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몇 가지 영웅들을 플레이했었다.
리퍼도 해보고, 디바도 해보고, 라인도 해보고, 메르시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경쟁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노트북도 매우 안좋고, 게임도 잘 몰랐던지라 (나가면 탈주 처리 되는지도 몰랐던 때였다...)
낮은 경쟁전 점수를 받게 되었고, "심해"라 불리는 그곳에서 경쟁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시간은 매우 소중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이, 바바를 만났기 때문이다.
****
1. 너무나도 멋진 자리야
시간이 오래되어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바바와 처음으로 함께 플레이한 판이다.
도라도 방어를 하게 되었는데, 바바는 자리야를, 나는 메르시를 택했다.
게임이 시작되고,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하고 깨달았다.
바바의 자리야 플레이는 심장을 격하게 뛰게 할 정도로 내 마음과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그 당시 (그리고 지금도) 알고 있던 탱들은 뒷선에서 아군을 보호하며 적당히 공격을 넣는 존재였다.
그런데 바바는 달랐다. 적진 바로 앞으로 당당히 나가서 호전적으로 공격을 했다.
더 놀라웠던 점은 그렇게 공격을 하면서도 죽지 않고 엄청나게 빨리 궁을 채우고 적진을 흔들어 놓는 플레이었다.
그 전까지는 자리야에 대해 관심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바의 플레이를 본 이후로 나는 자리야를 많이 좋아한다.
자리야를 보면 그 때 그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힐러를 주로 플레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멋진 바바의 옆에서 힐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게임이 끝난 후 나는 바바에게 친추를 걸었고 게임을 조금 더 같이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바바는 친추를 받아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게임을 몇 판 더 같이 하게 되었다.
2. 처음으로 들은 험한 말
바바는 정말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 옆에서 지원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바바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듯 하다.
바바가 2명을 더 초대해 4명으로 돌리고 있던 판에서 바바는 메이를, 나는 메르시를 했다.
힐러로서 나의 기본 원칙은 팀원을 전체적으로 살리는 것이고, 자힐이 안되는 팀원을 먼저 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탱들을 더 신경써주고 메이에게는 덜 신경을 쓰게 되었고, 바바는 한 번 죽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바는 채팅으로 나에게 욕을 날렸다.
"XX, 메르시 XX 못하네."
이런 내용... 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실력은 없지만 상당히 거만했던) 바바의 친구 하나가
"못할 수도 있지 뭐~ 너무 험하게 말하지마~"
이랬을 때...... 자존심에 금이 갔다.
여러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오버워치를 하면서 처음으로 들은 나쁜 말이어서인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판이 끝난 후, 나는 바바에게 가보겠다고 하고 그룹을 나갔다.
3. 한 가지 소망
그 후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바바와 게임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게임을 한 후로 한 일주일 동안은 정말 바바가 미웠다.
개인적인 일로 인해 험한 말 하는 사람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듯 하다.
하지만 나는 바바를 친구 목록에서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두 가지 생각을 마주했다.
하나는 나의 힐러 플레이에 대한 고찰이었다.
팀 전체를 살리는 힐링을 해야할까, 아니면 바바처럼 뛰어난 플레이어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해야할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오랫동안 생각을 해왔다.
두 번째 생각은 마음 속에 떠오른 소망이었다.
메르시로서 힐러 능력을 높이고 싶었다.
그렇게 잘하는 메르시가 되면 다시 바바와 플레이를 해서 "잘하네"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나는 이때부터 정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힐러, 특히 메르시를 플레이했다.
4. 재회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개인적인 슬럼프 기간이 찾아왔다.
현실에서도 슬픈 일이 있었고, 게임 점수도 잘 안오르고, 실력도 잘 안오르고, 여러모로 안 풀리던 때였다.
새벽에 게임을 하다 한숨을 푹 쉬고 친구 목록 창을 띄워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바바가 온라인인게 보였다.
바바는 어느새 엄청 높은 티어로 올라가 있었다.
'역시 잘하더니 금방 올라가네.'
생각을 하면서 보니 바바는 빠대를 돌리고 있었다.
'맞다. 여기에 관전 기능이 있다고 했지?'
어디서 관전 기능에 대해 들었지만 딱히 써보지 않았었는데
할 것도 없고 궁금하기도 해서 바바 빠대를 관전을 했다.
바바는... 공토르를 하고 있었다.
분명 뭔가 트롤짓을 재미로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의외로 엄청난 무빙과 에임으로 정말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트롤짓을 하고 있었다.
조그마난 토르가 탭댄스 추듯이 움직이면서 망치를 두드려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렇게 가끔씩 시간이 나면 바바 빠대도 관전하고, 다른 친구들도 관전하면서 관전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던 또 다른 어느 새벽 날, 나는 바바에게 귓말을 보냈다.
