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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1189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2
    조회수 : 1996
    IP : 121.148.***.52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8/02/16 23:08:17
    http://todayhumor.com/?love_41189 모바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28).
    사실 나는 가끔 D가 무서울 때가 있었다.
    우리 첫 만남이 워낙에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나 죽이겠다고 작정한 사람한테 느껴지는 그 살기라는걸 느껴보지 않고서는 이런 기분 느끼지 못할거다.

    가끔 나 혼자 느끼는 그 찜찜함이랑 그 놈의 돈때문에 진지모드 탈때 빼고는,
    D는 정말 이상적인 여자친구였다.

    그 전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술먹지마!!!였다면, 
    D는 두 발로 걸어올 정도로만 먹어. 천천히 마셔, 빈 속에 먹지마. 오빠가 혼자 내지마. 빨리와서 나랑 놀아죠. 이 정도고...
    나랑 마주보고 이야기할때 아니면, 특히 집에서는 나한테 그 특유의 "푸욱"소리내며 내 가슴팍에 안겨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특히 항상 내 심장을 안 좋게 만드는 그 뿌우!!!하는 삐친 표정이 너무나 귀여웠다.

    항상 어른스러운척 하려고 해도, 목소리며 생긴게 워낙에 애기라...
    진지하게 애한테 혼나는 상황에서도 ㅋㅋㅋ 웃어벼러서, 또 그 뿌우!!!하는 표정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동안 삶에 지쳐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은근 애교가 넘치는 아이였다.



    기말고사즈음 되어, D는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레포트들을 작성하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방해되지 않게 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빠."
    "어? 아. 미안. 방해됐지? 오빠 방에 들어갈께."
    "아니아니. 잠깐만. 이리 좀..."
    "왜? 또 뭐 설정 잘못 건드렸냐?"
    무거운 엉덩이 들고 옆에 가 앉으니, D는 나를 꼬옥 안았다.
    "...어머어머. 아가씨. 또 왜 이래???"
    "쉿. 충천중...하아...오빠 따듯해..."
    "보일러 안 켰나???"
    "아이참. 가만히 좀 있어봐요 좀."
    으아아아아. 내 심장아. 
    "나...진짜로...한번도 그런적 없거든?"
    "엉?"
    "오빠랑 있으니까 엄청 놀고 싶어진다."
    "...오빠 친구 집에서 자고 올께-_- 미안하다. 내가 남들 집중하는데 방해를 좀 잘해."
    "안돼. 집주인이 나가긴 어딜 나가....잠깐만 오빠 좀 안고 있을께."
    "어우야...너 이럴때마다 오빠가 힘들어."
    "어? 왜?"
    "가슴팍이 막 아프다고. 심장에 무리가 가."
    까불지마. 내가 안고싶을때 안을거야.하고 D의 주먹이 날아온다. 엌ㅋㅋㅋ소리 나는걸 보니 많이 부끄럽나보다.
    "레포트는 얼마만큼 썻니?"
    "한...80?"
    "시험공부는 얼마나 했니?"
    "노트정리한거 보고 있어...어렵다...장학금 받아야되는데..."
    "너도 참 대단하다...학교공부는 학교공부대로 하고, 회사일은 일대로 하고, 살림은 살림대로 하고...난 그래는 못살지."
    "오빠랑 있으니까 하는거야...혼자 살았으면 못했을거야."
    "어잌쿠...또 심장이..."
    D는 자세를 바꿔 내 왼쪽가슴에 귀를 대고 안긴다.
    "오빠심장소리...생각보다 덜 쿵쾅거리는데???"
    "색즉시공색즉시공...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이런걸로 불경읊고 그러지마아~"
    D는 크득거리며 웃는다.

    D의 그 장난기어린 웃음이 좋았다.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이 웃음.
    그렇게 자기를 아끼는 장대리한테도, 
    그 다음에 몇번 다시 만난 친한 친구, A양과 B양 앞에서도...
    D는 약간 정색하는 웃음만 지을 뿐. 이렇게 자연스럽게 웃지를 않았다.

    이 미소만은 내꺼구나. 어째 뿌듯했다.

    "오빠."
    "어?"
    "고마워."
    "또 뭬가 그리 고맙네? 요요 려성동무는 뭐가 그리도 고마운게 많네?"
    "전부 다...가끔 그런 생각해...내가 그때 조금 더 성급하고 오빠한테..."
    "어디 베였겠지 뭐. 내가 그때 그랬잖아. 그걸로 여기여기 경동맥 슥삭. 하지 않는 이상 누구 못 죽인다고."
    "그땐...진짜...미안해..."
    "내가 그때도 말했지만...살려줘서 내가 더 고마워."
    "오빤 말을 너무 예쁘게 해."
    "...아냐...너 내 친구들이랑 있을때 봤잖아. 함경도 욕으로 시작해서 제주도 욕으로 끝나는거. 내가 좀 더 글로발제이션했으면 쉬봘로무쉬키하면서 러시아욕도 했을거야."
    "나한테만 예쁘게 하면 돼."
    나를 끌어안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어우얔ㅋㅋㅋㅋ. 너 악력 좋다니까. 오빠 허리 뿌라진다."

