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로 온 나라가 시끄럽네요. 그 관련 글들은 많이 올라오니까, 저는 여러분들 잠시 쉬어가시라고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 까 합니다.
내일이면 6.25 기념일이네요. 수많은 순국 선열들이 이땅을 위해 피흘린 전쟁이 시작된 날이지요. 젊음을 바쳐 이땅을 수호하신 선배 전우들께 존경과 감사를 먼저 표합니다.
제가 얼마전에 알게된 이야기인데요, 6.25 기념일이 다가오니 여러분께도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모 사이트에서 유입된 유입종자들에게 미리 말해두자면 이 이야기는 헌정사에서 도출되는 이야기이고,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한 대통령의 이야기를 말씀드릴겁니다. 읽으시면서 이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맞춰보세요.
어떤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경제발전을 자신의 지상목표로 삼고 있던 대통령이었죠. 이 대통령이 재임 중에, 동남아지역에서 큰 전쟁이 터지게 됩니다. 이 전쟁을 주도한 국가는, 우리나라의 강력한 우방국 중의 하나였죠. 이 나라는 전쟁을 수행하며, 대통령에게 "야, 니네 군인 좀 보내줘. 파병 해주면 돈도 많이 주고, 군 현대화도 시켜줄게."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이 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파병을 결정하게 됩니다. 수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보내졌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오로지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저 험한 밀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돌아가신 분들도 정말 많았고, 밀림 지역이라 살아돌아오신 분들도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분들이 고엽제의 후유증을 안고 돌아오게 됩니다.
이 젊은이들의 핏값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큰 자금과, 군 현대화라는 두 목표가 달성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통령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많은 전사자, 전상자들이 국가로 돌아오자, 이 장병들 및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대상자가 되다 보니, 이러다간 파병댓가로 받았던 돈까지 다 까먹게 생긴 겁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묘안을 하나 내게 됩니다. 바로, 군인연금을 수급받는 사람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일체의 손실보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국가배상법에 집어넣는 겁니다. 연금은 어차피 조금씩 지급되는 거고, 한번에 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재정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학계, 사법부, 실무 일선에서는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호랑이같은 대통령이 무서워 별 말도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규정이 대법원에 헌법재판이 들어가자, 대법관 11분중에 9분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에게 연금 이외의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건 헌법에 반한다'고 선언하며 위헌판결을 내려버립니다. (당시에는 헌법재판을 대법원에서 담당했습니다.)
그냥 이 규정이 바로 삭제되어 버린 거죠. 유예 뭐 이딴것도 없이 즉시요.
대통령은 대노합니다. "판사 찌끄래기들이 감히 내가 입안한 규정에 손을 대?!"
이 대법관 9명은, 1차 사법파동 와중에 '법관의 신분보장'이 명시되어있는 우리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의해 전원 모가지가 날아가 버립니다. 전원 재임용에서 탈락한 거죠. 그리고 한발 더 나가서 이걸 못바꾸게끔, 헌법에 집어넣어 버립니다. 헌법 개정은 법률 개정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려우니까요. 헌법에 들어가 버려서, 더이상 헌법재판 대상도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 이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이 대통령이 바로 모 사이트에서 "구국의 영웅"으로 칭해지는 박정희대통령입니다. 저 위에 써놓은 이야기들은 실제로 모두 일어난 일들이고,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때 개정된 헌법이 그 유명한 "유신헌법"이고, "이중배상금지"규정입니다. 지금 헌법에도 저 규정이 있습니다.
저 규정때문에, 아직도 국가유공자들은 유공자연금 이외에 어떠한 별도 보상도 국가에 청구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이후 선의 해석을 통해 유공자연금을 받지 못하는 분들은 별도의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래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분들의 핫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저 배상금 문제이구요. (그래서 참전용사 분들 중에서는 박통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한편으로 보면 일응 타당한 조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돈으로 고속도로 깔리고 그런건 맞으니까요.) 솔직히 얼마 되지않는 연금과 유공자혜택은 국가를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 작은 것 같습니다.
네이버 댓글들 보다 보니까, "민주화유공자들은 수십억씩 주면서 참전용사 보상은 똑바로 안하냐 이 빨갱이판사들아"이런 댓글들이 달리더군요.
저기요, 그거 니네가 그렇게 빨아제끼는 박정희가 그렇게 만든 거거든요...
존경하는 선배 전우들이, 국가에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누구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