"너 티어가 엄청 높아졌네. 너랑 다시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안되겠지? 그리고 아마 너는 내가 싫겠지?"
바바는 답이 없었다. 뭐... 당연히 없겠지 생각을 하고 게임을 끄려는 찰나 바바가 빠대에 초대를 했다.
나는 당황한 상태로 빠대 초대를 수락했고,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몇 판을 함께 보냈는데, 멋있는 자리야 플레이는 볼 수 없었지만
그냥 (트롤 토르) 바바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바바도 공토르를 하고 그러길래 편하게 빠대를 돌리는 줄 알았는데
지는 판이 생기니 바바는 채팅으로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XX, 왜 게임을 하는 데 지는 거야? 내 수준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안돼? 왜 적팀을 저렇게 잘하는데 우리팀은 못해?"
그리고 바바는 게임을 나가버렸다.
'변함이 없네.'
생각을 하면서도, 지는 게 그렇게 싫은가 의문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바바에게 같이 빠대를 하자고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분명 지는 판이 생길 것이고 나는... 바바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5. 또다시 재회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러 게임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플레이를 좋아해주고, 함께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경쟁전도 함께하고 빠대에서 바보짓도 하면서 나름의 우정을 키워갔다.
그런데... 나는 왠지 모르게 바바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바의 경쟁전 점수가 이상해진 것을 발견했다.
엄청 많이 낮아져서... 함께 경쟁전을 돌려도 되는 점수가 된 것이다!
과거의 일과 바바의 성격, 그리고 바바의 프로필을 돌아봤을 때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바바랑 게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매우 신났다.
그리고 바바가 그룹에서 나와 혼자가 되었을 때 나는 용기를 내어 바바에게 귓말을 보냈다.
"바바! 나랑 경쟁전 함께 하지 않을래?"
바바는 내 그룹 초대를 받았고,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그리던 바바와의 게임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6. 바바와 나
나는 바바와 게임을 함께 하게 된 순간부터 내 게임 친구들에게 엄청 자랑을 시작했다.
내 처음 오버워치 친구이자 나에게 영감(?)을 준 친구와 다시 친구가 되었다고 말이다.
내 게임 친구들은 다들 기뻐해줬고 함께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해왔다.
하지만 나는 한동안 다른 친구들과 바바를 만나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바와의 단 둘이 게임하는 시간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주간 나는 상당히 들뜬 기분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바바를 위한 메르시를 플레이하면서 뿌듯해하고, 도라도 맵에서는 바바에게 자리야를 해달라고 졸랐다.
해주고 싶었던 칭찬을 마음껏 해주고, 바바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면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게임을 하면서, 바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바바는 자신의 개인 정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편이었다.
이름이 뭔지, 국적이 뭔지, 성별이 뭔지, 나이가 몇인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바바에 대해 알 수 있던 건, 죽을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고, 남을 탓하고, 나를 탓하고, 게임을 지면 미친듯이 화를 내고 나가버린다는 것...?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함께 게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음성 채팅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게임이 끝난 후 바바가 툭 던지듯 말했다. 자신은 아직 학생이고, 나랑 같은 성별이라고 말이다.
나는 바바가 나에게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알려줬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말을 들으니, 더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싶었다.
나는 바바에게 답했다.
나 - 너에 대해 말해줘서 고마워! 서로 더 알아가면 좋을 것 같아 ^^
바바 - 그런 거 관심 없어. 너는 몇살이야?
나 - 음... 밝히기는 뭐한데, 너보다 많아.
바바 - 직업은?
나 - 직업? 음... 비밀인데?ㅋㅋ 너 국적 알려주면 말해줄게.
바바 - 그럼 됐어.
나 - 에엥, 궁금하지 않아?! 나 되게 재밌는 직업을 갖고 있어! (<- 뻥)
바바 - 관심 없어 -_- 그런 조건이 붙으면 안듣고 말지.
그 후로도 바바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조금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조금 슬픈 이야기들이다.
바바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화를 주체 못하고 막말을 하는 성격이 되었다고 한다.
바바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여기서는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슬픈 이야기 조각들을 조금씩 들으며, 오히려 바바에게 친밀감을 가졌다.
왜나하면, 나도 그러한 아픔과 고민을 지나왔고, 그 나이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소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 의지할만한 사람 몇몇이 다가와줬을 때 너무나도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멋진 플레이로 가슴을 뛰게 한 바바에게 따스한 마음과 관심과 사랑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나는 바바에게 말했다.
나 - 바바, 나는 네가 필요할 때 언제나 옆에 있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
바바 - ?? 왜?