    춥다. 손난로손난로.하면서, D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자기 옷 속으로 잡아끈다.
    매끈하고 가는 D의 허리.
    옷 위로는 여러번 잡아봤는데, 옷 속으로 들어가기는 또 처음.
    "어...어흠..."
    "불경읊고 그러지마라."
    박력있네. 
    "..."
    "...오빠 얼굴 빨개졌어."
    "어???"
    어느새 D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와...라면 물 안 올려놨는데...
    색즉시공이고 뭐고 다 안통하려는 찰나에...시장에서 세일할때 산...D의 곰돌이그려진 수면바지에 이성이 확 돌아왔다.
    "야. 까불지말고 일찍 자. 너 지금 피곤해가 몸에 열나서 그래."
    "...내가 지금 얼마나 용기낸건지 알아?"
    "넌 지금 이성보다 본능이 지배하는 남자가 그 본능을 억누르고 이러고 있는거 알아?"
    "...오빠한테 줄게 이거밖에 없다."
    콩. 꿀밤을 때려줬다.
    "넌 존재 자체가 나한테 무조건 플러스야. 내가 너한테 흑심품었음 기회는 벌써 수십번이여."
    "오늘은 내가 기회주는...건데?"
    "...너 레포트랑 시험공부 하나라도 다 끝냈다고 했음, 용기냈다."
    "여자가 이런 말 하는거..."
    "그래. 하지마. 다음에 내가 죽을것 같으면 살려달라고 할께."
    "흥이다. 오늘 이렇게 날 부끄럽게 만들었으니, 다음엔 오빠도 부끄럽게 만들어줄꼬야."
    D는 나를 꼭 안고있던 깍지를 풀고, 책을 탁탁 덮더니, 잘자라. 바보야. 하고는 방으로 쏘옥 들어갔다.

    아...이거 내가 뭔 짓을 한건가...싶었지만, 내가 내뱉은게 있으니 뭐...라며, 
    거실불을 끄고 화장실가서 이를 닦고, 방에 가서 벌러덩 드러누웠다.

    요즘 D의 스킨쉽이 좀 끈적끈적해졌나?
    ...살색영상볼때 문잠그고 이어폰끼고 조용히 봤는데...
    그러고보니...내가 D한테는 놀랍도록 그 쪽으로 생각을 안해봤구나...

    사실 진짜 망설인 이유는 하나, 
    처음 술먹을때, 양주병보고도 움찔하던 그 애가, 내가 흑심품고 그 애를 어찌어찌하려고 여기저기를 만질때 또 그때의...D의 기준으로는 안 좋은 기억이 나서 날 밀쳐내거나 그럴까봐...그런 쪽 이었다.
    그만큼 내가 먼저 D랑 포옹하거나 할때 신체접촉에 엄청 신경쓰고 있었다. 이 아이가 혹시라도 그때 생각하며 상처받을까봐.

    D가 그 쪽 업계에서 일을 했든 안했든, 요즘 시대에 뭐 성모마리아랑 결혼할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D의 그 쪽 과거는 이제야 아. 맞다. 이제 생각났다. 할 정도로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맨날 나보다 11살 어리다고 애취급해도, 여자는 여자구나...우와...오늘 좀 위험했다...하고...하나 보고 자야하나...이러고 있는데, 

    -까똟.
    -고마워 오빠. 내가 잠깐 어떡게 됐었나봐. 나 지금 너무 챙피해서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있어요. 잘 자. 나 문 잠궜어ㅋ
    라고 까똟이 왔다. 
    요망한 것.

    -너땜에 쪼오끔 설렐뻔했어. 나도 잔다. 나도 문 잠궜다.
    -역시 내 남자. 그 굳건한 마음. 마음에 듭니다!!!
    -역시 내 여자. 오빠 들었다놨다하는건 우주최강이지. 
    -야한 꿈 꾸겠네ㅋㅋㅋㅋㅋ
    -퍽이나.



    3년 전. 그 여자에게 차이고 매일밤 소주 5~6병씩은 들이켜야 잠을 겨우 들 정도로 심적으로 가버린 이후,
    나는 흔한 개꿈마저 꾼 적이 없다.

    그날도 나는 꿈자리 한번 사나운것 없이, 잠만 잘 잤다.



    담날 아침, 출근하려는 나에게 졸린 눈을 비비고 나온 D의 굿모닝뽀뽀는 평소보다 길었다.
    "시험 잘보고."
    "으응...오빠 기운 받았으니까 잘 볼 수 있을거야."
    "하여간 말은 잘해. 간다."
    "오빠."
    "오냐?"
    "사랑해^^"
    "...또 사람 가슴아프게 만들고 그래. 얼른 들어가서 좀 더 자."
    "빠이빠이~"
    "...네. 나 회사 좀 가게 해줘."
    "헤헤^^"
    출처 내 가슴 속.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이때가 우리 사귄지 내 기준 30일. D의 기준 49일째.

    남녀가 유별하니...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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