들을 치료했다. 사제복을 입은 그 앞에 무슬림 환자 649명이 줄을 섰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종교 간 갈등은 무의미했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었다. 1992년 찾아간 케냐는 더운 날씨만큼이나 모기가 많았다.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온 몸이 모기에 뜯긴 상처투성이였다. 오랜 해외봉사를 마치고 국내 연구실로 복귀해 밀린 일을 하던 도중 갑자기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체온은 39도를 넘은 상태였다. 잠복기를 거친 말라리아가 발병한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이 흔치 않던 때라 당시 국내에는 말라리아약조차 없었다. 가톨릭학원 측에서 영국에 급히 문의해 일주일 만에 약을 공수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난 것이다.

    1973년 시작한 의료봉사는 2007년에야 끝났다. 35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그동안 그가 무료 치료한 환자는 자그마치 3만5000여 명. 가톨릭학원 후배 의사들은 지금도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물었다. “아무래도 비용 문제죠.” 기자를 당황하게 만든 돈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도 됐다. 8명 규모의 봉사단이 해외로 나가 2주간 진료를 하려면 아무리 아껴도 족히 5000만 원은 든다. 가는 곳마다 오지여서 들어가고 나오는 교통비만 수천만 원이 든다. 준비해가야 할 약값도 만만치 않다. 갈 곳은 많고 비용 부담은 크니 늘 돈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말마다 성당을 다니며 추가 헌금을 걷었다. 성모병원과 가톨릭대 의대는 물론이고 의사협회마다 찾아가 후원을 요청했다. 1년에 한 번씩은 잘나가는 서울대 의대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약값만 내달라고 부탁했다. 구걸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속으로 끙끙 앓기를 34년. 그동안 그도 모르게 스스로 쌓아온 스트레스가 은퇴 직후 병으로 나타났다. “나는 그동안 내가 늙어가는 것도 모르고 일만 했어요. 스스로를 너무 달달 볶았나 봐요.” 

    최근 병세가 상당히 호전되자 그는 다시 욕심을 내고 있다. 내년 봄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콜롬비아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다만 콜롬비아에 봉사단을 이끌고 가려면 또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그는 조금씩만 정성을 모으면 그곳의 빈민이 처음으로 약을 먹을 수 있고 항생제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이번 인터뷰에 어렵사리 응한 이유였다. 

    ○ 에필로그

    두 시간 넘게 김 신부의 이야기를 듣던 기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를 떠올렸다. 인제대 의대와 광주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한 이 신부는 아프리카 수단 남부 오지마을 톤즈에서 무료진료활동을 하다 암으로 사망했다. ‘울지 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선행은 뒤늦게 고국에 알려졌다.

    이 신부 이야기를 꺼내자 내내 조용하게 인터뷰를 지켜보던 여동생 남희 씨가 말을 꺼냈다. “이 신부님이 너무 일찍 가셨죠. 하느님이 아직 우리 오빠한테는 시키실 일이 많나 봐요. 그래서 잠깐 쉬라고 일부러 병을 주신 건가 봐요.”

    ▼ 부친 형 동생도… 핏줄에 흐르는 봉사정신 ▼

     인도네시아 쓰나미 상처도 치료 2005년 3월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을 찾아갔을 때 찍은 김중호 신부(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마을 사람들의 기념사진. 김 신부와 가톨릭학원 소속 의사들로 꾸려진 국제의료봉사단은 당시 지진해일(쓰나미) 사태로 부상을 당한 1만2877명을 치료했다. 김중호 신부 제공
    봉사와 선행은 김중호 신부 집안의 내력이다. 김 신부의 아버지인 김웅규 박사(1998년 작고)는 고려대 의대 외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가톨릭의사회와 한국가톨릭의사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외과병원을 운영했던 그는 평소 가난한 환자에게서는 돈을 받지 않았다. 김 신부는 “아버지는 우물쭈물하는 환자가 있으면 나중에 벌어서 갚으라고 말하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4남 1녀 중 맏이인 명호 씨(77)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78년 정부파견의사를 지원했다. 처음 아프리카 우간다로 갈 때는 몇 년만 있다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그곳 사람들의 눈망울에 반해 24년간 케냐 말라위 레소토에서 진료했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수술로 치료해 살리는 보람으로 살았다”고 했다.

    2009년부터 우울증으로 투병 중인 김 신부를 보살피고 있는 막내 남희 씨(62·여)는 오빠 앞으로 들어온 인세와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돈이 없어서 의술을 못 배우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 명이라도 더 의사가 돼 어려운 사람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해온 오빠의 뜻을 받들기 위해 장학기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훗날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 가톨릭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형제 중 유일하게 건축학도의 길을 간 넷째 자호 씨(66)는 현재 건축업체인 간삼건축 회장이다. 1990년대 김 신부의 부탁으로 서울 구로구 시흥동에 ‘전진상 의료원’을 무료로 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에도 설계도를 기부했다. 

    ▶본보 3일자 B1면 100명 넘는 파견의사 발자취, 뒤늦게… 
    11월 22일자 A13면‘재능기부’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

    셋째 부호 씨(69)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김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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