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뿌듯하지만 기분은 완전 더러웠던 경험이 있어 한 글 적어봅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저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 일이 있어 가게 되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차를 끌고 왔던 산길을 다시 올라가고 있었는데, 구불구불한 산 중턱 코너에 어르신이 중앙선쪽에 넘어져 계시고, 오토바이는 어르신 뒤쪽으로 만신창이가 된채 넘어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운전 미숙으로 속도를 내다가 커브에서 넘어지신 듯 합니다.
그 광경을 보고 황급히 비상등을 켜고 차량을 정차한 후 (혹시 몰라 사고지점과 차량을 10미터거리에서 정차)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르신의 상태를 일단 확인한 후(관절이나 뼈에 이상이 있나, 혹은 크게 부상을 입으신 부분이 없는지..) 제 차 앞쪽으로 부축해드리고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도로에 널부러져 있던 오토바이와 파편들을 마찬가지로 제 차 앞쪽의 구석으로 옮긴 후 다시 어르신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119에 신고를 해 응급차를 부르려고 했는데, 다치신 어르신께서는 극구 부인을 하셨었습니다. 내 실수인데 좀 쉬었다 가겠다 하시고, 고맙다고 계속 말씀하시면서..
이 부분까지는 나름 신중하고 현명한 처사였다고 본인 스스로도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면 119를 먼저 불렀더라면 하는 후회는 있었지만요..
하지만 좀 어처구니 없고 짜증났던건 분명 제가 가던 그 산길이 비록 그시간대에 차량의 통행은 별로 없지만, 분명 제 앞에 차 한대가 간걸 봤었고, 올라가면서도 차가 두대 정도는 내려오는걸 봤었는데, 그사람들은 그걸 보고 그냥 무시한 체 지나갔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 후에 사고가 났는지도 모르죠..
또한 제가 비상등을 켜고 어르신을 부축하는 장면부터 반대편 차선에서 내려오던 차량 두대가 목격을 했는데, 저 멀리 그 두대가 정차를 한 상태로 차에선 내리지도 않은체 지켜보고만 있더군요..
한대는 마티즈, 다른 한대는 에쿠스였습니다. 결국 제가 오토바이랑 다 치우고 어르신 어디 불편하신 부분 없는지 꼼꼼히 살피다가 이마와 팔꿈치 그리고 무릎쪽에 찰과상이 있어 피를 닦아 드리기 위해 차로 돌아가고 있을때 에쿠스 차주 어르신께서 슬금 제가 다가와 하시는 말씀이..
"이봐 사람을 저렇게 해놓고 멀쩡할줄 알아?? 내가 다 지켜보고 있었어. 얼른 신고부터 해야지 지금 뭐하는 건가??"
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아차! 오해를 살만 하겠구나 싶으면서 또 한편으론 짜증이 몰려오더군요.. 좋은 일을 하는데 이따위 오해를 받게 되다니..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그냥 지나간건가?! 싶으면서 말이죠..
순간 피가 머리 끝까지 솟아 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무례하게 어르신께 큰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저렇게 크게 넘어져 계신걸 방관하는게 범죄아니냐고, 지금 누가 잘했고 누가 못하고 있는건지 그럼 어르신은 지금까지 신고 안하고 그냥 이 장면을 옆집 불구경하듯 재미나게 지켜보시기만 했냐고, 내 오해를 살지언정 죄는 짓지 않았으나, 혼자 낑낑대며 어르신 도와드리는걸 구경이나 하고 있는 모습에 난 저따위로 나이먹지 말아야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고 말이죠..
어디선가 본적이 있습니다. 군중심리인가.. 하지만 지금같은 경우는 뭐라 말해야 하죠?? 참..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는 하루였습니다. 물론 넘어지신 어르신께선 저사람은 잘못이 없다 라고 말씀해 주시고, 지인분이 모시러 와 깔끔하게 상황 종료되긴 했지만, 하루를 돌아본다면 그 한마디 들은 말때문에 다음에 또 어떤 일이 있을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게 당당하고 뜻깊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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