나 - 나는 네가 좋거든 ^^
바바 - ...... 날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그런 거 관심도 없어.
나 - 나는 그 말에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나는 그래도 네가 좋거든 ^^
바바 - 넌 이상해 ._.
7. 번져가는 금
하지만......
들뜨고 기쁜 만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게임은 즐겁자고 하는 건데...
바바는 이길 때는 아무 감흥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죽기만 해도 엄청나게 화를 냈다.
지는 경우에는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게임 중간에 나가는 것도 자주 있었고, 말을 걸어올 때는 주로
- 왜 그룹으로 돌려도 이기질 못하지?
- 왜 힐러가 있는 데 죽지?
- 너랑 게임해서 져서 솔큐로 트롤판으로 돌렸는데 이기고 있네?
- 왜 애들은 다 하나같이 이 모양이지?
이런 부정적인 내용들이라... 조금은 힘들었다.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말이다.
자기가 진심으로 변화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있다고 믿어서, 나는 언제나 보듬어 주려고 노력했다.
푸념을 해도 들어주고, 욕을 해도 참아주고, 다음 판을 좋을거라고 다독여주고,
어쩌면 이기는 것 뿐만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서 오는 행복도 있을 거라고 틈틈이 말해 주었다.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바바는 어리기에, 그리고 나랑 닮은 과거가 있기에
어쩌면... 어쩌면... 내가 조금의 도움이 되고... 어쩌면 웃는 바바를 듣거나 볼 수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8. 해서는 안될 말
나는 조금씩 바바에게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기 시작했고, 다같이 즐길 수 있는 날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바바는 나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게임을 하던 도중 자신이 죽고 게임이 지자 나에게 험한 말을 던진 것이다.
"야, 너 좀 그만 죽으면 안돼? 왜 이렇게 못해? 메르시면 어디 가서 좀 살아 있으란 말야. 중요할 때 픽픽 죽지 말고!"
왜이렇게 못하냐는 그 한마디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나는 정말 우울한 마음으로 그 판을 정리하고... 바바에게 말을 했다.
"너랑 다시 게임을 하고, 너를 위한 최고의 지원가가 되고 싶어서 게임을 해왔는데... 아마 나는 안되나봐."
다른 친구들이 나를 위로해줬지만...... 울컥거리는 감정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다음 라운드에서 나는 팟지에 뜰만한 메르시 궁을 성공시켰다.
바바는 채팅창에 말을 했다.
"최고의 메르시 플레이었어!"
정말 오랜 시간 듣고 싶었던 말...
하지만... 그 전의 그 한 마디가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할 줄은 몰랐다.
나는.... 너무나 슬픈 마음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쓰레기같은 플레이었어. 나 같은게 무슨 좋은 플레이를 하겠어, 안그래?"
그 후로 마음을 다잡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는 바바를 잃고 싶지 않아서, 화가 날 때는 침묵했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바바도 조금을 나아질테니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더라도....
9. 친구들과의 분란
본격적인 문제는... 그룹에 다른 친구들을 넣기 시작했을 때부터 발생했다.
이기지 못할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는 바바는 어느 날 나에게 말을 했다.
바바 - 너는 지는 게임이 뭐가 재밌다고 해?
나 - 음... 지는 건 별로 기분이 안좋고... 물론 나도 연패는 싫어해 ㅠㅠ
바바 - 근데 왜 게임을 하는데?
나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서랄까? ^^
바바 - 난 모르겠어.
나 - ㅠㅠ 나랑 게임하면서 그런 기분 안느껴봤어?
바바 - 몰라.
나 - 나도 점수에만 신경쓸 때는 슬펐는데, 친구들과 즐기다보니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됐어.
바바 - ... 나도 그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을 알려줘.
나 - 물론이지!!
이렇게 나는... 내 친구 목록에서 내가 바바만큼 아끼고, 정말 유쾌하고 실력도 좋은 친구들을 엄선해서 같은 그룹에 초대했다.
이 친구들도 바바보다는 나이가 많고, 함께 대화해 본 결과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친구들이라 바바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친구들에게는 미리 바바의 성격에 대해 알려주었고, 친구들도 나를 위해 참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바바도 시즌3 배치 경기에 다른 친구들이 아닌 나와 내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승리와 점수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바바가 내린 이 결정은 나를 감동시켰고, 나는 정말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는 처음 3연승을 이루어내고, 서로 내가 잘하네 네가 잘하네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때 바바가 내 친구 하나에게 말했다.
"너는 왜 자꾸 픽도 이상하게 하고 자꾸 죽기만 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
그 후로도 바바는 내 친구에게 험한 말을 쏟아냈고, 진 판에는 모두에게 화살을 돌렸다.
친구들은 나에게 들은 게 있어 참아주면서도, 이기는 데도 불구하고 불만이 계속되자 나중에는 결국 터져서 싸우기 시작했다.
나도 바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바바도 잘못하는 게 분명 있고, 내 친구들은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고,
누구나 잘못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함께 하고 있는 것인데......
바바에게도 게임 친구가 있다. 바바가 처음으로 나에게 소개해 준 자신의 게임 친구인데
나는 그 친구와 한 판 정도만 같이 한 후로 함께 할 수가 없었다.
높은 티어의 지원가는 무조건 칭찬하고, 내 플레이에는 나쁜 말만 쏟아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바에게 딱 잘라 말했었다.
내가 네 욕을 참는 이유는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개인적으로 욕하는 사람 매우 싫어하니 네 친구랑은 게임 안하겠다고.
바바가 나의 친구들과 말싸움을 할 때, 나는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 - 바바, 이 게임 끝난 후에 너한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바바 - 지금 물어봐. 이 게임이 너랑 하는 마지막 게임이야.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게임.... 나는... 마지막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이 아이는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고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진심을 담아 처음으로 차가운 말을 던졌다.
나 - 바바, 변하고 싶으면 죽을 힘을 다해 변하려고 노력해야해.
그리고 변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어져.
너는 변하고 싶고, 친구를 만들고, 따뜻해지고 싶다고 말했지?
그러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네 옆에 두는 연습을 해야해.
누가 너를 정말 아끼고, 배려하는지 잘 살펴봐.
절대 그 사람들에게는 험한 말이나 아픈 말을 던지면 안되는거야.
그 연습을 하지 않으면, 네 주변에는 네 입버릇 험한 친구같은 사람들만 남게 돼.
너는 그런 사람들이 좋아? 너는 정말 나나 내 친구들같은 사람들이 싫어?
바바, 나는 진심으로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러니 이 말은 꼭 들어줬음 좋겠어.
정말 너를 아껴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옆에 두도록 해.
그리고 바바는 배치를 그렇게 끝내고 그룹을 나갔다.
10. 이별
그 후로 바바는 나에게 귓말로 말을 걸어왔다.
과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링크도 보내주고, 인터넷에서 본 오버워치 글 이야기도 해주고 하면서도
바바는 끊임없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왜 자신은 지는 게임 밖에 할 수 없는지, 왜 다 못하는 지,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바바와 게임을 하고 싶어도 정말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리할 수 없는 마음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해 지는 사실은 바바가 정말 지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몇일간 바바와 게임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게 되면서 바바에게 답변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불만과 푸념은 대답해 주지 않으면서 줄여가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다.
좋은 말을 할 때만 대답을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다고 해야할지, 안타깝지만 우리의 대화는 줄어갔다.
그러던 중 바바는 나에게 귓말을 보내왔다.
바바 - 너 왜 나한테 답장 안해?
너 이제 나랑 말하기 싫어진거야?
역시 너도 다 똑같아. 다 거지 같아.
너 정말 나랑 대화 안해?
좋아. 이게 나도 마지막 메시지야.
너 친구에서 삭제해 버릴거야.
엿이나 먹어, XX!
나는 바바의 메시지를 한 줄씩 받으면서....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바바는 정말 나를 친구 목록에서 삭제해 버렸다.
바바가 내가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한 친구 삭제를 해버렸다...
바바는 내 게임 친구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너나 네 애인이나, 엿이나 먹어! 난 이제 가서 죽어버릴거야!"
일단 그 친구 애인도 아닌데 그런 말 듣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죽을까봐 걱정하는 친구에게 바바는 원래 죽는다는 말 자주 꺼냈다고 말해주면서
속으로 바바를 걱정하면서도... 친구를 삭제한 바바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11. 또 다른 소망
나는 바바의 배틀태그를 안다. 그리고 바바도 내 태그를 알 것이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나는 바바를 등록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바바가 내가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줬다는 것을 알면
언젠가는... 먼저 나를 등록해주고 말을 걸어와 줬으면 좋겠다......
친구 삭제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현실 친구를 잃은 것 만큼 마음이 많이 아프다.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바바도 조금만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내 친구들도 말을 한다.
화내지 않는 바바는 순하고 귀여운 면도 있다고.
웃는 바바의 모습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좋은 말을 전하는 바바라면 친구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죽겠다고 한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려서 게임 전적을 찾아보니 배치 점수보다 500점을 더 올리고 있었다.
게임은 잘하고 있네, 죽는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거절 당한 아픔에 나는 사실 조금 슬픈 상태이다...
이래서 어디서든 마음은 열고 싶지도, 주고 싶지도 않다.
마음을 여는 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었음을, 언젠가 바바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